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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성훈        
작성일 2021/06/27 (일)
분 류 YM 산행
ㆍ추천: 3  ㆍ조회: 41      
2021 설악산 집중RC 6.19~6.24
19일 몽유도원도


1피치 시작점이 그냥 평범하게 등산로 옆에 있을거같은 바위였다. 암벽화를 신었다가는 흙만 잔뜩 묻힐 것 같아 그냥 등산화를 신었다. 안자일렌으로 최소한의 안전만 확보하고 올라가기로 했다.
3피치즈음 5.8난이도가 나와서 윤수형이 빌레이를 보고 지희가 선등을 섰다. 나는 라스트라 시간이 좀 남았고, 바로옆에 코락길을 오르는 채현이형을  구경하면서 갔다
5피치? 즈음 침니와 크랙이 섞인 무언가를 오르는 곳이 있었는데, 루트 전체적으로 볼트가 거의 없다시피해서 캠을 치며 가야했다.

하강이 몇번있엇는데 짧아서 빠르게빠르게 지나갔다.
7피치에서 손 들어가는 좋은 크랙 하나 잡고 일어나서 위쪽에 굵고 매끄러운 크랙에 재밍해서 턱을 넘는 동작이 있었는데, 위쪽에 좋은 홀드가 있지만 거리가 멀고 중간의 크랙은 매끄러워서 지희가 시간을 많이 써서 캠을 잡고 갔다.
나도 째밍은 자신이 없어서, 그쪽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차라리 옆에있는 오버행을 쓰기로 했다.
왼손은 작은크랙잡고, 오른손으로 높이 있는 좋은 크랙을   잡고 왼발을 오른쪽 위로  하이스텝 올린 후 오른발은 오버행에 살짝 얹어 아웃사이드 하듯이  오른팔을 뻗어 다음 홀드를 잡았다.
재밍보다는 쉬울거같지만 생각하기는 어려운 동작이었던거같다. 몽유도원도에서 전반적으로 느낀 편안함과는 거리가있는 재밌고 도전적인 동작이었다. 조금 더 올라가면 끝인데, 보조 자일을 잡고 한참 내려가고, 가파른 흙길을 내려가는 등 하산길이 좋지 않다.



20일 아갈바위


개념도상 맨왼쪽이 5.9라해서 바로 지희가 선등을 섰는데
첫 볼트 인근 오버행부터 쉽지않았다. 지희가 그냥 내려왔고, 오버행이니까 내가 올라가보기로 했다. 초반부는 힘을 좀 써서 넘었지만 그다음 동작들이 쉽지않았다. /모양 사선 크랙에 양손을 넣고 불안정하게 서있는데 다음홀드는 저 멀리 이끼가 자란 턱 하나밖에 보이지않앗다. 한참 고민하다가 다리도 부들부들 떨리고, 손도 힘이 빠지기 시작해 에라모르겠다 하고 런지해서 딱 잡아봤더니 크고 좋은 홀드여서 다행이었다.
그런데 거기서 왼쪽으로 트레버스해야 쌍볼트가있는데, 조금 위, 많이왼쪽에 언더홀드 하나를 제외하고는 홀드가 보이지않았고, 발 또한 습한 경사면이라 적절하지 않아보였다. 어쩔수없이 텐션을 받고 빌레이봐주던 민휴형과 얘기를 해서, 위로 가야 할것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런데 오른쪽도 이끼가 끼어있는곳이 많아 홀드가 없었다
그래서 아까 런지해서 잡은  큰 턱에 발을 어떻게든 올리고, 위에 있는 작은 사이드풀 홀드에 손가락 마디를 걸쳐서 밸런스로 몸을 올려서 일어섰다. 그다음에 몸을 조심스레 왼쪽으로 기울여 언더홀드를 잡고 왼쪽으로 이동해 마무리했다.

다른 단피치 암장처럼 쌍볼트에 카라비너 2개가 있는게 아니라 하강 고리만있어서 확보 ,빌레이해제 ,자일 통과, 다시 8자 매듭 이방식으로 후등 가능하게 만들었다. 처음 해보는 방식이지만 왠지 모르게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올라서 해봤는데, 다른건 다 좋지만 자일이 떨어지지 않도록 별도로 백업을 하지 않고 그냥 손에 들고 작업한 건 위험한 행동이었던 것 같다. 혹시 떨어뜨리면 누가 선등으로 올 때까지 매달려서 기다려야 하는데...

