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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limbing reports
산행 보고
  
작성자 정성윤        
작성일 2021/08/01 (일)
분 류 YM 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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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반일자 210722~210723
장소,코스 경남 진주 대곡면 산288번지, 남강
등반대원 OB: 박시한, 박범진, 정철의, 김신혜 YB: 남윤수, 박민규, 조유빈, 강준아, 정성윤
등반장비 40m 자일 1동, 하네스(퀵 1, atc 1, 잠금 카라비너 여러개), 암벽화, 헬멧, 침낭
ㆍ추천: 0  ㆍ조회: 25      
210722-23 진주 남강암


7월 22-23일 진주 남강암 등반

22일 망진산 봉수대(5.10a), 비봉산의 봄(5.10b/c), 의암(5.10a)
23일 새벼리(5.9) 선등, 뒤벼리(5.9) 후등, 남강의 윤슬(5.10a), 촉석루(5.10a)


7월 22일 경남 진주로 등반을 하러 갔다. 8시 30분에 고속터미널에서 출발할 예정이었으나 버스를 놓쳐 9시 차를 타고 진주 개양으로 갔다. (약 3시간 30분 소요) 진주 도착 후 택시를 타고 남강암까지 이동했다. (약 20분 소요) 어프로치는 따로 없었다. 날씨가 덥진 않을까 걱정했지만 진주는 그다지 덥진 않았다.

남강암은 층리가 뚜렷하게 나타나는 바위였다. 부서진 부분이 계단처럼 보이기도 하고 척 보기엔 꽤 오르기 좋아보였다. 생소한 모습의 암벽이라 신기하기도 했다. 바위 앞엔 남강이 흐르고 있어 경치가 좋았다. 오랜만에 푸른 하늘과 어우러지는 초록빛이 가득한 풍경을 본 것 같았다. 지난 집중 RC 후로 한 달만에 하는 첫 자연 암벽이라 조금 긴장했지만 주변 풍경이 좋아 마음이 조금 들떴다. 도착하자마자 텐트를 치고 다른 부원들이 도착한 후 점심을 먹고 등반을 시작했다. 오랜만에 해서인지 선뜻 도전할 마음이 안 났다. 한참을 쉬다가 바위를 잡은 것 같다.
첫 바위 난이도가 5.10a라 조금 걱정했다. 오랜만이기도 하고 5.10a 이상은 몇 번 해보지 않아 잘 해낼지 확신이 없었었다. 바위도 막상 오르다보니 잡을 데나 발 디딜 데나 생긴 것만큼 썩 좋진 않았고 잘 부서지기도 했다. 그런 마음에 바위를 오르는게 자신이 없었는데 이제 와 생각해보니 더 용기 있게 도전해도 좋았을 것 같다. 아무도 오르지 않았던 길도 개척하는데 이미 길이 있는데도 못 오를 건 없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망진산 봉수대(5.10a)는 어려운 구간이 하나 있었다. 양손과 왼발이 불안한 상태에서 왼발로 한발짝 올라서야 손이 잡히는 구간이었다. 손발이 영 못 믿음직했지만 에라 모르겠다하고 오른손으로 당기면서 일어서니 윗부분에 왼손이 잘 잡혔다. 그 이후로는 무난하게 올라갔다. 암벽의 직벽 구간이 지나 윗부분에는 바닥이 평평해서 서 있을 수 있는 구간이 두 군데 정도 있었다. 해가 암벽을 비출 때 오르느라 땀이 송글송글 맺혔지만 등반을 완료하고 난 후 위에서 본 풍경은 내려가기 싫을 정도였다.
비봉산의 봄(5.10b/c)은 난이도가 높았던만큼 오르는데 더 오래 걸렸다. 크랙을 잡고 일어서는 동작이 어려웠다. 양손으로 크랙을 잡고 몸이 오른쪽으로 기울게 매달린 상태에서 버티면서 올라가자니 팔힘이 많이 들어 힘들었다. 시한 형님이 크랙은 왼손으로만 잡고 오른손으로 오른쪽의 벽을 밀면서 올라가라고 조언해주셨다. 팔을 벌리니 힘들어 했던 게 민망할 정도로 쉽게 일어설 수 있었다. 바위를 오르면서 여러 자세를 시도해보며 힘을 덜 들이고 올라갈 수 있는 자세를 찾아가는 게 중요할 것 같았다. 마찬가지로 한 군데가 까다로웠고 그 다음은 어렵지 않았다. 완료할 무렵 노을이 지면서 남강이 더 아름다워보였다. 사진을 못 찍은 것이 아쉬웠지만 사진엔 담기지 않아서 더 아름답게 기억에 남은 것 같기도 하다.
의암(5.10a)은 해가 지고난 후에 등반했다. 올라가고 난 후 더 깜깜해져서 헤드랜턴을 착용하고 아래에서도 빛을 비춰주며 올라갔다. 올라가는 도중에 랜턴이 벽에 부딪혀 빛이 흐리게 나오지 않도록 계속 신경 써야했다. 한치 앞만 비추며 올라가려니 잡을 곳이 잘 안 보여 어렵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가는 방향에 집중할 수 있었다. 어두워서 어려운 구간인지 아닌지도 분간이 안 돼서 어렵지도 쉽지도 않게 등반한 것 같다. 야바위는 처음이라 정신이 없어 올라가자마자 내려온 것 같다.
의암을 등반한 후 내려오고 나니 아쉬움이 남았다. 잡을 곳은 보이는데 발을 아무리 들어도 손이 아슬아슬하게 닿질 않으니 답답했다. 매번 더 열심히 발 디딜 곳을 찾고 한 번 더 발을 차야 겨우 잡을 수 있다는 게 괜히 억울해서 내 작은 키 탓을 했다. 모든 것엔 장단점이 있다고 하니 내 신체 조건이 유리하게 작용하는 경우도 분명 있을 것이다. 모자란만큼 지금보다 더 높이 일어서고 발을 들어서 안 된다면 뛰어서라도 오르면 해결될 문제다. 그래도 안 된다면 다른 방식을 찾아서라도 올라갈 수는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의 내 상태에서 최선을 다해 손을 뻗었을 때 그 몇 센치가 모자라 실패한 기억이 쌓이다 보니 우울해졌다. 볼더링을 할 때도 자주 느꼈던 터라 그날만큼은 내 손만 안 닿는 것 같아 등반을 완료하고 내려온 후에도 성취감이 들긴커녕 의욕만 떨어졌다.
저녁을 먹고 달이 비출 때쯤 남강을 따라 걸었다. 워낙 초목이 우거져 강은 나뭇가지 사이로만 잠깐식 보였다. 걷다보니 어두운 와중에도 달이 밝아서 높게 자란 나무 몇그루가 보였는데 자작나무였는지 흰 몸통이 쭉 뻗어 있는 모습이 이질적이라 무서웠다. 텐트로 돌아와 침낭을 깔고 누웠는데 잠이 잘 오지 않았다.

