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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limbing reports
산행 보고
  
작성자 김신혜        
작성일 2021/07/24 (토)
분 류 OM 산행
등반일자 2021/0722~23
장소,코스 진주 남강암
ㆍ추천: 0  ㆍ조회: 33      
210722~23 진주 남강암
  어쩌다보니 보고서가 많이 밀려버렸다. 집중RC 가기 전에 갔다온 고독길, 집중RC 마지막 이틀, 윤수, 준아랑 갔다온 자운암, 윤수, 정현이랑 갔다온 고독길까지. 항상 길게 쓰다보니까 보고서 한 번 쓰는데 세 시간은 족히 걸리고 그러다보니 자꾸 미루게 된다. 이러다 밀린 게 너무 많아 영원히 보고서를 안 쓰게 될 것 같아서 이번에 진주에 갔다온 보고서는 간단히 빨리 써버리기로 결심했다.

  집중RC에서 철의형님, 시한형님, 범진형님이 계실 때 내가 평일에 진주 암장에 한 번 가자는 말을 꺼냈고 철의형님의 멋진 추진력으로 산행 계획이 생겨났다. 방학이라 가고 싶다는 재학생들도 많았다. 약속이라도 한듯 윤수, 유빈이, 준아, 민규, 성윤이. 이렇게 열정맨들로만 팀이 꾸려졌다. 전날 미리 장비를 챙겨서 아침 8시반 차를 타기 위해 고속터미널로 갔다. 도착하니 남자애들 셋이 기다리고 있었다. 탑승장을 찾을 것도 없이 애들 행색이 너무 우리 애들이었다. 자석처럼 이끌려서 가보니 민규는 표를 전날 차로 잘못 예매해서 34,000원을 날리고 다시 했다고 하고, 준아는 고속터미널이 아닌 남부터미널로 가버려서 표를 취소하고 새로 끊었다고 하고, 성윤이는 딱 맞게 도착할 것 같다고 했다. 다른 사람들 때문에 차가 예정 시간보다 1분 늦게 출발했지만 성윤이는 아직 지하철역에도 도착하지 못해서 버스는 떠나고 말았다. 그래서 성윤이는 따로 9시 차로 왔다. 시작부터 쉽지가 않았다. 나는 전날 잠을 많이 못 자서 차에 타자마자 기절해서 휴게소도 안 들르고 거의 4시간을 내리 잤다. 애들은 휴게소에서 내렸다가 시외버스를 타고 온 준아랑 마주쳤다고 했다. 진주 개양에 도착해서 가위바위보에 진 윤수는 정류장에서 준아랑 성윤이를 기다리고 나는 민규, 유빈이랑 같이 시한 형님 차를 타고 롯데마트로 장을 보러 갔다. 형님이 삼천포까지 가서 회를 사왔다고 하셨는데 그 사실을 깜빡 잊고 고기를 넉넉한 9인분을 사버렸다. 물과 음료, 간식들을 사서 암장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형님한테 어프로치가 어떠냐고 물어보니까 꽤 길다고 하시더니 10m라고 하셨다. 도착하니 좁은 도로를 사이에 두고 왼쪽에는 남강이 흐르고 오른쪽에는 암벽이 자리하고 있었다. 택시로 먼저 도착한 애들이 벌써 장비를 착용하고 줄을 걸어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차에서 장 봐온 것들을 꺼내 그늘에 내려놓고 우선 간단하게 라면에 막걸리를 한 잔 씩 했다.

  바로 장비를 착용하고 등반을 시작했는데, 나는 아직도 너무 졸리고 피곤해서 시한 형님이 마트에서 사오신 의자에 앉아 애들이 하는 걸 지켜봤다. 준아는 5.9 선등을 서고, 유빈이랑 민규는 5.10a를 각각 선등 서서 올랐다. 애들이 선등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게 신기했다. 성윤이가 왼쪽에 있는 망진산 봉수대(5.10a)를 올라갔다온 다음 내가 같은 길에 붙었다. 시작하기 전에 바위를 만져봤을 때 너무 미끄려워서 좀 겁이 났다. 크럭스에서 너무도 손홀드같이 생긴 홀드를 만져보니 흐르는 홀드였다. 성윤이가 그걸 대충 잡은 다음 더 위를 잡으라는데, 위에 있는 홀드도 안 좋을 것 같고 그 홀드도 너무 안 좋고 디딜 데도 없어서 힘들었다. 간신히 올라갔다온 다음 또 한참을 쉬었다. RC에서 얻은 무릎 부상으로 근 3주를 쉬었더니 암벽에 갈 때마다 실력이 많이 안 좋아진 게 느껴져서 이번 암벽에서도 초반에 자신이 없었던 것 같다.

