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2일 토요일 취나드B 보고서
취나드B : T 12김민수 S 87정철의형님 10김양길
2주만에 찾은 인수봉, 이번학기는 이전의 학기들보다 바위를 열심히 하게 돼서 제법 바위가는 것이 낯설지 않다. 오랜만에 OB형님들과 산행을 간다 생각하니 설레기도 하면서, 한편으론 왠지 선등을 시키실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9시까지 우촌식당앞에서 집합, 늦지않기 위해 학용이형, 락준이형, 양길이형과 서둘러서 도착을 하고나니, 가까스로 지각은 면했다. 곧이어 승환이형님이 오셨고, 다음으로 시한이형님과 철의형님이 도착하셨고, 마지막으로 정환이형도 도착, 어프로치를 시작했다. 비록 나는 야영을 하지 않지만, 훈련을 목적으로 야영에 필요한 텐트등의 짐이 있어서인지, 산행 장비만 들고 다닐때와는 달리 제법 발걸음이 무겁다. 평소보다 조금 늦은감 있게 야영장에 도착하고나서, 형님들과 등반조를 나누는데, 아뿔싸, 예상은 했지만, 철의형님께서 정말로 나에게 탑을 서라고 하신다. 빼도박도 못할 상황인것만 같아, 서겠다고 했지만, 아직은 너무나도 무섭고, 자신이 없다. 오늘 간 길은 취나드B 지금까지 2번정도 가봤던 길이라 그리 낯설지만은 않지만, 막상 탑을 서려니 낯설게만 느껴졌다. 등반 준비를 마치고 드디어 첫 탑을 시작했다. 철의 형님의 빌레이를 믿으며, 한발 한발 조심스럽게 내딛다 보니, 후등으로 갈때는 시도때도 없이 미끄러지던 크랙을 쉽게 올라갔다. 어찌어찌 오르다보니 어느새 1피치 도착이다. 여전히 믿을 수가 없다. 2피치에 양길이형, 철의형님께서 모두 등반을 하고 나니 철의형이 선등을 서신다. 1피치 등반하는 것이 실망스러우셔서 형님이 대신 서시는가보다 하고 안심을 했는데, 3피치부터 다시 내가 탑을 섰다. 후등으로 갈때는 어떻게든 비비면 되더라 하는 생각이 들던 침니,크랙인데도 막상 탑을 서려니 쉽게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이왕하는거라는 생각과 철의형님을 믿고서 시작을 하니, 평소같으면 지쳐서 포기할만한 지점도 쉽게 쉽게 넘어가고, 크랙도 말도 안되게 잘 따진다. 비록 쌍크랙에서 살짝 미끄러져서 앵커를 먹긴 했지만, 그래도 만족스러웠다. 눈앞에만 집중을 하고 정신없이 오르다보니 어느새 귀바위다. 드디어 내생의 첫 탑이 완성되는 순간이다. 벅찬 감동, 설레임보다는, 멍한 기분이다. 내가 탑을 서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양길이형, 철의형님도 완등하시고, 쉬고 있다보니 취나드A를 등반한, 정환이형, 시한이형님, 승환이형님이 올라오셨고, 다른팀과 섞여서 올라오는데 시간이 걸리는지, 학용이형과 락준이형이 올라오지 않아 먼저 하산을 결정하고 내려갔다. 야영장에서 락준이형과 학용이형을 기다리며 가볍게 형님들과 술자리를 하고, 둘이 내려오고 나서 본격적으로 식사과 술자리를 했고, 그 이후 하산을 했다.
지금도 내가 탑을 어찌 섰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형님들이 자주 말씀하시던게, 등반은 선등자보다 세컨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었는데, 오늘에야 내가 탑을 서보니 이해가 갔다. 만약 철의형님이 아닌 양길이형이 세컨이었다면, 양길이형한테는 미안하지만 솔직히 완등을 할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형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보니, 아직도 내가 많은 것들을 모르고 있고, 배워야 할 것들이 너무나도 많다는 것을 느꼈다. 좀 더 진지하고 열정적인 자세로 산행에 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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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