힐러리가 남긴 "힐러리스텝" 어떤 곳인가!! 에베레스트 등정의 마지막 관문 8,800m 그 위는? 2008년 01월 24일 (목) 이규태 기자 master@mountainworld.net     ▲ 1953년 인류 최초로 에베레스트 정상에 선 힐러리. (사진 The Conquest of Everest)   인류 최초로 지구상 가장 높은 곳 에베레스트를 등정하여 역사를 만들었던 힐러리가  2008년 1월 11일 88세를 일기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그가 생을 마감하자 산악인 뿐만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그의 죽음을 애도하였다. 그는 산악인으로서도 업적을 남겼지만 네팔의 자연과 사람들을 마음속으로부터 사랑했던 박애주의자 였다. 네팔과 히말라야를 순수한 마음으로 사랑했던 그를 네팔 사람들은 국부처럼 존경 하고 있다.      힐러리는 많은 것을 남겼지만 그 중에서도 1953년 인류 최초 에베레스트 등정과 함께 영원히 기록될 "힐러리 스텝"을 남겼다.   "힐러리 스텝"(8,800m)은 네팔 쪽에서 에베레스트를 오르는 동남릉루트 상, 정상(8,848m) 직하에 있는 직벽 구간이다. 인터넷에서 힐러리 스텝(Hillary Step)을 검색하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 1953년의 에베레스트 정상능선 스케치. 표시 부분이 힐러리스텝(출처 The Conquest of Everest)    [The Hillary Step is a nearly vertical rock face (height around 40ft) high on Mount Everest, located approximately 28,840 feet above sea level. It is located on the South East ridge, halfway between the "South Summit" and the true summit and is the last real challenge before reaching the top of the mountain via the South East route. The Step was named after Sir Edmund Hillary, who was the first person, along with Tenzing Norgay, to scale it on the way to the summit.    Ascent and descent of the Hillary Step is now generally made with the assistance of fixed ropes, usually placed there by the first ascending team of the season. With increasing numbers of people climbing the mountain in recent years, the Step has frequently become a bottleneck, with climbers forced to wait significant amounts of time for their turn on the ropes, leading to problems in getting climbers efficiently up and down the mountain.]      즉, 해발 대략 8,800m (에베레스트 정상 8,848m에서 수직고도 48m 아래) 지점에, 약 12m 높이의 급경사 바위벽으로 정상(8,848m)과 남봉(8,751m)의  중간지점에 있다. 힐러리와 셀파 텐징이 이 곳을 통과해 정상에 오르고 난 후 후세 사람들에의해 붙여진 명칭이다.     요즘엔 고정 로프가 설치되어 있다. 에베레스트 상업등반이 성행하고 등정자가 폭발적으로 증가(2007년의 경우 약 600명 등정)하자 정상 등정의 마지막 관문인 힐러리 스텝에서는 올라가는 사람, 내려오는 사람이 정체되어 병목현상까지 발생하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한다.     ▲ 1953년 힐러리가 초등할 당시의 남봉에서 바라본 에베레스트 정상능선. 표시 부분이 힐러리 스텝 (사진 The Conquest of Everest)     ▲ 2005년 남봉(8,751m)에서 "힐러리스텝"(8,880m)을 향해 오르고 있는 각국 등반대원들. (사진 양정산악회 보고서)      힐러리가 "힐러리 스텝"을 인류 최초로 넘어선 지 55년, 우리나라 산악인이 힐러리 스텝을 넘어선 지도 31년이 지났다.   최근 한국산악회의 '2007 에베레스트 실버원정대'가 힐러리스텝을 넘어선 후 김성봉 대장은 정상까지 갔다왔고, 이장우 대원은 힐러리 스텝과 정상의 중간지점에서 하산하였다. 네팔 정부연락관은 두 사람 모두를 '등정자'로 인정하였다.    그것을 두고 모 잡지사에서는 '등정 조작을 한 것 아니냐'는 기사를 발표하였고, 한국산악회 측은 '모든 상황은 현지에서 있었던 그대로였으며 등정의 범주에 해당하는 지는 정부연락관의 판단에 따랐다'고 설명했다.      마운틴월드는 우리나라 원정대 보고서 기록을 중심으로 8.800m "힐러리 스텝" 그 위의 세계를 소개한다.      77년 9월 9일의 기록  [대한산악연맹 40년사]     남봉(8,751m)에 도착, ABC와 교신한 박(상열)부대장은 강한 등정 의지를 밝혔다. 두 시간이면 정상에 다녀올 수 있다는게 박 부대장의 판단이었다.    나이프 리지를 통과하고 힐러리 스텝(8,800m)에 서자 산소가 떨어지고 말았다. 오후 4시 40분. "노 옥시젼.. 헝그리.. 베리 타이어드.." 김(영도)대장의 무선 교신에 대한 앙푸르바(박 부대장과 등반 중인 셀파)의 보고였다. 