  또 한참 쉬다가 비봉산의 봄(5.10b/c) 루트를 올랐다. 제일 처음 했던 10a에서는 울고 싶었는데 이상하게 여기는 또 쉽게 올라가졌다. 홀드가 분명하고 잘 잡히고 크럭스가 크럭스 같지가 않았다. 사실 어려운 부분이 한 군데도 없어서 어떤 길이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선등 설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내려와서 또 한참을 쉬면서 영현 형님이 가져오신 아이스크림과 음료를 질리도록 먹었다. 해가 지려고 해서 윤수랑 민규는 데크에 텐트를 치러 가고, 나도 해 지기 전에 빠르게 한 코스를 하기 위해 진양호 노을(5.10d)에 붙었다. 앞서 유빈이가 올라갈 때도 쉽지 않아보였고, 민규도 결국 크럭스를 넘지 못하고 내려와서 해볼지 말지 고민이 되긴 했는데, 어차피 후등이고 크럭스까지 가는 건 쉽다고 해서 만져나보자는 생각으로 붙었다. 크럭스에 도착했는데, 다른 사람들이 올라가는 걸 계속 관찰한 덕인지 뭘 해야 할지가 머릿속에 다 있었다. 크럭스 직전에 있는 턱을 밟고 서서 왼쪽에 있는 직각 크랙을 잡았다. 더듬어보니 손가락이 살짝 걸리는 부분이 있었다. 10d라고 해서 그 크랙이 그렇게 좋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는데 생각 이상으로 너무 좋았다. 방향도 좋아서 멋진 레이백 자세가 나오는데 벽 왼쪽 면에 보니 심지어 딱 발이 있어야 할 자리에 밟을만 한 곳이 있었다. 그렇게 레이백으로 한 스텝 정도 올리면 오른쪽에 비슷하게 생긴 큰 홈이 두 개 있는데, 그 중 왼쪽이 좋은 홀드다. 사실 10d니까 좋아봤자 얼마나 좋겠냐 생각하면서 잡았는데 손에 착 감기는 좋은 홀드였다. 그렇게 올라서니 바로 위에 턱이 잡혔고 그 위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마치 수능 만점자가 정답이 눈에 다 보였다고 하는 것처럼 무브가 눈에 보이는 신기한 경험이었다. 혹시 영현형님이 가져오신 음료에 약이 타져 있던 게 아닌지 도핑 테스트를 해봐야 될 것 같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진양호 노을을 끝냈을 때 정말 딱 노을이 지고 있었는데, 암벽 맞은 편으로 탁 트인 풍경 속에 남강이 분홍빛으로 젖어가고 있었다. 투명한 물에 붉은 하늘과 구름이 반사돼서 너무 예뻤다. 아쉽게도 나도, 옆 길로 같이 올라온 성윤이도 핸드폰을 밑에 두고 와서 사진으로 남기지 못했다. 아쉬운 마음에 아래서 나무 사이로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내가 진양호 노을을 올라가기 전에 철의형님이 도착하셨고, 시한형님은 범진형님을 데리러 가셨다. 형님들이 오신 후에 해가 졌는데 성윤이가 의암(5.10a)을 후등으로 오르겠다고 해서 내가 빌레이를 봐줬다. 해드랜턴을 꼈는데도 잘 안 보여서 철의형님이 차를 가져와서 라이트를 비춰보기도 하고 밑에서 윤수가 강력한 해드랜턴으로 비춰주기도 했다. 정리하고 밥을 먹을까 하다가 등반을 너무 안 한 것 같아서 나도 의암을 오르기로 했다. 루트는 굉장히 쉬운데 해드랜턴 빛이 약한 건지 발이 잘 안 보였다. 윤수가 밑에서 비춰줄 때는 잘 보였는데 윤수가 끄니까 발이 그냥 안 보였다. 그래도 쉬운 길이라 빠르게 올라갔다 올 수 있었다.

 시한형님이 사오신 회를 가지고 철의형님이 막회를 만들어주셔서 맛있게 먹었는데 어마어마한 양의 밥을 보고 낮에 사온 고기가 생각나 슬슬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회가 있다는 걸 생각 안 하고 산 고기+고기랑 회가 있다는 걸 생각 안 하고 지은 밥+고기랑 밥이 이렇게 많아질 걸 모르고 산 회 쓰리콤보로 양이 엄청나게 많아졌다. 난 회에서 이미 배가 불러서 고기는 거의 먹지 못했고, 무한한 위장을 가진 줄 알았던 윤수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고기를 다 해치우지 못했다. 막걸리를 좀 마시다가 재학생들이 하나둘 텐트로 들어가고 나도 너무 피곤해서 먼저 자러 들어갔다.

