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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보고
  
작성자 백준혁        
작성일 2023/02/28 (화)
분 류 YM 산행
등반일자 221009
장소,코스 선인봉 은벽
등반대원 백준혁(T)-노승환(S)-신동혁(L)
등반장비 캠 1조 + .3, 1호, 2호 캠
ㆍ추천: 0  ㆍ조회: 65      
221009 은벽(생일바위)
지난 고희산행 때 은벽길을 오른 다음날 전암에서 선등을 해보고 고민을 더 하다가 역시 나는 후등만으로 만족할 수 없는 사람이 된 것 같았다. 한창 넷플릭스에서 솔로 알파인 등반가 마크 앙드레 르클렉의 알피니스트를 보고 있던 때라(결말까진 보지 않았던 때였다..) 그 미친 듯한 자유를 반쪽이라도 누려보고 싶기도 했다.

1피치
무난했다. 초반엔 레이백으로 올라간다. 너무 쉬워서 캠을 안 치고 갈까 생각을 하다가 볼트에 퀵을 달러 가기 전에 만약에라도 떨어지면 크게 다칠 것 같아서 .75랑 1호 캠을 레이백 하는 크랙 사이에 치고 올라서서 슬랩이 시작되는 곳에서 팔을 뻗으면 볼트가 닿아 퀵을 설치했다. 퀵을 설치하고서부터는 안정감이 생겨서 자신 있게 슬랩을 할 수 있었다. 자신은 있었지만 내 실력은 그에 미치지 못했는지 한번 미끄러지고 두 번째에 성공했다. 두 번째 볼트에 퀵을 걸고 나서는 슬랩 직상은 불가능해 보여서 오른쪽으로 조금 가서 편안하게 올라갔다.

2피치
슬랩으로 진행하다 침니 이후에 크랙에 재밍을 하는 루트다. 슬랩 부분에 볼트가 있어서 마음이 괜찮았다. 처음 퀵을 걸려고 할 때 자세가 애매했는데, 퀵에 손을 가져가다가 슬립해버렸다. 시작점보다 약간 밑으로 내려가는데 기억이 잘 안 나지만 뒤돌아서 떨어진 것 같다. 다행히 다치진 않아서 바로 다시 시작했다. 이번 시도에는 방금보다 조금 낮은 지점에서 자세를 잡고 퀵을 걸어서 성공했다. 퀵을 하나 걸고 나니 더 안정감이 생겨서 슬랩은 계속 잘 올라갔다. 세 번째 퀵을 걸고 저번에 왔을 때 왼쪽의 침니로 갔으니 그쪽으로 들어가려고 했는데 침니의 안이 오버행처럼 보여서 그 부분만 넘겨서 들어가려고 조금만 더 올라가서 들어가자는 생각으로 침니로 들어가지 않고 더 갔다. 그런데 네 번째 퀵이 보일 때까지 들어갈 각이 안 보여서 계속 올라가게 되어버렸다. 덕분에 저번엔 안 걸었던 네 번째 볼트에 퀵을 걸고 어떻게 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성윤이처럼 옆에 있는 다른 루트의 확보점에서 끊어 갈지 그냥 원래 루트대로 갈지 고민하다 침니고 재밍이니까 안 떨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과 크랙에 캠을 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그냥 올라가기로 했다. 막상 침니를 지나 크랙으로 가니 캠이 쳐지는 크랙이 아니어서 좀 당황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위험할 수 있지만 절대 떨어지지 않을 자신감과 집중력이 있다고 생각했고 다행히 2피치를 무사히 끝냈다.

3피치
 지난번과 같이 레이백과 재밍, 스태밍을 잘 이용하면 쉽게 갈 수 있다. 하지만 선등은 조금 다르긴 했다. 첫 번째 캠을 2호를 쳤는데 나중에 승환이 형이 오버캐밍이 됐다고 하셨다. 좀 더 작은 1호캠을 써야 했다고.. 나도 캠을 칠 때 1호를 생각하고 장비걸이에서 뺐는데 색을 착각해서 2호를 꺼내 버렸다. 이미 꺼낸 걸 다시 장비걸이에 걸고 1호캠을 꺼내기까지 하기엔 무서워서 그냥 쳤는데 안 맞는 걸 끼워 넣다 보니 오버캐밍이 된 것 같다. 두 번째 캠은 3호를 선택했는데 4호를 치는 게 맞았다. 4호캠이 가장 튼튼하다는 소리를 들어서 떨어질 것 같지 않은 지금 3호로 커버해보고 4호는 아꼈다가 다음에 쓰자는 생각했다. 루트가 35m 정도 됐는데 볼트가 하나라 초반에 쓰기 아깝다는 생각이 컸던 것 같다. 다음에 은벽을 오를 사람이 있다면 3, 4호를 2개씩 챙기는 걸 추천한다. 3호 캠을 쳤을 때는 틈이 약간 남아서 캠을 거의 오므리지 않은 상태에서 박혔는데 안으로는 들어가도 밖으로는 안 나올 것 같아서 그냥 믿고 갔었다. 뒤에 생각해보니 4호캠을 쳤으면 깔끔했겠다 싶었다. 조금 더 가서 4호캠을 치고 레이백을 잘 쓰면서 볼트까지 갔다. 볼트에선 너무 힘들어서 조금 쉬면서 다음 무브를 어떻게 할지, 캠은 어떻게 칠지를 고민하다가 다시 등반했다. 이 이후에는 재밍만 잘하면 되어서 쉽게 완등했다.

지난번과 같게 하강은 2번으로 끊었고, 편안하게 등반이 끝났다. 전날 밤에 선인봉 야영장에서 캠핑하고 아침 일찍 등반을 시작했는데 등반도 스무스해서 1시 정도에 하강 완료해서 다른 팀이 언제쯤 끝나려나 하다가 목을 축이러 푸른샘터 쪽으로 갔는데 어디선가 들어본 목소리가 들린다 싶더니 승환이 형이 완수 형님 계신 것 같다고 해서 가서 인사드리다가 7단위 산행 날이었다는 걸 알게 되어서 같이 하산해서 할머니집으로 갔다. 이때부터 정인이네가 하산하고 도착할 때까지 등반을 함께 했던 승환이 형 동혁이와 담소도 나누고 형님들의 말씀도 들었다. 저녁 시간이 다 되어서 정인이도 생일바위를 잘 완료하고 도착했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되돌아보면 부족한 게 너무나 많은 톱이었다. 캠을 어떻게 칠지는 기본 중의 기본인데도 막상 바위에서 치려니 무서워 차분하게 생각하고 판단하기 어려웠다. 2피치 마지막의 크랙에서 순식간에 지나간 것처럼 맥스로 집중해서 성공적으로 등반했지만 승환이 형 말대로 10m 정도를 프리솔로로 간 것과 다름이 없었다. 너무나도 위험한 판단이었고, 다음 등반부터는 안전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자.

등반이 끝나고 나서 긴장이 많이 풀렸었다. 하강 전에 정신을 놓으면 안 되니 긴장의 끈을 놓지 않은 채 하강까지 완료한 뒤에는 내가 잘 완료했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았고 정신을 차리고 나니 너무 재밌었다. 언제나 내 앞에 먼저 가는 사람이 있었지만 내 앞에 아무도, 자일도 없는 곳을 내 힘으로 갈 수 있다는 것. 앞 사람의 자일로 정해진 길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내 판단으로 원하는 방식으로 갈 수 있다는 것. 내가 누리는 자유가 너무나 달콤했다. 무섭고 중압감도 컸지만 이런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경험은 정말이지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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