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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ㆍ작성자 |
안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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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ㆍ작성일 |
2003/11/12 (수) |
| ㆍ분 류 |
OM 산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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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추천: 60 ㆍ조회: 17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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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노닐고 안개 머무는 곳에서
( 진교춘 옹의 환갑기념 특별 토요 산행 후기 ,2003년 11월 7-9일)
우리 모두가 사랑하는 진교춘 형(62) 의 만 60세가 되는
2003년 11월 8일은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환갑이라고 불리는 이 의미 깊은 날을 맞게 되는 교춘 형을 위해
언젠가 좋은 날을 잡아 산행을 하면서 회갑 년의 서막을 열어 보자는
토요 산행 회원들의 아름다운 계획은 진작부터 있었다.
마침 토요 산행의 회장인 정성교 회원 종가 댁의 시제가
11월 7일에 그 고향인 하동에서 있기에 그 때에 맞추어
모처럼 서울을 벗어나는 여행을 해보자는 기발한 정회장의 착상으로부터
적극적인 구체안이 마련 된 것은 한달 전부터였다.
그러나 토요 산행 회원들 모두가 이런 저런 일들로 얽매여 있는 처지라
최종 참여자는 겨우 출발 하루 전에야 확정되었다.
결국 11월 7일(금)에 진교춘, 김만식, 안국전 그리고 신종규 등은
교춘 형의 차로 신종규가 운전을 전담하기로 하였고
나와 현중섭은 남부 터미널에서 출발하는 고속 버스로 각기 출발하기로 하였다.
빗발이 약간씩 하는 오후 1시 반경에 모두 서울을 출발하였다.
정 회장은 진주를 거쳐 남해 고속도로로 들어서서 얼마간 달리면 나타나는
진교 IC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우리들과 합류하기로 하였다.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버스 속에서 보이는 늦가을의 산과 개울
그리고 수확을 마친 논과 밭의 정경들은 어김없이 2003년의 가을이
우리 곁을 빠르게 떠나고 있다는 것을 알려 준다.
볏짚들은 수확되어 10 여년 전에 내가 유럽에서 본 방식과 같이
큰 원형다발로 포장되어 추수가 끝난 깔끔한 논바닥 이리 저리 놓여 있었다.
차와 함께 치달리는 산등성들은 잎을 떨군 나무들의 앙상한 가지들로
또 다른 모습의 산의 윤곽을 만들어 가고 있는 중이었다.
운무로 둘러싸인 아득하게 먼 산들도 비경을 그려내고 있었다.
언제나 그렇듯 모처럼 멀리 여행한다는 가벼운 흥분 때문인지
책을 읽는 속도가 점차 느려 지고 시선은 자꾸 창 밖으로 향한다.
그러나 바쁘게 다니느라 점심시간 마저 놓친 중섭이는
뒤늦게 김밥 한줌으로 점심을 얼른 때운 후에는
계속 책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 역시 중섭의 독서열은 대단하다.
중섭과의 대화 중에 나타나는 그 박식함도
이 독서열에서 기인한 것일 것이다.
먼저 도착한 진교춘 회원 팀과 우리가 탄 버스는
약 5분 간격으로 도착하였다. 기막힌 시간 조정이 되었다.
130-140Km로 질주하며 지그재그를 서슴치 않는
종규의 운전 솜씨 때문에 그차의 승객들은 모두들 긴장을 한 듯 하다.
이미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정회장의 차에 나와 중섭이가 옮겨 탄 후에
차 두 대는 즉시 남해로 향했다. 이미 해는 떨어졌어도 말로 듣고
사진으로만 보던 남해대교를 한번 건너가
구 노량쪽 과 광양만 쪽 제철소들의 야경을 바라본다.
보름 하루전날이라 달은 가득 차 가는데
달빛과 찰랑이는 밤바다의 만남을 시샘이나 하듯
짙은 구름이 훼방을 놓는다..
정회장의 초등학교 동창이 경영한다는 진주식당은
바로 바다 옆에 위치한 큰 식당이다. 그곳에서 신선한 숭어회를 비롯하여
여러 해물들을 즐기면서 교춘 형 회갑을 축하하는 전야제 만찬을 시작한다.
이 특별한 모임을 위해 현중섭 회원이 각별하게 배려하여 준비하여 온
'발렌타인 30년' 위스키의 병마개를 열으니
온 방안에 그 향긋함이 금시 퍼져나가는 듯 하면서
축하 분위기는 더욱 고조된다. 참석자 전원 모두 잔을 높이 들고
교춘 형의 더 멋있고 행복할 앞날을 위한,
그리고 건강하고 즐거운 수많은 앞날을 기리는
덕담과 축복의 따듯한 말들을 한마디씩 선사한다.