아무튼 시스템을 잘 설치하고 내려와서 다른 사람들도 해 보라고 시켰는데, 아무리봐도 5.9는 아닌것같다.
정공법으로는 아무도 등반하지 못하고, 민휴형이 런지까지 해낸 뒤 그냥 왼쪽의 퀵을 잡고 올라가 회수했다.

5.9를 지희가 도전하는동안 바로 옆 루트를 했는데
개념도대로라면 여기가 5.10a여야 했을텐데
거의 계단 올라가듯 3번째 볼트까지 도달해서 의아했다
손가락 첫마디만 들어가는 언더홀드를 잡고 일어나는 동작이 어렵긴 했지만  전체적인 난이도는 아무리 잘 쳐줘도 5.9
였다. 아니나다를까 내려와서 이리저리 둘러보니 방금 간 길 아래에 하얀 글씨로 5.9라고 써 있었다. 왼쪽은 개념도에도 없는 이름없는 루트엿다. 나는 5.10b를 주고싶은데 길이가 짧은점을 고려하면 10a일수도 있을것이다. 동작 하나하나가 꽉 찬 10a라고 보는 것이 가장 맞을듯

중간에 국립공원공단에서 허가서를 보여달라하여
우리는 몽유도원도를 신청하였으나 오후에 비가온다 하여 여기로 옮겼다고 했더니 변경은 안된다고 철수하라고 했다. 나는 두개 루트를, 다른사람은 거의 등반하지 못하고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아갈바위에 5.9 난이도는 1개밖에 없기 때문에, 그걸 먼저 했으면 다들 완등 한번씩은 했을 텐데 여러모로 아쉽다. 하필 사무소 바로 옆이라... 다음에 오게 되면 어차피 검사 안하는 미륵장군봉은 냅두고 아갈바위 신청을 좀 넉넉하게 해 둬야겠다.



21일 체 게바라 & 청원길


몽유도원도와 어프로치가 거의 비슷하고, 살짝 아래로 내려가 계곡을 넘어 살짝 올라갔다. 좌우로 코락, 타이탄이 보이고 중간에 체게바라 간판이 붙어있지만 초반부는 원하는대로 골라 먹다가 테라스 이후로 갈라지는게 보통이라고 한다.
1,2피치 모두 슬랩으로, 난이도는 높지 않지만 내가 슬랩은 좋아하지 않아 훈련한다 생각하고 불안한 마음을 누르며 올라갔다. 딱히 발이 미끄러질 정도도 아니었지만 역시 슬랩은 선등선다 생각하면 아찔하다. 거리는 좀 있었지만 각이 세지 않고 중간중간 턱과 크랙이 있어 무난히 올라갔다.

2피치는 요철이 많아 빠르게 올라갔는데, 유빈이가 핸드폰을 떨어뜨려서 잠시 고민을 했다. 유빈이만 하강시켜서 다시 주워올지 말지 결정했는데 오후에 비가온다는 소식도 있고 해서 다같이 2피치까지만 하고 하강하기로 했다.
하강시스템 복습한걸 윤수형한테 확인받고, 윤수형이 먼저내려가서 유빈이 핸드폰을 찾고 내가 줄을 정리해서 내려갔다.

슬랩만 해서 아쉬우니 페이스 등반이 하고싶다 하여 옆의 청원길로 이동하여 1피치를 하는데, 포켓홀드가 줄줄 흐르고 쉽지 않았다. 윤수형도 선등 중 텐션을 받고, 나도 텐션을 받고 어렵게 올라갔다. 빌레이를 빡빡하게 10분정도 본 뒤에 준아가 올라왔는데, 꺾이는 지점에서 퀵을 통과시키지 않고 올라와 4번째인 유빈이가 올라오다 꺽이는 지점에서 텐션을 받지 못해서 시간이 걸렸다. 윤수형이 로프 하나를 픽스하고 내려가 도와주기로 했고, 나는 나중에 문제가 해결되면 준아와 하강하기로 했다.

