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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보고
  
작성자 강준아        
작성일 2022/09/27 (화)
분 류 YM 산행
등반일자 2022.09.24
장소,코스 도봉산 선인봉 선인B
등반대원 전양형님, 박완수 형님, 남윤수, 조유빈, 강준아
등반장비 캠 1.5조, 여분 캠 다수, 너트, 퀵 12개, 슬링 다수
ㆍ추천: 0  ㆍ조회: 66      
2022.09.24 선인봉 고희산행 선인B(남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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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9월 18일 재학생들의 인수봉 등반이 예정되어있었다. 오랜만의 인수봉이라 어느 길을 가야할까 고민중이었는데 머지않아 그 다음주에 있을 고희산행을 준비하고자 선인봉으로 가게 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선인봉은 더더욱 오랜만이었고 가본 길도 한손으로 꼽을 정도였기에 가장 무난하고 인기있는 표범이나 박쥐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잠시 뒤 선인B와 측면을 등반하게 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선인B는 이전에 전양형님과 대둔산을 등반하며 이야기 들었던 바가 있어 그 코스가 가지는 크나큰 의미는 인지하고 있었지만 직접 가게 될거라는 생각은 한번도 해보지 못했기에 당황하여 코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21세기 정보의 보고인 인터넷 상에 존재하는 선인B 등반 후기는 우리 농대산악부의 것이 유일했다. 하나같이 곡소리나는 줄글들과 어렴풋한 사진 몇장만을 본 나는 내심 겁에 질려 별로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유빈이에게도 그닥 가고 싶지 않은 듯 내색을 하자 유빈이는 선뜻 본인이 선인B 선등을 가겠다고 했고 나는 측면길을 가게 되었다.

측면길 등반을 마치고 선인B 시작지점으로 이동하자 온몸에 처절한 등반의 흔적을 남긴 우리 산악부 사람들이 보였다. 무시무시한 등반 후기를 듣고 그 등반잘하는 유빈이가 고생했다는 이야기를 듣자 안가길 잘했다는 생각을 막을 방도가 없었다. 할머니집에 내려와서 다같이 철의형님이 사주시는 막걸리를 들이키며 다음주에 대해 의논하는데 유빈이가 청소를 깨끗하게 해놨으니 다음주에 선등을 하면 된다고 웃으며 말했다. 머리가 살짝 어지러워졌지만 꼭 한번 가봐야 하는 길이고 정말 배울 점이 많은 등반이었다고 말을 하는 유빈이가 그렇게 피곤해보이던 눈동자를 빛내는 걸 보자 나도 모르게 동조되어 선인B를 올라보고 싶어졌다. 심지어 근래들어 선인B가 가장 깨끗하고 등반하기 좋은 상태일거라는 말까지 듣자 이 기회를 놓칠 수 없겠다는 생각에 도달해버렸다.

그런 와중에도 나름 긴장을 많이 했었기에 일주일간 침니등반을 위한 준비를 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해봐야겠다는 생각에 평소에 자주 하지 않던 가슴근육 운동과 하체 운동을 해주고 최상의 몸상태를 만들기 위해 잠도 열심히 잤다. 그러나 금요일은 우리 산악부의 미래인 정인씨의 생일이었고 동아리방에서 생일파티를 하다가 늦게 잠에 들었다. 두어시간 눈을 붙이고 일어나서 눈을 비비고 있는데 준혁이가 장비를 챙기러 들어왔다. 다같이 짐을 꾸리고 출발하였는데 서울대입구역에서 형님께서 부탁하신 장비를 놓고 온 것을 깨닫고 다시 되돌아가서 다같이 택시를 타고 도봉산으로 출발했다. 그러나 차길이 막혀서 지각을 해버렸다. 부랴부랴 어프로치를 하는데 몸상태가 좋지 않음이 느껴졌다. 이제와서 이런생각을 해봐야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에 체념하고 페이스를 조절하며 올랐다. 선인B 시작지점에는 전양형님, 춘식형님, 완수형님이 이미 도착해 계셨다.