교춘 형도 감회가 깊은 듯 연상 그 특유의 천진한 미소를 띠면서
고맙다는 말로 화답을 한다.
물론 " I love you !!!"를 빼어 놀 수는 없지 않은가!!!
누군가가 "이제는 옹(翁)이라는 칭호를 받을 자격이 되었네요 " 한다.
옹이란 나이가 들었다는 것을 말하는데
교춘 형에게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칭호임에 확실하며
누구도 60 이라고 믿지 않을 정도로 강인한 체력을 자랑한다.
그의 체질은 말할 것도 없이 특이 체질이다. 나는 종종 새우나 게 체질이라고 부른다.
뼈 밖에 없는 것 같으나 그 질기기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게다가 그 천방지축 같은 언행을 가만히 지켜보면
1960년 초 대학시절 수원 남문에서 종을 치던 모습 (산행 40년 p.134 참조)과
과연 무엇이 달라 졌을 까 할 정도로 천진난만하고, 단순하다.
그런가 하면 고도로 시력이 나쁘기에 날카롭게 까지 보이는 눈매 뒤에는
뜨거운 가슴이 있고 산을 사랑하며 산악인이라는 긍지와 자부심이
강하게 베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한잔 걸치면 우리가 쉽게 들을 수 있는
" I love you !!!" 또는 "야! 우리는 Mountain Climber 야 !!! "하는 말에서도
이 모든 것을 느낀다.
하기야 산악회원이면 모두 공통되는 심성이겠으나
내가 보아온 교춘 형의 산에 대한 애정은 별난 데가 있다.
틈만 생기면 놓치지 않고 산 사랑을 실천하며 즐긴다는 사실이다.
시골도 아닌 도시에서 중, 고등학교 시절부터 매일 걸어서
두시간씩 걸리는 통학 거리(북아현동집 /서대문/ 광화문/ 화동 경기 중.고등학교)의
버스 값을 아끼면서 돈을 모아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며 등산을 즐기는 것이
산과의 인연 시작이라고 한다. 이후로 대학 초년에 경제적으로 곤란을 겪는 중에서도
등반은 계속되고 1971년 한국 산악회 후원의 스위스 샤모니 등산학교 훈련
2002년 후반 2차에 걸친 히말라야 등반
그리고 꾸준한 토요 등반, 후배들을 위한 물심 양면의 적극 지원 등등
교춘 형은 말로 하는 산 사랑이 아닌 몸으로 보여 주는
산 사랑 후배 사랑을 모범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지극히 자유 분망한 언행과 기행을 교춘 형의 상표라고 해도
과하지 않을 것이다. 산에 김치 찌게나 된장찌개 도 보온병에 담아 오는
사람이 어떻게 사업, 그것도 전문성이 높은 사업, 을 지금까지 이끌어 왔을 까
하는 의문이 들겠으나 그 유명한 개성이 고향이며 집안에서 크게 인삼 판매를 하였다는
설명을 들으면 여러 가지 의문이 쉽게 풀린다.
중섭이가 홈페이지에 음주 단수로 9단까지(자유게시판 172번 참조)는
잘 설명을 했으나 10단은 아마 의도적으로 누락시킨 것 같다.
최고단인 10단은 초주(超酒)로서
이미 술의 진경과 삼매경을 두루 섭렵하여 도를 터득하고
A학점을 받아 졸업한 사람들로서 술과의 종속적인 관계를 초월하고 해방되어
자유로움을 만끽하면서 건강한 새로운 삶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이다.
교춘 형을 사랑하는 나뿐만 아니라 주변의 여러 사람들은 진정으로
교춘 형이 주도 7단( 樂酒 : 마셔도 그만 안 마셔도 그만, 술과 더불어 유유자적하는 사람)이 되되
8단 (觀酒 : 술을 보고 즐거워하되 이미 마실 수 없는 사람)과 9단 (廢酒 : 술로 말미암아 다른 술 세상으로
떠나게 된 사람)은 그냥 건너뛰어 바로 10단으로 승급하였으면 한다.
