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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ㆍ작성자 |
오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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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ㆍ작성일 |
2003/04/14 (월) |
| ㆍ분 류 |
OM 산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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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추천: 40 ㆍ조회: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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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2-13 선인봉 등반후기(표범길, 청악길, 측면길)
-12일 토요일
마냥 따끈하게만 느껴지는 봄비가 끊이질 않는다. 토요일 철의형과 계획한 등반이 어긋날 것만 같다.
그렇지만 토요일 새벽 봄비는 그쳤고, 바람은 좀 드셌으나 하늘은 맑다. 철의형 전화~ 12시 할머니가게에서 보기로 하고, 얼른 룸에서 짐을 챙겨 전철에 올랐다.
도봉동 일찌감치 도착하여 할머니가게 아저씨 아줌마, 매직마운틴 사장님께 반갑게 인사를 드린다. 산 밑에 비록 장사하시는 분들이지만 면식을 트고 그나마 웃음과 말씀 나눌 분들이 있다는게 작은 행복이라면 행복인 것 같다. 매직마운틴에서 퀵드로 5set를 만들어 구입했다.
철의형과 만나 간단히 요기하고 선인봉으로 올랐다. 주말, 사람 참 많고, 꽃도 참 많이 피었다. 오늘의 코스는 연대베첼러를 하기로 했으나-선인봉 밑에 오르니 가스가 가득한게 날씨가 심상치 않아 익숙한 표범길로 변경.
-표범길, 청악길
표범길 첫째마디는 익숙한지라 그럭저럭 올랐는데, 둘째마디 왼쪽날개 뜯는 것은 좀 오랫만이다. 박쥐날개 세배정도 되는 길이에, 풋홀드와 핸드홀드 아주좋지만 경사와 고도감이 굉장하다. 셋째마디는 철의형이 바로 선등하신다고 오르셨다. 슬랩이 굉장하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아니나 다를까 테라스까지 고전을 면치 못하는 공포감을 느끼며 올라야 했다. 온통 하얀 가스 속에, 아찔한 공포와 쾌감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실로 오랫만에 허릿길테라스까지 올라서는 순간, 주체할 수 없는 탄성이 나온다. 나의 짧은 등반 경험 속에, 그중 유난히 많이 했던 표범길-열한번째로 표범길을 하면서 그간 전혀 느낄 수 없었던 기쁨을 맛보았다. 박쥐테라스를 거쳐 세번으로 나누어 하강.
표범1피치 종료지점에 줄을 걸어놓고 청악산악회에서 새로 낸 표범 바로 왼쪽의 슬랩루트 청악길에 붙어 보았다. 5.11b의 난이도 굉장하다. 믿기지 못하는 발 그런데 웬일인지 이게 서 지네? 손톱끝에 걸리는 홀드-내 손가락 하나가 내 체중을 받치다니! 가슴까지 발을 억지로 들어올려 거짓말 같은 홀드에 체중을 싣는다.. 짜릿한 등반을 즐길 수 있었다.
-우촌식당 뒤풀이
철의형은 형수님께 7시까지 들어가신다고 하고 오셨단다. 등반을 마친 시각은 5시, 부리나케 뛰어 내려갔는데 그래도 막걸리 한잔은 해야겠다고 하시며 전화를 해 보시다가 우이동 6번 종점에 6단위형님들 산행하시고 우촌식당에 계시다 하여, 택시를 타고 이동하여 형님들과 반갑게 합류할 수 있었다.
북한산에서 등산을 즐기고 오신 형님들과 즐겁게 식사를 마치고 형님들은 가시고 나는 다시 도봉동으로 이동하였다.
-야영
20:30 재학생들이 도봉동에 도착하였다. 정환이와 창용이 외에 지난주 첫바위 인수 정상에 이어 두번째 바위로 선인에 온 99박병성, 나이는 좀 많지만 신입부원으로 첫산행인 중문과 01이진영, 인수 하늘길 첫째마디 중턱까지 간 경험밖에 없어 첫바위나 다름없는 03정재호 - 학기 초라 그런지 매번 평균적인 부원들의 경험이 부족한 수준이다.
