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018 인수봉 의대길
1피치 시작점으로 바로 이동해서 11시쯤 등반을 시작했다. 지인과 함께한 등반이었는데 나는 후등으로 등반했다. 두 명이서 자일 한 동, 캠은 0.3, 0.4, 0.5, 2/3, 1, 2호를 챙겼다.
1피치는 무난한 느낌의 크랙과 슬랩이었다. 첫볼트는 오른쪽 높이 있지만 캠을 잘 치고 가면 문제 없을 것 같아 보였다. 좌측 크랙을 따라 언더로 잡고 쭉 올라가다가 왼쪽으로 넘어가면 너무 쉽지도 어렵지도 않은 슬랩이 나온다. 곧 쌍볼트와 오아시스가 나온다.
2피치는 두 번에 끊어서 등반했다. 초반부는 크랙을 따라 올라가다 캠을 하나 치고나면 왼쪽에 첫볼트가 있다. 이 볼트를 넘어가는 게 어려웠는데 준혁이 보고서에 있던 왼발을 믿어야 하는 곳이 여기였던 것 같다. 이 구간을 넘어가고 나면 의대길의 하이라이트이자 크럭스가 있는 구간이 나온다. 왼쪽의 크랙을 따라 올라가다가 오른쪽 쌍크랙 아래에 발을 넘긴 후 양 크랙을 잡고 약간 애매한 자세로 올라가다가 오른쪽 크랙으로 붙어 레이백으로 올라갔다. 오른쪽 크랙의 튀어나온 부분 넘어가는 게 어려웠는데 왼손을 깊숙이 재밍하고 밟을 데가 없어 보이는 왼발을 어찌저찌 밟아서 올라갔다. 아무래도 후등이니까 그냥 올라가진 것 같기도 하다. 그 위에 첫 볼트가 나오는데 그 구간이 가장 어려웠다. 오른발과 양손 재밍을 열심히 하려고 했던 것 같다. 레이백처럼 하려니 균형이 잘 안 잡혀서 오른발을 재밍하고 왼발을 가까이 딛고는 팔 힘을 많이 들여야 했던 것 같다. 완만한 부분이 나오면 위에 있는 턱에 올라서야 쌍볼트가 나온다.
3피치는 볼트따기를 해야 했다. 5개의 볼트가 있고 그 위에 쌍볼트가 있다. 볼트따기를 위해 턱 위에 올라서는 구간이 무서웠다. 손을 잡을 곳이 애매해서 언더를 잘 잡고 발을 과감하게 올려야 했다. 볼트도 자꾸 돌아가고 퀵만으로는 볼트 위에 서기가 어려워서 슬링을 이용해 밟으면서 올라갔다. 슬링을 그냥 쓰면 다음 퀵에 손이 안 닿아 슬링을 묶어 짧게 만든 후 한 발로 밟고 다른 발로 볼트를 밟고 일어서면 퀵이 닿아 그렇게 5번을 올라갔다. 슬링을 쓰면 더 편하지만 매번 퀵도 빼고 슬링도 빼야하는 게 번거로웠다. 마지막 볼트에서는 볼트를 밟고 일어서면 위에 좋은 턱이 있어 그걸 잡고 발을 높게 올린 후 맨틀링 하듯 올라갔다. 올라가면 쌍볼트가 있고 서있는 자리도 편하다.
선등자의 부상으로 3피치까지만 완료한 후 두 번의 하강에 걸쳐 오아시스에 내려와 커피와 간식을 먹고 하강했다. 단풍이 슬슬 들기 시작해서 경치가 좋았다. 오아시스에서도 두 번에 걸쳐 하강을 하고 이어 하산했다.
오전 10시에 우이역에서 만나 16시에 돌아왔다. 날씨는 21도/11도 였고 오아시스 전까지는 쌀쌀해서 후리스를 하나 겹쳐 입었고 그 전후로는 등산용 긴팔 하나로 충분했다. 너무 덥지도 춥지도 않고 딱 좋았다. 6월 이후로 암벽 등반은 처음인데 오랜만에 짜릿하기도 하고 아쉽기도 했지만 즐거운 등반이었다.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점이라면 선등자와 무게 차이가 많이 났는데 오랜만에 빌레이를 보면서 첫번째 추락을 받을 때 조금 더 능숙하게 대응하지 못했던 것이 있었다. 의대길은 나중에 몇번 더 가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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