음주의 깊은 수렁에서 안타깝게 발목을 잡혀 자신의 심성이 구겨지고
주변의 산 벗들조차 안타깝게 만드는 몇몇 회원들에게 선배로서
또 하나의 멋있는 솔선수범의 자세를 보여 주고 희망이 되어주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 비록 교춘 형이 학교 점수 는 쌍권총을 찬 실력이라고
실토했지만 이미 사업과 흡연에 관한 한 최고 단을 따놓은 실력을 보여 주었기에
나는 다시 교춘 형에게 희망을 걸어 본다.
진주식당에서의 푸짐한 저녁 후에 그냥 잠자리에 들기가 섭섭하였는지
모두들 이구동성으로 남해대교 부근 바닷가를 걷자 한다.
밤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이 몇몇 보인다. 바로 이곳이 그 유명한
노량이라는 물살이 매우 빠른 곳이 부근에 있기에
우리의 큰 자랑인 이순신 장군의 업적도 생기게 되었단다.
로일 전쟁에서 승리한 일본 제독이 서구 언론인들에게
이순신 장군의 해전 전략을 높이 칭찬하는 말을 한 이후에
서구세계로 이순신 장군이 알려 지게 되었다는 사실을
만식 형이 상세하게 전해 준다.
바닷가를 거닐면서 틈틈이 해양전문가인 국전이가
우리들의 부족한 해양 상식을 보충하여 준다.
코들이 보배인지라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뽈락이라는 생선 굽는 냄새에
모두 침들이 동하고 코들이 꿰이어 등대식당 이라는 곳으로 다시 기어든다.
스스럼없이 대해 주는 1961년 생 주인 아주머니 덕에 뽈락 구이와
산낙지볶음을 들면서 다시 즐거운 판을 벌린다.
11월 8일 아침을 들면서 다시 한번 교춘 형의 회갑을 축하한 후에
금남면을 출발하여 청암면으로 북상한다. 남해대교 서쪽 얼마 안 떨어진
노량나루 부근에서 어린 시절을 수영과 자맥질, 배질로 보낸
정성교 토요 산행 회장의 얘기를 들으니 그의 강인한 체력과 담력
그리고 소탈한 성품을 충분히 이해할 만 하다.
우리들은 그저 정회장의 치밀한 계획에 따라 가기만 하면 되었다.
횡천면 삼거리에서 주유를 한 후에 빗발 하는 하동댐을 잠시 들러 보고
다시 청암면 묵계 계곡을 파고든다.
청암리 묵계 계곡을 따라 올라 삼신봉(1284)밑 자락에 위치한
청학동 골자기의 삼승식당에 하루를 묵어 가기로 하고 여장을 푼다.
잠시 삼성궁이라고 하는 곳도 올라가 본다.
우리 민족의 조상이 된다고 믿는 세분들의 영정을 모시고 있었다.
넓은 뜰 안에는 작고 큰돌들로 정성스럽게 쌓아 올린
여러 개 의 돌탑들(마이산과 같은 형태)과 각지에서 수집한 수많은 멧돌과 다듬이 돌들이
인상적이었다. 돌이 없다면 삼성궁도 없다 할 정도로
돌로 다듬고 가꾸어진 정원들이 특색이 있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내게는 삼성궁 에 이르는 비 날리는 늦가을의
낙엽 덮인 완만한 산길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이번 토요 산행은 이름 그대로 산으로 향하는데 에 큰 비중을 두었다.
이미 해발이 7-800정도 되어 이리 저리 보아도 깊은 산 속이다.
하늘은 짙은 구름으로 내려 깔리고 비도 오락가락하는 날씨 탓인지
아니면 신비스럽고 평화로운 주변 경관과 산채 비빔밥, 토종닭 죽통 술 등
다양한 먹거리 때문인지 끊임없이 얘기는 저녁이후에도 이어 진다.
우리 숙소는 한자와 전통 예절을 가르치는 방으로
그 한가운데는 칠판과 운유하숙 (雲遊霞宿)이라는 글이 걸려있다.
바로 우리들이 "구름이 노닐고 안개가 묵어 가는" 그런 곳에서 잠시 묵었다 가는 것이 아니겠는가 ?
참으로 이곳 풍광을 적절하게 표현하여 주는 말이며
우리 토요 산행의 분위기에 잘 어울리는 글이다.
교춘형과 대학에서 만난 이후로 오랜 동안 그 누구보다도 가까이 지내온
만식 형은 교춘 형과는 겹치는 여러 가지의 잊을 수 없는 추억 때문인지
함께 환갑을 맞은듯 즐거워 하며 마음이 과거로 완전히 돌아간 듯 보인다.
