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9.27 북한산 인수봉 인수b
나의 첫 자연암벽 등반이었다. 오전 7시에 어떤 역에서 모이기 위해 5시에 기상하였다. 오전 7시에 모인다고 해서 같이 밥이라도 먹고 가려나 싶었지만 바로 택시타고 북한산으로 향했다. 암벽까지 어프로치하는게 그렇게 힘들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진짜 상상 이상이었다. 숨차서 쉬고 싶은데 다들 왜 이렇게 빠른지... 겨우 따라갔다. 그리고 대슬랩(렙?)에 도착했다. (저길 올라간다고?) 장비를 차고 자일을 믿고 올라갔다. 엉금엉금 손발을 딛고 올라가보니 올라가지는게 신기했다. 미그러울줄 알았지만 암벽화는 엄청난 발명품이었고 그렇게 재미를 느끼며 오아시스에 도착했다. 딱 이 정도 느낌이면 진짜 재밌겠는데 싶었는데, 옆에서 지금까지가 튜토리얼이라는 소리가 들려왔다. 도망치고 싶었다. 하지만 이야기해봤자 신입의 하소연을 진지하게 듣는 사람은 없었다... 그렇게 올라가기 시작했고 이제 도망칠 수 없게 되버렸다. 앞으로 남은 피티는 4피치. 처음은 그래도 힘들게 올라갔다. 올라 가 졌다. 기억도 안난다. 다음 피치는 어마어마해 보였다. 발디딜 곳이 전혀 없어보였는데 돈하형님께서 레이백으로 올라가야한다고 하셨다. 그게뭐지? 들어보니 들은 내용으로는 절대 불가능해 보였다. 민규형이 먼저 올라가는 모습을 보니 진짜 말도 안되더라. 난 올라갈 수 있을까. 안올라갈 수 없으니 오르기 시작했다. 레이백을 해서 올라가야 했지만 처음이라 올라가지 못했고 결국 미끄러졌다. 줄리엔의 빌레이 덕분에 죽지 않았지만 올라갈 수 있을거 같지 않았다. 아래서는 돈하형님이 "이제 올라가야지" "가자!" 하시고 난 못올라갈거같고 줄리엔은 빌레이보느라 엄청 힘들텐데 생각하니 어떻게든 올라가려고 했다. 계속 미끄러졌지만 자일의 텐션덕분에 겨우 레이백 지역을 통과했다. 그 위에 거의 끝날 지점에도 엄청 빡쌨는데 이건 올라가졌다. 기적이 일어난 거겠지. 다음 피치는 침니였다. 다리가 아프긴 했지만 뭔가 신기해서 재밌었다. 왜곡된 기억이겠지 이건. 그리고 대망의 마지막 피치. 크랙에 발 꽂고 그냥 올라갔다. 내 발이 아픈건 내 목숨값이다. 이제 끝났다! 자일을 풀고 올라가면 된다고 해서 진짜 너무 좋았다. 하지만 더 바위를 올라갈 것이 남아있었다. 근데 또 생각보다 어려워보였고 돈하형님은 그냥 올라가면 된다고 하고 근데 나는 첫걸음부터 계속 미끄려져서 못올라가고 있고... 그러자 돈하형님이 돌에 발을 탁 올리시더니 "밟고 올라가"라고 하셨다. 너무 당황스러웠고 진짜 이게 말이안되는 상황이라고 생각했지만 형님이 진짜 밟고 올라가라고 하셔서 그렇게 올라갈 수 있었다. 진짜 너무 감사했고 감동했고 멋있으셨다. 돈하형님 진짜 감사합니다. 덕분에 제가 살아있습니다.ㅠ 그렇게 인수봉 정상에 도착했다. 11시간만에. 얼른 하강하고 내려가는데 서울 야경이 진짜 예뻤다. 야경이 예쁜것도 잠시, 완전히 어두워져서 헤드랜턴을 끼고 겨우 내려왔다. 다 내려와서 택시 타고 내려왔더니 밤 8시. 닭도리탕을 먹으면서 막걸리를 먹으면서 기억을 지웠다. 어... 느낌이 이젠 기억이 안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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