나는 테라스에 있어 안보였지만 그즈음 청원길을 신청하고 온 한팀이 도착해서 눈치가 보여 빨리 내려가기로 했다. 정신없어서 하강 시스템 설치하는데 실수를 여럿 했다.  옆에서 올라오신 분이 조언을 해주셨는데, 사실 그분이 옆에서 자꾸 말시켜서 실수가 늘긴 했다. 하지만 유익한 말 30%, 나머지 70%정도를 섞어 말해주셨기 때문에 끝까지 듣고 안전 관련 정보만 잘 적용해서 무사히 하강했다.



22일 등산학교


오후에 비가 온다 해서 국립등산학교 인공암벽장으로 갔다. 박물관을 둘러보니 서울대 문리대 산악회 특별전을 하고 있어서 흥미가 생겼다. 1980년대 훈련 일지, 장비 목록, 원정 운행일자 등 재밌게 읽어 볼 만한게 많았고, 등반가방의 변천사라거나 원정 당시 사용했던 장비 등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고산체험은 아쉽게 시간이 맞지 않아 하지 못했고, 옆에 실내 및 실외 인공암벽장으로 이동했다
먼저 빌레이 테스트를 보았는데, 어차피 붙긴 하겠지만 얼마 뒤에 볼 산악지도자 시험을 예습한다 생각하고 더 꼼꼼하게 신경써서 했다. 너무 실감나게 추락해서 텐션을 받는 매듭을 직접 풀지 못해 부끄러운 모습을 보인 것 빼고는 잘 해낸 것 같다.

실내는 오토빌레이가 전부 설치되어있었고, 무엇보다 눈에 띄는건 10m높이의 인공자연암벽이었다. 다양한 동작을 연습할 수 있는 루트가 5개 이상 있어서 여러번 붙어보았다. 울퉁불퉁하고, 매끄러움과 각짐이 섞여 있는 느낌이 그야말로 자연암벽의 느낌을 잘 살린 듯 하였다.

실내 인공암벽에도 적당한 난이도의 루트가 여럿 있어 신입인 정현, 준현, 준아에게 무브를 알려주며 연습을 했고, 그사이에 밖으로 나가 외벽의 5.10a루트를 선등했다.
그런데 보통 루트들이 잡기 어려운 각도나 홀드, 무브를 섞어서 난이도를 만드는 느낌이라면, 이 루트는 홀드가 전반적으로 잡기 좋은 대신 좌우로 계속 런지를 하며 옮겨다녀야 해서  약간 기운이 빠졌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아찔해서 간신히 선등을 섰는데, 뒤에 유빈이와 줄리엔이 쉽게 올라가는 것처럼 보여 약간 김이 빠졌다. 손가락 껍질이 벗겨지기 시작하여 외벽은 더 하지 않기로 하고 인공암벽 크랙 등반을 시도하러 갔다. 자칫하면 발목이 돌아갈 수 있는 자세 등을 윤수형에게 교정받고, 째밍하는 방법도 배운 뒤 여러번 연습해 보고 80%정도까지는 올라갈 수 있었으나 결국 실패했다. 중간 -얇음-넓음 으로 크랙의 너비가 변화하여 처음 시도해서 올라가기에는 힘든 것 같다.