선인B는 나, 완수형님, 전양형님, 준아, 유빈이 이렇게 5명이 가기로 정해졌다. 조금 더 쉬고 싶어서 조금 꾸물대고 있었는데 성윤이와 정인씨가 각각 은벽과 측면길을 선등한다며 씩씩하게 장비를 점검하는 모습을 보자 부끄러워져서 나도 부랴부랴 준비를 했다. 언제였는지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유빈이가 씩 웃으며 나에게 4호캠을 건네주었다. 거기에 전날 유빈이가 알려준 방식으로 데이지 체인 확보줄을 어깨에 걸어 장비를 끼워넣었고 등반 준비를 마쳤다. 완수형님께서 선인B의 오리지날 루트를 알려주신다고 하셨다. 원래는 박쥐길 시작 나무 있는 지점에서 바로 오른쪽으로 트래버스 했다고 하셨는데 사람들이 박쥐를 오르고 있어서 하늘길 왼쪽 지점에서 크랙을 타고 올라가다가 오른쪽으로 트래버스 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시작부터 긴장이 잔뜩 되어 올라가는데 뒤에서 완수형님의 조언이 계속 들려오자 왠지 모를 편안함이 찾아왔고 용기를 내어 오르기 시작했다. 오른쪽 트래버스가 10미터는 훌쩍 넘게 이어지는데 새로운 볼트도 하나 있고 낡은 볼트도 있어서 생각보다 안정적이었다. 볼트를 지나 소나무 위를 건너듯이 지나가는 구간에서도 크랙에 재밍을 하고 캠을 치고 넘어가니 안정적이고 재미도 있었다. 오로지 내 발걸음에만 집중하며 가는데 위에서 어디길 가냐고 물어보는 이유 모를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선인B를 간다고 하자 이렇게 다 가로질러서 오시면 사람들이 안 좋아 할 수도 있다고 하시며 등반하면서 선인B가는 사람은 처음 본다고 덧붙이셨다. 트래버스를 더 하며 하늘길 1피치 테라스로 올라가니 목소리의 주인공은 멀티피치 등반영상을 유튜브에 올리시는 분이었다. 그분을 지나쳐서 쌍볼트에 확보를 하고 주위를 둘러보자 경치가 너무나도 좋았다. 신기하고 재밌는 등반에 이어 너무나도 멋진 경치가 펼쳐지니 기분이 더할나위 없었다.

2피치는 오른쪽 사선으로 나있는 큰 크랙을 손으로 움켜잡으며 올라가서 약간은 애매하게 울룩불룩한 슬랩같은 크랙을 쭉 따라 올라가는 길이었다. 첫 번째 말바위라고 불리는 바위에는 낙석을 대비한 것으로 보이는 체인이 주렁주렁 걸려있었고 왠지 모르게 무서워서 조심조심 올랐다. 가는길에 사슴벌레를 만났다. 말바위를 넘으면 비좁지만 서있을 만한 공간이 있는데 쌍볼트는 없기 때문에 암강의 슬링에 확보하고 캠 2개를 추가해서 빌레이를 보았다. 캠을 3개 치고 싶었지만 사이즈가 맞는 캠이 없었다. 캠을 1.5조에 작은 사이즈는 2~3개씩 챙기고 너트까지 2세트를 챙겨왔는데도 캠을 칠 수 없다는게 좀 슬펐지만 벌어지다 좁아지는 크랙에 캠을 우겨넣자 굉장한 신뢰가 생겨서 그냥 믿기로 했다. 완수형님이 올라오시고 바로 내가 3피치를 출발했다.

3피치 부터는 대망의 침니천국의 시작이었다. 침니는 떨어져도 안떨어진다는 생각하나만으로 왼쪽벽을 등으로 밀고 오른쪽 벽의 재밍이 되는 크랙을 이용하여 열심히 비벼가며 올랐다. 생각보다 숨이 너무 많이 찼지만 침니의 특성상 휴식이 너무 좋았기에 숨을 열심히 고르며 캠이고 너트고 들어갈 것 같으면 다 꾸겨 넣어 두고 올랐다. 차근차근 오르자 어느새 오른쪽 크랙은 사라지고 왼쪽벽면의 크랙이 깊어지며 다른 양상의 침니가 나타났다. 그 지점에는 오래된 하켄같은 것이 있었는데 거기에 퀵을 걸고 자세를 반대로 바꿔서 오르는 것이라고 하셨다. 그래서 동작을 상상해보는데 도무지 모르겠어서 멍때리고 있자 완수형님이 내 마음대로 가라고 하셨다. 그래서 그냥 오르는데 내 몸은 본능적으로 크랙의 최대한 깊숙한 부분으로 파고들었다. 오른발과 오른손이 아무 역할을 해주지 못해서 너무 힘들었는데 4호캠을 쳐보니 아주 야무지게 들어갔다. 꿈틀거리면서 조금씩 오르자 크랙에 껴있는 촉스톤을 발견하고 반가운 마음에 덥석잡고 당겼는데 돌이 빠져서 식겁해서 다시 제자리에 끼워두었다. 이때 겁을 확 먹어서 호흡이 완전 망가졌는데 든든하게 나를 지탱해주는 4호캠을 질질 끌어가며 어거지로 올라갔다. 마지막에 턱을 잡고 몸을 당겨 올랐는데 나중에 완수형님이 오르실 때  보니 턱 옆에 엄청 큰 낙석 후보가 있었다. 캠을 이용해서 확보지점을 만드는데 여긴 확보점이 튼튼해야겠다는 생각에 캠3개에 이퀄라이징을 하고 백업용 캠과 남의 루트 볼트까지 연결해 두었다. 완수형님은 하켄부근에서 몸을 반대로 돌려서 왼쪽 침니 바깥쪽 홀드까지 사용하시며 올랐는데 굉장히 쉽게 올라오셔서 놀라웠다. 나중에 다시 오게된다면 몸을 돌려서 해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몸져누웠다.