그러나 마침 완수형님, 동수형님께서 산행에 함께 하시겠다는 연락이 왔다. 그리고 완수형님께서는 야영도 함께 하시겠다고 하셔어 할머니가게에서 모두 만나게 되었다. 우선 후배들은 매직마운틴에서 각자 신발 등의 장비를 구입한 후, 달빛을 벗삼아 야영장으로 올랐다.
간단히 야식을 먹고 자려고 했으나, 술과 안주가 부족한 관계로 병성이와 재호가 할머니가게까지 뛰어내려갔다왔다.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누다가 02:00 취침
간밤에 꽤 추웠던 듯, 몇몇 대원들이 잠을 제대로 못잔 기색이다. 사실 나도 술이 좀 과했는데 하계침낭에 잠을 제대로 못자서 등반중 오전에는 속이 쏠려서 꽤 고생했다. 아침식사를 하던 중, 드디어 일은 닥치고야 말았다. 공원관리공단 사람이 갑자기 들이닥치더니 다짜고짜 사진을 찍고 불법야영으로 벌금을 끊는 것이다...!!! 이 일을 우짤꼬..
수경형이 연락도 없었는데 올라오셨다. 바로 측면코스로 어프로치하는데 동수형도 금방 올라오셔서, 대원 수가 좀 많아지게 되었다. 9명.. 허릿길, 경송길, 은벽길 등 다른 길에 대한 의견도 좀 있었느나 그냥 한 코스에 다 붙기로 했다.
-측면길 등반
수경형은 먼로바위밑까지 내 세컨을 봐 주시다가 하강하여 먼저 내려가셨고, 이후로 동수형님께서 계속 내 세컨을 봐 주시면서 중간에서 등반을 지휘하는 형식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십자로 부근에서 S침니로 올라온 코오롱 등산학교 팀과 겹치기도 하는 관계로 완수형님은 창용과 정환을 데리고 십자로 피톤에서 펜듈럼하여 동굴쪽으로 넘어갔고, 오영훈-이동수-정재호-이진영-박병성은 십자로에서 직상하여 이어지는 침니를 타고 돌아 선인봉 정상으로 올라갔다.
예상을 뒤엎고 정상에 16시 둘러앉아 간식을 먹을 정도로 일찍 등반을 완료할 수 있었다. 등반 중 특기할 사항은, 첫 산행인 진영이가 뜀바위에서 떨어진 것-생각만 해도 아찔하다-과, 먼로바위에서 재학생은 하나같이 개기고, 동수형과 완수형은 초 단위로 올라오신 것 등이다. 역시, 먼로는 예나 지금이나 젊은 사람을 좋아한다. 그리고 먼로바위 바로 위에서 창용이의 육중한 몸무게에 의해서 굉장한 낙석이 있을 뻔 했다는 점, 병성이는 단 2주일만에 인수와 선인 정상을 올랐다는 점, 십자로의 고도감이 아주 굉장하다는 점, 창용이가 펜듈럼 후 동굴까지 짧지만 톱을 서 보았다는 점, 정환이가 아주 실력이 늘었다는 점, 그리고 완수형님은 측면길이 이번으로 12번째라는 점, 나의 경우는 이렇게 길게 선인봉 해 본게 처음이라는 점, 동수형님은 측면 쪽 사진을 아주 많이 찍으셨다는 점 등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이 특색이 있었던 좋은 산행이었다. 그리고 진영이는 중문과인데 기필코 15번 바위를 해서 농대 넘버를 따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도.
하여튼 어스름이 깔리기도 전에 우리는 할머니가게까지 내려올 수 있었다. 즐겁게 뒤풀이를 마치고, 온통 깨고 멍든 무릎팍들 쓰다듬으며, 전철에 올라 집으로 향했다.
일요일의 측면길 등반은 형님들 께서 많이 도와주셔서, 또 신입부원들이 많이 개기지 않고 올라와서 많이 했음에도 불구하고 일찍 끝마칠 수 있었다. 침니와 크랙의 코스가 매우 색다른 느낌이었으며, 몸자 빌레이가 무척 편리하면서도 오히려 안전할 수 있다는 점도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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