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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보고
  
작성자 김난유        
작성일 2024/06/05 (수)
분 류 YM 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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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반일자 20240601
장소,코스 선인봉 박쥐길
등반대원 김난유(T), 이상현(S), 김창곤
등반장비 자일 2동(70m, 60m), 캠 1조 (BD캠 0.3-5호), 너트 1조, 퀵드로 9개, 알파인퀵 5개, 잠금 카라비너/슬링
ㆍ추천: 0  ㆍ조회: 65      
240601 선인봉 박쥐길


그림: 김용기. 2012. 한국의 암벽: 서울 경기 2. 조선매거진
그림: 손재식. 2008. 한국 바위 열전. 마운틴 북스

산악부원들과 토요일에 멀티피치 등반을 가기로 했다. 오랜만에 선인봉을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박쥐길이 난이도상 적합해보였다. 매우 유명한 루트지만, 단 한번도 가본적이 없어서 최대한 많은 정보를 인터넷, 책, 지인들로부터 끌어모았다. 특히 17노승환 부원에게 많은 정보를 얻어서 덕분에 안전하게 등반할 수 있었다. 정보화와 인공지능의 시대에도 HUMINT가 최고다.
 
등반에 참여한 전체 부원은 6명이었고, 은벽길 3명, 박쥐길 3명으로 나눠서 가기로 했다. 할머니집에서 8시 쯤 집합하였는데 암벽 등반하러 어프로치 하고 있는 인원들이 어림잡아 30명은 되어보였다. 알고보니 서울등산학교 교육날이었다. 선인봉은 항상 인원이 별로 없었기에 평소보다 늦게 집합하였는데, 30명이 박쥐길에 붙는 상상을 하니 아찔해지면서 갑자기 마음이 급해졌다. 최대한 빠르게 어프로치를 하였고, 다행히도 대부분의 인원들을 제치고 석굴암에 도착할 수 있었다. 체력적으로 힘들긴 했지만 그래도 하루 종일 기다리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석굴암에 도착하니 2명이 박쥐길 등반을 준비하고 있었다. 해당 팀에게 몇 명이서 등반하는지 물었더니 나머지 2명이 곧 도착할 것이고, 4명이서 갈 것이라고 했다. 우린 3명이 모두 도착한 상태였지만 갈등을 일으키고 싶지 않아 그냥 먼저 보내드리고 기다리기로 했다. 상현씨가 선등 빌레이, 창곤씨가 2번으로 등반, 그리고 상현씨가 라스트로 후등하는 방식을 택하였다. 상현씨가 세컨드로 너무 고생하지 않도록, 모두가 빌레이를 보게 되는 방식이었다.

 
1. 등반
 
1피치 (5.7, 크랙/슬랩 30m)
 
첫 피치는 크게 2가지 방식으로 올라갈 수 있다, 꽤 넓은 크랙 안으로 등반하는 본래 방식과, 바깥의 슬랩을 따라 등반하는 방식이다. 볼트 3개가 슬랩길을 따라 약 7m 간격으로 설치되어있다. 필자는 본래 방식으로 등반하였으나 첫번째와 두번째 볼트에 알파인 퀵으로 확보하며 등반했다. 자일 유통을 유념하며 볼트와 캠을 사용해 확보하면 안전하게 등반할 수 있다.
 
크럭스는 크랙으로 올라가는 첫 번째 동작과 중간에 ‘관바위’라고 불리는 네모난 바위 부분이다. 첫 번째 크럭스는 스테밍과 레이백을 섞어서 올라갔고 두 번째 크럭스는 관바위에 캠을 설치하고 스테밍과 손발 재밍을 활용해서 올라갔다.


2피치 20m (5.8, 크랙) ~ 3피치 15m (5.6, 크랙)
 
2피치는 그 유명한 박쥐날개다. 설치된 볼트와 캠을 사용하면 안전하게 등반할 수 있다. 박쥐날개를 뜯을 때 펜둘럼의 위험이 있지만 손이 좋아서 자신의 등반 능력을 믿고 신속하게 통과하면 위험하지 않을 것이다. 손홀드가 좋아 조심스럽게 발자리를 찾으며 등반하면 된다. 날개 위로 오르자마자 보이는 쌍볼트에서 끊을 수 있지만 시간을 아끼고 싶어 한번에 3피치까지 등반했다.