막 루트를 끝냈을 때는 정말 녹초가 되어서 더는 못 올라가겠다고 생각했는데 거대한 침니의 그늘에서 오래 쉬다보니 더 갈 수 있겠다 싶었다. 4피치는 침니로 오르다가 두 개로 나뉘는 침니에서 왼쪽을 타고 올라가고 그대로 왼편으로 직상하다가 만나는 턱에서 피아노 치듯이 옆으로 넘어간다. 거기에 나타나는 말바위라 불리는 홀드는 좋은 턱 2개를 넘어가면 하늘길오른쪽 길의 확보점이 있어서 편안하게 확보할 수 있다. 완수형님이 처음 만나는 갈래길에서 왼편으로 오르는게 쉽지 않다고 하셔서 긴장을 하고 올랐다. 완수형님이 캠하나 치고 왼손 크랙에 넣고 왼발 올려서 넘어가라고 하시는데 이상하게 잡을 곳도 하나 없고 캠도 칠 수 없었다. 적잖이 당황하여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가 홀드를 찾으려고 크랙의 끝부분의 흙을 털어내려했는데 흙은 끝도 없이 쏟아지며 안쪽에는 깊숙한 크랙이 나타났다. 마치 보물찾기를 하듯이 미친 듯이 흙을 파헤쳤고 캠을 막 쑤셔넣었다. 캠도 안정적이진 않아서 불안했지만 그래도 좀전보다는 상황이 많이 좋아졌기에 왼손도 살짝 재밍을 하고 몸을 끌어올렸다. 침니가 너무 비좁아지자 자세가 너무 불폈했고 불안해서 끙끙대며 어렵게 올랐다. 이때 뼈저리게 느낀 점은 저번주에 철의형님의 주도하에 청소를 하지 않았으면 직전의 루트들을 오를수 없었겠다는 것이었다. 나도 청소를 해보려했지만 손으로 흙을 파내는데에는 한계가 있었고 철의 형님의 호미가 아른거렸다. 쏟아진 흙이 캠을 완전히 덮어버리자 이유모를 안도감이 들었고 용기내서 올라갔다. 캠이 잘 쳐지는 곳이 없어 불안했지만 그 뒤로는 손잡이가 좋았다. 말바위 직전에는 볼트도 하나 있었다. 오랜만에 보는 쌍볼트와 체인이 너무 반가웠다.