23일 별을따는소년들(X) >  등산학교


외설악의 별을따는소년들 팀을 줄리엔 생일바위로 가기로 했는데, 또 비가 올 가능성이 있다 하여 조마조마했다. 4시쯤 일어나서 날씨를 보고, 느즈막히 6시즈음 출발해서 소공원으로 차를 타고 가 어프로치를 시작했다. 국립공원이라 초반에는 등산로가 크게 나쁘지 않았으나 나무문을 열고 암벽등반용 어프로치로 들어서는 순간부터 높은 경사, 흐르는 돌, 미끄러움 세가지가 합쳐져서 아찔한 순간이 여러 번 나왔다. 날이 더워서 땀을 줄줄 흘리며 갔는데, 못따라오는 사람 없이 다들 잘 가고 있어서 역시 산악부 신입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두 팀을 보내고 마지막으로 별을 따는 소년들 시작점에 도착했는데, 갑자기 비가 내려서 철의형님께서 5분정도 기다려보자고 하셨다.  그러나 비가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 그대로 출발했는데, 줄리엔이 첫볼트 가기전에 발홀드가 좋지 않고 미끄러워서 가기 힘들겠다고 판단해서 하산하기로 결정했다. 미끄러운 길을 한참을 하산하며 유빈이가 경원대길 2피치를 선등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30분쯤 내려왔을 때 거짓말처럼 빗줄기가 약해졌고, 날씨가 원망스러웠다. 중간에 철의형님께서 울산바위 등산이나 하지 않겠느냐고 제안하셨는데 다들 어프로치만 하고 힘을 뺀 게 허탈했는지 그냥 하산하여 등산학교로 가기로 하였다.
힘이 쭉빠져서 별로 등반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는 않아서, 가볍게 인공자연바위 루트를 두개정도 하고, 오늘 아쉽게 등반을 하지못한 사람들의 사진을 찍었다.
마지막으로 힘을 딱 모아서 어제 하지 못한 크랙 루트에 도전하였고,  발이 기가막히게 들어가서 결국 완등할 수 있었다. 크랙장갑 하나 사고싶다는 생각이 든다.


24일 몽유도원도


몽유도원도를 선등으로 서라 하여 가 봤다
어프로치 빠르게 끝내고, 모든 루트가 기억나지는 않아서 일단 자일을 매고 선등으로 갔다
다른 사람들도 위험하지 않게 할 수 있을 것 같아 연등/안자일렌으로 이동했다
3피치에서 5.8정도 벽이 나와 캠을 박으며 선등을 섰고 나무에 슬링을 연결하여 확보 및 빌레이를 했다
빌레이는 신혜누나가 보고 확보물 회수를 위해 등반은 4번째로 했는데, 희재가 올라오는데 한참동안 같은지점에서 올라오질 않고 자일 조금만 풀어달란 이야기를 8번은 한 것 같다. 나중에 들어보니 줄이 딸려올라가다 조그만 틈에 걸렸다고 하는데, 차라리 조금 올라와서 줄을 치는게 나았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당시에는 아래에서 줄이 걸렸는지 어땠는지도 잘 몰랐기 때문에 많이 답답했다. 하지만 희재가 제일 당황했을텐데 나까지 화내면 기운이 쭉 빠질 것 같아서 그냥 바람 쐬면서  경치 구경이나 했다. 이때는 날씨가 덥지 않아 참 다행이었다.
이후로는 조금 위험해 보이는 구간에서는 내가 먼저 등반한 뒤 연등으로 올라오는 걸 빌레이 봐주거나, 안자일렌으로 이동해 시간을 많이 단축하면서 안전을 최대한 챙겼다. 전날에 비가 왔었고, 구름이 많이 끼어있으며 중간에 비를 한두방울 맞아서 마음이 조급해졌다. 그래서 후반에는 안자일렌 비율이 높아진 것 같은데, 물론 원래 그렇게 넘어가는 구간이지만 완벽하게 안전을 챙기지 못한 것 같아 너무 아쉽다.

8피치까지 가는 동안 볼트를 4개? 정도 봤던 길이라 캠을 열심히 쳤고, 자일이 꺾이는 부분에 캠이나 퀵을 별도로 설치하는 등 그동안 이론으로만 배운 내용을 실천하려고 열심히 노력했다. 그런데 중간에 확보지점을 만들어준다고 슬링 2개를 다 써버리고 선등을 섰는데, 테라스에 올라서는 순간 머리가 하얘졌다. 중간에 캠을 쳐서 1호캠 하나만 남은 상활이어서, 근처 바위 사이의 틈에 캠을 치고 거기에 확보를 해서 빌레이를 봤다. 혹시 캠이 터져도 버틸 수 있게 안전한 곳에서 양손에 힘을 빡 주고 빌레이을 봤는데, 신혜누나도 대충 상황을 이해하셨는지 최대한 조심히 오셨다고 했다. 너무 죄송했다. 심지어 몸 뒤쪽 장비걸이에 슬링이 하나 더 있는것을 7피치에 가고서야 알아서 너무 책임감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멀티용 선등장비를 챙기는 게 처음이라 좀 부족했다는 핑계를 한번 대 보고, 다음에는 완벽하게 장비를 숙지해야겠다.