즉시 5캠프로 내려오지 않으면 죽는다는 김(영도) 대장의 외침도 허사였다.       ▲ 등반루트 스케치. (출처 한국산악회 보고서)       ▲ 에베레스트 동남릉상에 있는 남봉과 힐러리스텝     ▲ 2007년 사우스콜에서 바라본 남봉. (사진 한국산악회 보고서)    마지막 힘을 내서 힐러리 스텝을 올라선 공격조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은 상태에서 정상이 바로 가까이 있음을 느꼈다.    실지로 힐러리 스텝을 올라선 후 10 - 20 분 가량이면 정상에 도달한다. 앞서가던 앙푸르바는 "여기가 정상이다"라고 소리쳤다. 박(상열) 부대장은 그 순간 여기서 돌아가지 않으면 앙푸르바가 죽을지 모른다는 판단을 내렸다. 미련없이 뒤돌아서......   77년 9월 15일의 기록  [대한산악연맹 40년사]    10미터 전진하는 데 30분 걸릴 정도로 박(상열)부대장이 고전했던 남봉까지의 깊은 눈은 염려와는 달리 깊지 않았다. 1차 공격조의 길이 남아있고 며칠 사이 강풍에 날려서 얕아졌던 것이다.    고(상돈) 대원이 남봉에 이른 것은 오전 9시 30분. 바로 앞에 에베레스트 정상이 보였다. 고(상돈) 대원은 본부와 교신을 하고 산소통을 새것으로 바꿨다.    남봉을 출발해서 3시간, 나이프 리지와 힐라리 스텝을 넘어 선 후 고(상돈) 대원이 앞장서고 그 뒤를 펨바노르부(셀파)가 따랐다. 갑자기 펨바노르부가 "거기가 정상인 것 같다"며 고(상돈) 대원에게 소리쳤다. 순간 나는 제정신으로 돌아왔다. 정말 사실인가?  언뜻 믿어지지가 않았다. 주위를 둘러보니 더 오를 곳도 없어 보였다."       ▲ 2005년 남봉(8,751m)을 오르는 각국의 대원들. (사진 양정산악회 보고서)    2005년 5월 30일의 기록    [양정산악회 2005 한국 에베레스트-로체 원정 보고서]   남봉 정상에 올라 베이스캠프와 교신한 후 다시 걸음을 재촉하여 정상을 향해 한 발 한 발 다가간다. 약간의 바람은 있었으나 아주 쾌청하고 좋은 날씨다.    군데군데 고정로프가 모자랐던지 위험하다고 생각되는 구간인데도 그냥 지나치는 곳이 몇 군데 있었다. 그리고 로프가 내려오고 올라가는 사람을 위해 최소한 두 줄은 고정이 되어야 하는데 그냥 외줄로 되어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사람들이 겹치게 되면 곤란할 것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상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몇 번 오르락내리락 하자 힐러리 스텝이 나타난다.     ▲ 2000년 남봉(8,751m)에서 정상(8,848m)으로 이어지는 설릉 구간. 중간 표시 부분이 힐러리스텝인 8,800m 지점 (사진 충북연맹 보고서)      이곳에서 많은 시간을 정체했다. 첫 출발 지점 한 두 스텝이 관건인데 그곳에서 시간이 많이 지체되는 것 같다. 상단에는 크러스트 된 눈이 조금 있었으나 그것마저 두 세 사람이 올라간 후에는 무너져 내려 더 어려운 루트가 되어버렸다.    약 5미터 직상하는 곳인데 왼손으로는 그 전에 설치해놓은 고정로프를 여러 가닥 손에 쥐고 오른손은 어센더를 손에 걸고 크램폰 앞 피크부분을 바위에 걸치고 한 번에 몸을 튕기며 어센더를 쭉 밀어 올리는 것이 요령인데 몸집 큰 서양인이나 여자들에겐 좀 버거운 코스인 것 같다.       ▲ 2005년 정상 직전 힐러리스텝(8,800m)을 오르는 각국의 대원들. (사진 양정산악회 보고서)      이곳을 올라 왼쪽으로는 절벽인 곳을 돌아 올라가면 설사면이 이어진다. 설사면을 약 10미터만 올라가면 정상으로 이어진 4개의 커니스로 이루어진 설릉이 보인다.    이젠 다 왔다는 안도감과 정상이 눈앞에 있다는 흥분이 온 몸을 감싸온다. 잠시 심호흡을 하고는 카메라를 꺼내 들고 이곳저곳 촬영을 했다. 조금 더 천천히 정상을 밟기 위해서였다. 눈앞에 보이는 정상을 향해 가는 발걸음에 힘이 실리는 듯 하다.       ▲ 2005년 정상 직전의 마지막 설릉. (사진 양정산악회 보고서)   정상에는 여러 사람들이 가져온 깃발이며 사진을 꺼내들고 환호성을 지르고 촬영에 여념이 없는 듯 하다.       ▲ 에베레스트의 마지막 관문인 힐러리스텝을 통과하고 있는 등반자(사진 Kurt Diemberger)      2007년 5월 18일의 기록     [한국산악회 2007 실버원정대 보고서]    셀파에게 보관시킨 물을 남봉에서 달라고하니 물이 없다고 한다. 결국은 하루 종일 물 한 모금 먹지 못하고 간식 하나 입에 대지 못했으니 체력이 소진된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남봉을 지나 힐러리스텝 직전에서 선두 김성봉 대장과 셀파들이 내려오고 있다. 나는 남봉(8,751m)을 지나면서부터는 이미 배고픈 것도 모르고 앞 만 보고 가는 상황이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무것도 모른채 셀파의 독촉을 받으며 앞으로만 갔다.    힐러리스텝(8,800m)에서 어센더를 빼지 못하고 시간을 지체했고 겨우 셀파의 도움으로 앞으로 갈수가 있었다. 어디가 정상인지 어떻게 왔는지, 어떻게 돌아왔는지는 아무 기억이 없다. ...    나는 말하고 싶다. 나이 많은 사람에게 에베레스트는 갈 곳이 못된다. 고산원정은 젊은 사람들 몫이라고! 이규태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 마운틴월드(http://www.mountainworld.net)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