그 다음은 바로눈앞에 펼쳐지는 거대한 침니 속으로 들어가서 쌍크랙을 오르고 끝없는 침니를 올라 테라스로 올라서는 5피치였다. 쌍크랙은 굉장히 재밍도 잘되고 좋았지만 침니에 접어들자 겁이 덜컥 났다. 크랙에서 침니로 전환되는 부분이 지금껏 없던 고도감을 선사해서 동작은 소심해지고 몸은 점점 침니 안쪽을 파고들었다. 여기서도 4호캠이 너무도 큰 역할을 해주었다. 침니의 중간쯤까지 깊게 쑤셔 넣으면 4호캠이 안정적으로 걸려서 너무도 든든하게 용기내서 꿈틀거릴 수 있었다. 여기 침니는 흙은 없었지만 이끼와 먼지같은 것들이 너무 많았다. 혹시 잡을게 있을까 싶어 위에 손을 더듬거리다가 쏟아지는 이끼 부스러기가 눈에 들어갔고 잠시간 눈을 뜰 수가 없었다. 이때 느낀 것은 눈을 감아도 어차피 똑같은 동작이 이어지니까 별 다를게 없었다는 것이다. 오른쪽팔은 팔꿈치와 손으로 강하게 지지하고 오른발은 뒷꿈치와 암벽화 앞코로 지지한뒤 왼다리를 무릎과 발 바깥면, 왼팔은 그냥 냅다밀며 아주 조금씩 나아갔다. 칠수도 없는, 장비걸이를 가득채운 캠들이 원망스러웠지만 어깨에 건 데이지 체인에 걸려있어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계속 꿈틀거렸다. 숨이 턱끝까지 차오르고 너무 힘들어서 쉬려고 하는데 문득 추락하면 어떻게 될지가 궁금했다. 나는 계속 오른쪽 위로 진행을 했기 때문에 아래로 떨어지면 침니가 더 비좁아져 떨어질 수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들어서였다. 잠시 쉴겸 몸에 힘을 싹 풀었는데 조금 주르륵 미끌리더니 더는 움직이지 않았다. 이래서 캠이 필요없다고 하시는구나 하며 더 오르는데 아래에서 완수형님이 테라스로 빠지는 곳을 잘 찾아야한다고 소리치셨다. 등뒤쪽에 커다란 홀드들이 보였고 붙잡고 몸을 돌려서 일어나자 볼트가 보였다. 이게 웬떡이냐 하고 확보를 하고 고개를 삐죽 내밀자 테라스가 보였다. 너무 신났지만 이끼가 잔뜩묻은 암벽화와 힘이 빠져버린 다리고 슬랩을 한동작하려니 겁이 너무 났다. 암벽화를 바지에 막 문질러 닦았지만 바지도 더러운건 매한가지였다. 그래도 볼트가 있으니까 하고 스스로 위안하며 발을 옮기는데 다리가 달달떨리고 미끌리는 기분까지 들었다. 식겁해서 왼손을 쭉 넘기자 큰 홀드가 있어서 잡고 넘어갔는데 정말 아찔했다.

완수형님이 이어서 금방 올라오셨다. 완수형님은 이때까지 한순간도 쉬지 못하시고 선등빌레이, 등반, 후등빌레이, 후등빌레이 대타를 이어오셨기에 내가 나머지 빌레이를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완수형님이 홀링시스템을 가르쳐주신다고 했다. z 풀리를 만드는 연습을 몇 번해봤지만 산에서 게다가 빌레이로 사용하는건 처음이었다. 하다보니 어느 정도 적응도 되었고 좀 더 쉽게 당길 수 있었다. 나머지의 빌레이를 쭉이어서 봤는데 가방을 머리위에 이고 온 유빈이에게는 나의 홀링시스템의 힘이 전해지지 못한 것 같았다. 시간이 5시가 가까워져서 선인A 테라스로 이어지는 슬랩은 생략하기로 하고 하강을 시작했다. 하늘길의 작은 테라스로 한번, 하늘길 1피치 테라스로 2번, 시작지점으로 3번 하강하여 등반을 완료할 수 있었다. 밑에는 춘식형님이 계셨는데 너무 반가웠다. 등반을 무사히 마치고 내려왔다는 안도감에 다리에 힘이 쭉쭉 빠졌고 다리는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준아한테 짐을 들어달라고 했는데 진짜 들어줘서 어디까지 들어주나 궁금해졌다. 준아의 가방이 가득차서 그만두고 내려가는데 가방이 무척 가벼워서 신났다. 성윤이가 멋지게 생일바위를 끝냈다는 소식과 함께 아주 기분 좋게 하산을 시작했다.
천만불 식당으로 이동하자 고희산행의 행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오랜만에 뵙는 형님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자리에 앉아 60주년을 곁들인 고희산행 행사를 보자 너무 즐거웠다. 하지만 마음과 달리 몸은 죽어나고 있었고 그 맛있는 막걸리가 독약처럼 느껴졌다. 화장실에서 눈에 들어간 이끼를 닦아냈는데도 눈이 자꾸 따끔거려서 혼났다. 무르익은 분위기 속에 이어지는 형님들의 멋진 연사를 듣고 있으니 묘하게 선인B가 좋아져갔다. 아직은 다시가고 싶은 생각이 들지는 않지만 언젠가 내가 전양 형님과 완수형님이 전해주신 농대산악부의 역사와 추억이 고스란히 담긴 길을 우리산악부를 사랑하는 후배들에게 그대로 전해줄수 있다면 너무 좋겠다는 생각으로 자리를 마무리 하고 집으로 향했다. 다음날 신입교육이 있어서 집가서 뻗을까 했지만 성윤이의 생일축하는 참을 수 없어서 집가서 이끼를 빡빡 닦아내고 반실로 향했다.
참으로 인상적인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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