 술 마시면서 패기롭게 일출 등반을 하자고 말했지만 아침이 되니 아무도 먼저 기상할 생각이 없었다. 느지막히 일어나서 몇 명은 등반을 하고 몇 명은 아침 준비를 했다. 유빈이가 끓인 오뎅 만둣국을 먹고 윤수를 따라서 5.10a 촉석루를 했다. 시작이 약간 오버행이어서 턱에 올라서자마자 방심했다가 뒤로 날아갈듯 휘청했다. 중앙에서 살짝 왼쪽에 세 개 정도 계란처럼? 생긴 홀드가 있는데 엄청 열심히 잡아야 잡히는 별로 좋지 않은 홀드였다. 그걸 잡고 왼 다리를 어떻게 잘 올리고 오른 다리를 높게 들어서 거의 팔 옆에 있는 턱에 올려서 그쪽으로 무게 중심을 옮긴 다음 볼트 오른쪽 위에 있는 홀드를 잡아야 했다. 이 마저도 시한형님이 알려주신 거지 붙어서는 뭘 해야 할지 감이 안 왔다. 벽이 밀어내고 있어서 손을 놓치면 붕 뜰 것 같아서 안 좋은 홀드를 잡고 버티느라 힘이 쭉쭉 빠졌다. 말이 쉽지 안 좋은 홀드를 잡은 다음에 왼발을 올릴 곳도 마땅치 않았고, 오른발을 올려야 하는 턱은 너무 높고, 그 다음에 잡아야 한다는 오른손 홀드도 턱에 가려서 전혀 보이지 않았다. 몇 번 시도하다가 결국 오른쪽 위에 있는 그나마 괜찮은 홀드를 양손으로 잡고 거의 오버행인 바위를 팔 힘으로만 끌어당겨 넘어섰다. 마지막 쌍볼트에서도 한 스텝 일어나야 했는데 윤수가 시작 무브보다도 거기가 더 어렵다고 해서 걱정이 됐다. 바로 아래 턱도 있고 해서 선등을 선다는 생각으로 해봤는데 너무 무서웠다.

 그 다음으로는 월아산 해돋이(5.10a)를 했는데, 여기도 마찬가지로 쌍볼트 직전이 조금 힘들었다. 바로 옆에 있는 남강의 윤슬(5.10a)도 했는데, 볼트 신경 안 쓰고 가다보면 오른쪽으로 빠지기 쉬운 길이었다. 크게 어려운 부분은 없었던 것 같다. 전날 했던 5.10d를 오르는 영상을 찍고 싶어서 힘을 비축했다. 일어나자마자 세 루트를 거의 쉬지 않고 해버리는 바람에 팔 힘을 많이 쓴 상태였다. 좀 쉬다가 민규한테 동영상을 찍어달라고 부탁하고 윤수 빌레이로 진양호 노을을 올랐다. 역시나 크럭스 무브는 분명했다. 문제는 볼트에 퀵이 걸려있는 게 복병이었다. 전날은 퀵이 다 회수된 상태여서 쉽게 올랐는데 퀵을 회수하는 게 힘을 많이 잡아먹었다. 크럭스 직후에도 턱을 넘어야 되는데 홀드가 별로 좋지 않아서 그 자세로 퀵을 회수하기가 힘들었다. 결국 텐션을 받고 쉰 다음 퀵을 회수하고 올라갔다. 위로는 어려운 게 없어서 금방 완료하고 내려와서 크럭스만 다시 해봤다. 다시 해도 홀드가 정말 좋았는데, 힘이 많이 빠져서 턱 넘는 건 결국 못 하고 내려왔다.

 유빈이가 어제 남은 고기와 김치를 가지고 두루치기와 김치찌개 중간의 어떤 것을 만들어서 다같이 점심을 먹었다. 얼마 없는 라면을 준아가 형님들께 모두 나눠줘서 우리는 남은 걸 냄비째로 먹었는데, 나중에 짐 정리하면서 보니까 라면 5봉지 묶음이 굴러다니고 있었다. 아침부터 너무 열심히 등반한 탓인지 애들이 다들 빨리 서울로 가고 싶어했고 나도 다음날 일찍 일어나야 해서 4시 차를 타기로 했다. 2시 반쯤 결정을 한 거라 후다닥 텐트랑 식기를 정리했는데도 시간이 많이 촉박했다. 범진형님께서 진양호 노을 선등을 시도하고 계셨는데 거기에 우리 퀵도 있어서 어차피 4시 차는 안 될 것 같아서 4시 50분 차를 타기로 계획을 변경했다. 윤수가 퀵을 회수하려고 5.10b/c를 맨발로 올라갔다. 아무리 10b/c 치고는 쉽다고 해도 맨발로 가다니... 시한형님이 친구분께 네가 아까 헤맨 데를 쟤가 지금 맨발로 올라가는 것 좀 보라고 하셨다. 어이없게도 빠르게 퀵을 회수하고 내려왔다.

 지금까지 한 루트를 세보니까 맨 왼쪽에 있는 5.9짜리 2개랑 맨 오른쪽 10a 솔밭사이로 강물은흐르고를 제외하고는 모든 루트를 후등으로 한 번씩 올라본 상태였다. 그래서 마지막 남은 10a까지 하고 가고 싶었는데 급하게 서울로 가게 되다보니 마지막 루트는 할 수가 없었다. 진주에 다시 내려가야 할 이유로 남겨두고 개양에서 버스를 타고 서울로 돌아왔다. 다시 생각해도 10b/c랑 10d가 그렇게 쉬웠던 게 이상하다. 실력이 조금 더 는 후에 다시 가면 모든 루트를 선등 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무릎 부상 이후에 자운암에서 전에는 더 쉽게 했던 것들이 너무 힘들어져서 자괴감이 들었었는데 이번에 자존감을 회복하게 되어 기분이 좋다. 무릎도 많이 나아가고 있으니 이번 여름 다시 열정을 가지고 등반을 시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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