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온 종일 겨울비가 내렸는데 오늘은 화창하게 개었고 포근하다.
며칠 전 영하 10도를 밑도는 날이 이어졌다는 게 믿겨지지 않는다.
만나기로 한 사당역 부근은 생각보다 한산하다.
약속시간 10분 전, 환갑산행추진위원장인 명환이가 벌써 와 기다리고 있다.

 

이번 환갑산행을 계기로 72들이 똘똘 잘 뭉치고 있다.
오늘도 일곱 명 전원 참석이다.
그간 공주에서 프로젝트를 수행하던 태형이도 수도권으로 오게 됐다.
내년부터는 올해보다 더 자주 만나게 될 것 같다.

 

 

관악산 초입부터 지난주 내린 눈이 얼어있다.
각자 준비한 아이젠을 착용하고 오른다.
올 초 청평으로 이사 한 양섭이가 등산을 많이 한 덕에 건강해 보인다.
평소 건강관리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는 상준이도 컨디션이 좋아 보인다.

무엇이든지 그러하지만 건강은 뿌린 대로 거둔다.
세상만사에 예외가 없다고 하지만 건강만은 예외다.
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일보다는 건강을 챙길 때다.
건강을 잃으면 모든 걸 다 잃기 때문이다.

관악산에서는 나름대로 험한 코스를 골라 국기봉에 오른다.
바위 위에서 한 친구, 한 친구 인증샷을 한다.
40년 전 미소년(美少年)이었던 얼굴에는 인생계급장이 새겨져 있다.
세월의 흐름은 누구도 거스르지 못하는 것 같다.

 

 

헬기장에서 왼쪽 관음사 방향으로 접어든다.
우리들이 매번 신세지는 아지트에 다른 사람들이 와 있을까 걱정이다.
혹시나 해서 대안으로 다른 한 군데를 물색해 둔다.
발을 재촉해 가보니 마침 비어 있다.

오늘은 우리 일곱 명이 들어갈 큰 텐트를 가지고 왔다.
관악산 제일 경관 좋은 곳에 처져 있는 텐트가 한 폭의 그림 같다.
우선 명환이가 준비해 온 각 부위별 돼지고기를 굽는다.
세 가지로 2kg을 준비했다는데 굽는 대로 잘 팔리니 기분 좋다.

 

 

다음 사골국물에 떡국을 끓인다.
대학 재학 시절 동계등반 때 먹던 떡국이 생각난다.
눈 녹인 시커먼 물에 고기 한 덩이 넣고 끓였던 그 떡국.
엊그제 같은데 벌써 40년 전의 일이다.

우동, 과일과 커피까지 먹을 것 다 먹고 이제는 올 마이티 타임!
너나 할 것 없이 기다리던 시간이다.
우리들 끼리만이 할 수 있는 게임이다.
상준이가 저녁 볼 일이 있어 먼저 하산한다.

 

 

동지가 가까워오니 날이 금방 어두워진다.
내려갈 일을 생각해 마이티를 적당히 마치고 짐을 꾸린다.
관음사 범종(梵鐘) 소리가 관악의 적막과 잘 어울린다.
신년 초 가평 연인산 산행을 기약하며 아쉬운 작별을 한다.
(許廷會 記, 2012.12.15)

 

손희영

2012-12-21 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