3피치는 손이 매우 좋은 크랙 등반으로 시작해 테라스로 올라간다. 난이도가 쉬워서 볼트가 없는데 확보가 그리 쉽지않다. 플레이크가 끝나는 지점 쯤이 캠을 확보할 수 있는 마지막 지점인 것 같다. 중간에 낙석을 막기 위한 체인이 쳐져있는데 퀵을 걸면 안될 것 같아 확보하지 않고 통과했다. 루트가 끝나는 지점에는 절벽에 뿌리를 내린 커다란 소나무가 있다. 소나무가 있는 테라스에 설치된 피톤에 확보하면 등반이 완료된다.

2-3피치는 난이도가 쉽지만 기본적으로 볼트가 거의 없고, 특히 3피치 확보가 참 애매하다. 확보할 곳을 찾으며 등반하다가 뒤돌아보면 마지막 확보점이 매우 뒤에 있었다. 가능할 때 확보하고, 로프 유통에 유념하며 오르면 된다. 쉽지만 계속 트레버스를 하는 루트이므로 추락에 주의해야 한다.

3피치에 도착하니 앞 팀이 선등을 이제 막 시작하고 있어 간단하게 간식을 먹기로 했다. 소나무가 테라스여서 추락의 위험도 별로 없고, 피톤도 매우 튼튼해 보였다. 그러나 1978년에 박은 확보점 하나에 3-4명(뒤에 팀 포함) 붙어있자니 걱정이 조금 되어서 캠 2개를 설치하여 이중확보를 하였다.


4피치 30m (5.10a 크랙/슬랩)
 
4피치는 좌측의 슬랩길과 우측의 두 번째 날개로 나뉜다. 좌측의 슬랩길은 5.9라고 하지만 그 어디에도 후기를 찾을 수 없고, 확보도 미지수라 우측의 날개길을 택했다. 나중에 들어보니 볼트 거리가 매우 긴 까다로운 슬랩이며, 얼마전에 서울등산학교 강사 분도 10m 이상 테라스로 추락해서 골절상을 입은 루트라고 한다. 역시 사전 정보가 없으면 안가는게 맞는 것 같다. 날개의 크랙을 따라가지 않고, 슬랩을 따라 바로 직상하는 루트도 있다. 볼트가 일직선으로 4-5개 박혀있는데 얼핏 봐서는 인공등반 루트인 것 같기도 했다.
 
날개의 실크랙이 시작되는 지점까지 10m를 올라가야 하는데 확보가 쉽지 않다. 초반에 가장 큰 너트 2개(DMM 알로이 오프셋 11호, BD 스토퍼 11호)를 사용하였고, 이후에는 0.3호와 0.4호캠을 끌고가며 올라갔다. 루트가 끝날때까지 .3호와 .4호캠만 사용이 가능하므로 초반에 다 쓰지 않는 것을 추천한다. 왼쪽으로 넘어가는 길에 볼트가 하나 있어 알파인 퀵으로 연장확보하고 실크랙으로 진입했다.
 
날개 부분은 어떤 부분은 손가락이 다 들어가고 어떤 부분은 잘 안잡히는 복불복 언더크랙이다. 먼저 갔던 등반자들의 초크자국으로 어림짐작만 가능하다. 마지막 2m 크랙 부분은 손가락이 아예 못 들어갈 것처럼 보였다. 나중에 유튜브 영상을 보니 살짝 걸린다고 하는데 아직도 잘 모르겠다. 마지막 동작을 크랙의 모습을 한 트레버스 슬랩이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다. 4피치는 물길이라 발이 미끄럽고 크랙도 젖어있을 때가 대부분이므로, 비가 온다면 피하는게 맞을 것 같다. 날개 크랙 부분의 확보는 볼트와 오래된 피톤들이 있고, .3/.4 캠을 칠수도 있다.
 
자유로 가다가는 펜둘럼 추락을 먹을 것 같아 볼트에 건 퀵드로를 슬링으로 연장하고 트레버스 인공등반을 한 다음, 날개 끝에 걸려있는 체인에 퀵을 걸었다. 날개 위로 올라가는 동작은 좋은 손홀드를 찾고, 왼쪽 발을 힐 훅 느낌으로 끌어올려서 담장 넘듯이 가면 된다. 날개 위는 테라스로, 5피치 시작 지점에 쌍볼트가 설치되어 있다. 5피치 시작지점 쌍볼트는 물웅덩이가 너무 크게 고여있어서 정말 확보를 피하고 싶었다. 장구벌레들이 수십마리 있을 것 같은 아주 탁한 물웅덩이었다. 변형 크랙을 하기 위해서는 좌측으로 꽤 걸어가야 하는데, 로프 유통 문제가 있어 거의 끌고 가야했다.