만식 형 특유의 말투는 분위기를 잡아가는 데 있어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지만
이미 모두 내일 모레면 60 줄에 들어서는 신세들이라 그런지
내일을 위해 눈들을 붙이려고 선배들 보다 먼저 한 두 명씩 눕기 시작한다.
그러나 국전이는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자신이 고급 관리이었다는 자부심도
잠시 접어두고 지극 정성으로 두분 선배들이 한없이 이어가는 얘기들을
정중하게 들어주며 뒤늦은 시간까지 잘 버티고 말시중을 들어 준다.
교춘 형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길게 늘어지는 만식 형의 언중유골 식
호소(?)와 보챔은 눈 하나 깜짝 안 하는 근엄하고 강심장인 65 단위에게는
전혀 무력하고 씨조차 안 먹혀 들어가는 듯 하다.
이제 나이들도 들어가고 하니 각자 알맞은 호(號)를 서로 지어 부르는 것도
좋을 것이라는 제안이 나온다. 먼저 정회장의 호는 청산(靑山)이나
여산(如山)으로 하자고 하여 나는 즉시 청산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교춘 형은 화산(花山)이 어떨까 한다.
내 자신의 호는 이미 영산(永山)으로 정한지 얼마 된다.
산과 같이 변치앟는 기상을 오래 간직하고 싶은 때문이다.
교춘 형의 과거의 삶에서 겪은 믿거나 말거나 식의 비화는
참으로 도끼 자루 썩는 줄도 모르게 한다. 그중 한가지:
어디선가 만난 여자 간첩이 산중으로 유인하여 총을 머리 뒤통수에 들이댄다.
뒤를 돌아보지 말라고 하였단다. 그러나 참지 못해 그만 뒤를 돌아보니
여전히 총을 들이대며 죽인다는 협박을 하였다고 한다.
식은땀을 흘리면서 가만히 앞만 보고 있다가 그만 깜박 잠이 들었다.
얼마가 지나 다시 깨어 보니 이미 그 여자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안보이었다 한다.
하마터면 교춘 형은 여간첩의 비정한 총탄에 희생되었을지 모르나
여전히 왜 살려 주었는지는 미궁으로 남아 있다 한다. 등등.
느지막하게 아침을 들고 보니 11월 9일로 귀경 할 날이다.
벌써 그렇게 되었나 할 정도로 우리는 신선 놀이 한 듯 시간을 보낸 것 같다.
묵계을 뒤로하고 남으로 방향을 잡고 섬진강 변으로 차를 몰아간다.
도중에 버스를 놓친 73세의 노파를 동승시켜드리니
이런 저런 과거와 현재 시골에서의 변화된 삶의 단면들을 짙은 사투리로
구수하게 풀어 가며 말해준다.
깊이 여러 골의 주름이 잡힌 그 노파야 말로
고생 끝에 즐거운 말년을 보내시는 것 같이 마음이 좋았다.
귀경길의 도도히 흐르는 섬진강 변에서 재첩국을 드는 것으로 시작하여
만지의 배밭, 화개면의 환상적인 도로들을 거치면서
피아골 계곡의 단풍과 연곡사, 그리고 서울대 남부연습림을 돌아본다.
이 계곡 길은 내가 전병성, 김정호, 정성교, 권태경 등과 함께
추계 서울대 총 산악회의 등반으로 1966년 10월에 와본 후 37 년 만에
다시 와 보는 곳이다. 중섭이도 1966년 하계 지리산 등반으로 이곳을 왔다고 한다.
그때 연곡사 뒷뜰의 부도와 처마에 매달아 놓은 곶감들이 아주 인상적이었었다.
지금은 연곡사는 증축 보수를 하였는지 더 크고 웅장하여 보인다.
피아골을 돌아 나와 구름에 감추어진 지리산을 멀리 뒤로하며
남원으로 달려들어 월매 식당이라는 곳에서 춘향의 시중으로 이곳 명물인 추어탕을 즐긴다.
점심 직전 미국에 있는 광한 형이 교춘 형의 환갑을 축하하는 내용의 말을 전화로 전한다.
나도 끼어 들어 오랜만에 광한 형 목소리를 들으며 안부를 말하고 서로 반가워한다.
오후 4시 15분 경 전주를 지나 논산 -천안 민자 고속도로 경유 서울에 도착하여
양재 역 부근에서 늦은 저녁을 함께 들면서 여러 가지로 수고한 청산 정 회장
그리고 신종규 등에게 모두들 감사를 표하면서 인상 깊었던
토요 모임 장기 산행 종료를 확실하게 끝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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