6~7피치 사이의 거리가 길어 여러번 길을 잃을 뻔했다. 나 혼자 올라가서 길을 보고 소나무에 찔리면서 뭔가 아닌가 싶어서 내려왔더니 그사이에 희재랑 지명이가 길을 찾아놨었다. 7피치는 그때 지희를 따라갔을때 해봤던, 몽유도원도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크랙과 언더홀드가 이어지는 루트였다. 나는 그때 했던 동작대로 다리를 오른쪽으로 틀어서 왼발 하이스텝, 오른발은 오른쪽 오버행에 살짝 대고 아웃사이드 하듯이 오른손과 왼발로 버티면서 팔을 쭉 뻗어 위의 홀드를 잡았는데, 올라가서 다른 사람들을 시켜 보니까 아무도 이 동작을 하지 못해서 좀 서운했다. 홀드 위치와 자세를 나름 정확하게 알려 줬는데, 다들 왼발을 쭉 뻗어서 다리를 고정하고 크랙을 살짝 딴 다음에 한번 올라와서 홀드를 잡았다. 역시 사람마다 동작은 다 다른 것 같다. 나한테는 제일 편했다는 생각에 일단 해보라고 했는데, 희재는 인수a에서도 그렇고 본인만의 동작을 잘 구사하는 것 같아서 신기했다.

길고 긴 6~7피치 사이의 길과,재미있는  7피치, 8피치를 마치고 하산길로 들어서는데, 고목이 쓰러져있고 이끼가 핀 바위를 내려가는 등 길 같지 않은 길이 계속 이어져 6피치 즈음부터 계속 마음에 두었던, 혹시 길을 잃은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최대조에 달했다. 중간에 신혜누나가 몽유도원도를 선등섰던 지희에게 물어봤는데, 그렇게 오래 걸리는 길인가 하는 답이 왔다고 하여 상당히 억울했다. 인원도 늘고 지희, 윤수형, 나 이렇게 된 선등가능 3인조가 대부분을 안자일렌으로 갔던 시간이랑은 확연히 차이가 났을 텐데. 구름이 짙게 드리우지 않았다면 이렇게 시간 압박을 느끼진 않았을 터라 상당히 날씨가 원망스러웠다.

하루종일 압박감을 준 구름은, 하산길에 접어설 때 즈음 비를 뿌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지금 내려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경사가 심하고 길게 이어져서 돌길을 지날 때는 상당히 위험했다. 중간에 보조 자일이 설치된 하산길을 길게 내려오는데, 낙석 위험이 있어 나는 먼저 가서 빠르게 앞에서 이동했다. 그런데 보조 자일을 잡고 내려오는 구간에서 희재가 힘이 풀렸는지 넘어져서, 다시 올라가서 빌레이 장갑을 주고 왔다. 앉아서 조금씩 발을 딛으려고 자꾸 하는데, 뒤로 돌아서 올라가듯이 내려가는게 생각보다 안전하다고 해도 자꾸 하려고 하지 않아 걱정이 되었다. 그뒤로도 비 때문에 불안불안하고 길게 하산했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긴 했지만 다치지 않고 안전하게 하산해서 다행이다.

루트 난이도 자체는 어렵지 않았지만, 선등자라고 해 봐야 짧은 추락위험과,  퀵드로를 거는동안 버티는것 이거 두개만 알았던 내가 시스템 등반의 선등자로 처음 거듭날 수 있게 된 기회인 것 같아 뿌듯하다. 안전을 많이 신경쓰느라 하산이 늦어졌지만 결국 어두워지기 전에 하산했고, 원래 안자일렌으로 이동하는 구간이지만 내가 짧게 빌레이 보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구간에서 실제로 후등자가 한번 미끄러진 것을 잡아 주었을 때는 정말 잘 했다고 자화자찬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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