테라스에 올라오니 서울등산학교 인원들이 우후죽순으로 올라오고 있었다. 10명 이상이 후등하고, 또 떠들면서 하강 준비를 하는 등 정신이 없었다. 거기에 모두 초보자들이어서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었는데 강사는 2명밖에 없었던 것 같다. 강사 한분은 확보를 안하고 테라스를 자유롭게 걸어다닐 때도 있었고, 그걸 봐서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초보자 분들도 확보를 풀고 움직이고, 이 상황이 맞는건가 싶었다. 하강 할때도 다들 처음이신지 엄청 무서워하셔서 확인이 필요했는데, 이 인원들을 빨리 내려야 등반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옆에서 강사 분들을 대신해 도와주었다.
 
20분 정도 넘게 인원들이 정리되기를 기다리다가, 이러다가는 등반을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냥 인파를 억지로 뚫고 변형 크랙을 시작하기로 했다.

 
좌측 변형 5피치 35m (5.9 크랙)
 
우측 원형 5피치는 확보에 6호와 7호캠이 필요하다고 하여, 좌측 변형 5피치를 올라가기로 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수직으로 내려오는 크랙 라인이다. 첫 10m 정도는 80도 정도 되는 직상 크랙이고 손과 발재밍이 가능하다. 자유등반을 꿈꿨으나 예상보다 어려워서 몇 번 캠을 잡고 갔다. 캠은 20m 정도까지 0.4-2호가 사용된다. 볼트는 25m 지점에 하나만 있다. 캠 2조가 있으면 정말 쾌적하고 안전하게 등반할 수 있다. 난 1조라 0.5호캠과 1호캠 2개를 이중으로 끌고 올라가는 방식을 택했다.
 
초반 5m 정도가 제일 어렵고, 10m-20m는 평이한 크랙 루트이다. 20-35m 구간은 계단 느낌의 크랙으로, 3호, 4호, 5호캠을 모두 사용할 수 있다. 위험한 루트라고 생각되지 않지만 선등자는 캠 설치에 어느정도 경험을 갖고 있어야한다. 크랙이 V자로 되어있어서 잘 친것처럼 보여도 날개의 접촉면이 그리 크지 않을 때가 있었다. 로프 유통과 캠 설치에 신경쓰며 올라가면 된다.

5피치에서 등반을 마치기로 했기 때문에 창곤씨를 후등시키고, 먼저 하강했다. 내려오니 상현씨가 시작 부분에서 올라가지 못하고 있었다. 나만 크랙 등반이 어려운줄 알았는데 다들 어려웠나보다. 인공등반을 위해 캠을 하나 주고 상현씨를 올려보냈다. 내려오니 서울등산학교 인원들은 이미 모두 하강하여 쾌적했다. 창곤씨와 상현씨가 등반을 마치고 내려오길 기다리며 음료수와 간식을 먹었다.

하강
변형 5피치 -> 테라스 (35m 외줄하강)
테라스 -> 소나무 (35m 외줄하강)
소나무 -> 표범길 시작지점 (60m 두줄하강)
 
하강은 매우 깔끔해서 좋았다.
 
은벽길 팀은 이미 먼저 내려가서 식당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카톡을 하강완료가 아니라 하산완료라고 보내서 커뮤니케이션 이슈가 생겼다... 5시 30분에 식당에 도착해 저녁을 먹고 집으로 향했다.

 
2. 총평
 
박쥐길은 재밌는 길이다. 소나무까지의 3피치는 초보자 선등코스로 정말 좋은 것 같다. 4피치부터 갑자기 까다로워지긴 하지만 주의해서 올라가면 괜찮은 것 같다. 아예 처음 가는 길이라 걱정이 앞섰는데, 공부를 하고 가니 괜찮았다. 개념도, 사진, 영상, 그리고 17 노승환 부원이 알려준 세부사항들도 도움이 많이 되었다. 날씨도 좋고, 인원도 적당하고, 오랜만에 정말 쾌적하게 등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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