7월 23일 5시쯤 일어났던 집중 RC 때와는 다르게 느지막하게 일어나서 식사 후에 등반을 했다.
새벼리(5.9) 선등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첫 선등으로 난이도가 높지 않아 도전했었는데 후등과는 올라갈 때의 기분이 꽤 달랐다. 시작하고 나선 생각만큼 무섭진 않았다. 올라가는 동안은 자일에 매달려 있지 않으니 움직임이나 방향 이동이 자유롭다는 점에서 후등보다 낫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나 마지막 쌍볼트에서는 무서워서 포기해버리고 싶었다. 평평한 턱이 있고 직벽에서 발을 두 번 올리고 일어서야 쌍볼트에 손이 닿는 높이였다. 처음 양발을 올리는 것부터 꽤 까다로웠다. 발을 올리고 잡은 오른손이 좋지 않아 발을 더 올리기 어려웠고 오른발이 계속 미끄러지면서 오른손도 바위를 놓쳐 발을 더 못 올리고 미끄러져 내려오기를 반복했다. 바로 전 볼트는 턱 아래에 있어 마지막 쌍볼트에서 넘어지거나 떨어지면 턱에 부딪히고 아래로 더 떨어지는 상황이어서 과감하게 일어서기가 더 어려웠다. 이 때 시간이 꽤 오래 걸렸다. 선등을 하면서 오는 무서움도 알게된 것 같다. 자존심도 자존심이거니와 포기하고 싶어도 선등이라 오도 가도 못 하는 상황이어서 무서움을 참는 방법밖에 없었다. 정말 떨어지면 죽는다는 생각만 들었고 오른발을 발끝으로 힘줘서 딛고 일어서서 왼발을 한 번 더 올릴 수 있었다. 완료하고 난 후 이제 경치 구경할 새도 없이 내려왔다.
뒤벼리(5.9)는 같은 5.9 난이도여서 또 선등을 하기로 했다. 5.9보다 어렵다고 했지만 5.10a보단 쉬울 거라 생각해서 도전했던 건데 왜인지 5.10a보다도 어려운 느낌이었다. 세 번째 볼트까지 무난하게 통과한 후 크럭스 부분인 네 번째 볼트가 남았었다. 한참을 시도하다 발을 오른쪽 대각선 아래 방향으로 최대한 밀면서 왼손으로 벽을 잡고 오른다리를 얕은 턱에 올리고 나니 네 번째 볼트에 손이 닿았다. 다리를 올린 자세가 불안정해 조금 버티다가 오른손으로 자일을 끌어올려 퀵에 걸려는데 그 순간 몸이 뒤로 넘어가서 떨어졌다. 빌레이어가 줄을 주던 상태에서 떨어지는 바람에 순식간에 두 번째 볼트 아래까지 떨어졌다. 다행히 벽에서 몸이 떨어져 있어 부딪히진 않았지만 자일에 다리가 걸려 멍이 들었다. 이렇게 떨어져 본 적이 처음이었는데 무섭진 않았지만 자칫하면 다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 안전하게 후등으로 올랐다. 아쉽긴 했지만 무리해서 선등하고 싶진 않았다.
남강의 윤슬(5.10a)은 평이하게 올라갔던 것 같다. 발 디딜 곳도 좋고 손 잡을 데도 좋았다. 중간에 발끝에 힘을 주고 왼발로 벽을 차면서 손을 뻗었던 구간이 조금 까다로웠고 바위가 돌출된 부분이 있어 그 위에 올라서는 게 조금 무서웠다. 마지막 턱에 올라가는 부분에서는 오른발이 안 올라가는 높이라 오른무릎을 올려서 상체를 더 끌어올린 다음 발을 올렸다. 자연암벽을 하고 나면 항상 무릎에 멍이 많이 들어 그 이유가 궁금했는데 발이 안 올라갈 때 무릎을 올려서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릎을 쓰는 게 발에 비해 불안정하기도 하고 무게중심이 벽에서 멀어져 떨어지기 쉬워져서 좋은 방법은 아닌 것 같지만 현재로서는 왼발을 더 이상 높이지 못하는 경우엔 무릎을 쓰지 않는 것 말고는 어떻게 올라가야 할지 잘 모르겠다.
촉석루(5.10a)는 시작이 조금 까다롭다고 들었지만 평이했던 것 같다. 왼발을 높이 올리고 오른발을 반대 방향에 올리고 나서는 무게중심을 오른쪽 발로 이동하며 일어서서 어려운 구간을 넘을 수 있었다. 그냥 올라갈 때보다 빌레이어가 자세나 방향에 대해 알려주니 훨씬 수월했던 것 같다.

이틀 동안 진주 남강암에서 7개 길을 등반했는데 미완성이었던 한 개를 빼고 남은 두 길을 못 가본 게 조금 아쉬웠다. 그래도 다음에 왔을 때 새롭게 할 수 있는 길이 남아있다는 거라 위안 삼기로 했다.




8칸의 벽
집중 RC 이후 자연 암벽은 안 갔지만 실내암장에 볼더링을 하러 자주 가곤 했다. 자주 가는 암장에서 꼭 안 풀리는 문제들을 보다보니 발 홀드로부터 8칸 위에 있는 손 홀드를 못 잡는다는 걸 알게 됐다. 갈 때마다 못 풀었던 문제들을 시도해보는데 나에게는 그 마지막 홀드를 잡는 게 너무도 어려워서 8칸의 벽처럼 느껴졌다. 뛰기엔 너무 높아서 무섭고 천천히 가기엔 손이 안 닿아서 매번 마지막 홀드를 두고 내려왔었다. 이러기를 반복하다보니 매번 올 때마다 풀었던 문제들은 풀지만 못 푸는 문제들은 또 못 풀고 돌아가서 지난 번과 다를 바 없어 제자리걸음을 하는 기분이었다. 그러다 하루는 집에 가기 직전에 내가 못 풀었던 문제들보다 한 단계 어려운 난이도의 문제를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해봤는데 못 할 것 같은 문제 말고 안 해본 문제나 맛만 볼까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도전했던 건데 생각보다 쉽게 풀어버렸다. 심지어 내가 잡았던 마지막 홀드는 발 홀드로부터 9칸 위의 홀드였다. 물론 그 문제는 밸런스 문제고 발 홀드에서 수직으로 쉬에 손 홀드가 있어 비교적 잡기 쉬운 문제였다. 그렇지만 내가 절대 넘지 못할 벽이라고 생각했던 8칸을 넘어서서 정말 기뻤다. 물론 내가 못 풀었던 문제들을 푼 건 아니니 완전히 넘어섰다고 할 수 없을지라도 그 8칸이 못 넘을 벽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작정 못 푼 문제에 집착하기보단 내가 풀 수 있는 문제들과 내가 잘 푸는 유형의 문제들을 풀면서 실력을 다지면 나중엔 그 문제들도 풀 수 있지 않을까? 볼더링의 경우 문제를 풀었다는 성취감이 운동을 지속적으로 하는데 동기를 부여해주는만큼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기로 했다. 솔직해지자면 아직 내 작은 키에 대한 콤플렉스를 극복하진 못 했다. 여전히 그 몇 센치가 모자라서 마지막 홀드를 못 잡았을 때, 실력이 비슷하더라도 내 키가 핸디캡이된다는 게 유쾌하진 않지만 어쩔 수 없는 거니까 노력해보려고 한다. 실력으로 키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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