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농업생명과학대학산악회 ::: CALSAC SNU

ㆍ작성자	이도은
ㆍ작성일	2016/05/11 (수)
ㆍ분 류	YM 산행
ㆍ등반일자	2016.4.30.토
ㆍ장소,코스	인수봉 의대길
ㆍ등반대원	14이도은(T) 75박완수(S) 16임영천
ㆍ등반장비	퀵 10개, 소형 중형 캠

ㆍ추천: 0 ㆍ조회: 1029

4월 30일 인수봉 의대길
4월30일 토요일
인수봉 의대길

06:40 기상
08:40 취b슬랩 1피치 시작
09:20 오아시스 도착
11:00 의대길 1피치 시작
12:40 의대길 2피치 완료
14:00 귀바위 테라스 도착
15:00 귀바위에서 고독길로 하강시작
16:20 야영장도착

토요일 하루종일 비가 온다는 소식에 야영과 산행을 취소했다가 날이 맑을 것 같길래 다시 계획대로 산행을 하게 되었다. 갑자기 준비하려니 정신도 없었고 체력단련수업 듣고 응생등반대회에 다녀오느라 체력도 바닥이었다. 그래서 야영준비를 해가지 못한 금요일등반팀은 모두 야영을 하지 않고 내려갔고 나, 재경, 영천, 정훈, 병모 이렇게 야영을 했다. 저녁을 먹은 후에 들어간 거라 간단하게 술과 안주를 먹고 12시쯤 바로 잠들었다. 텐트가 넓다고 생각했는데 자다보니 자리가 좁아져서 자꾸 깼다.
아침이 되어 침낭을 넣고 아침밥을 준비했다. 밥을 지으니 오래걸렸고 완수형님, 돈하형님, 진영이가 올라와서 우리가 카레먹는 걸 기다렸다. 나는 의대길 성재경은 우정a를 가기로 하고 팀을 나눠서 출발했다. 우리 팀은 나와 완수형님, 영천이 이렇게 셋이 갔다. 완수형님이 세컨을 봐주시고 라스트로 등반하시다가 3피치부터 영천이가 라스트로 왔다. 전날 무리해서인지 어프로치를 시작하자마자 무릎과 허벅지가 땡겨서 등반을 잘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대슬랩에서 좀 더 오른쪽으로 올라가서 취나드B 1피치로 시작했다. 작년 4월에 궁형갈 때 대슬랩보다 훨씬 힘들었던 기억이 있어서 좀 꺼려졌지만 이런걸 가릴 땐 아니지 라고 생각하며 출발했다. 올라가는데 캠도 잘 박히고 크랙도 좋고 위에 슬랩도 좋아서 왜 이런 좋은 길을 힘들어했을까 싶다. 영천이를 올리는데 우정a보다 크랙이 힘들고 슬랩도 무섭다고 한다. 올라가니 의대길에 이미 몇 명이 붙어있다. 6명이 한팀이라고 하길래 다른 길을 가는게 나은가 생각하다가 결국 기다리기로 했다. 바위에서 이렇게 작정하고 기다리는건 처음이었다. 내가 의대길을 가고싶다고 온거니까 기다리더라도 하고싶은 곳을 해야한다고 완수형님이 말씀하셨다. 얼른 올라가고 싶었지만 안정적으로 등반을 하고 확보를 하려면 앞팀의 4번째 사람이 올라가고 가길 기다려야해서 열심히 기다렸다. 나는 의대길이 처음이라 앞팀에서 1,2피치 크럭스 넘어가는것도 보고, 볼트따기 마지막부분이 멀다는 말이 있어서 프로그막대기도 만들며 쉬는데 앞팀이 2피치에서 캠 회수를 못하고서 미련을 버리지 못해서 굉장히 시간을 많이 끌었다. 딱 출발하려고 준비하고 있을 때라 더 답답했다.
한 시간을 넘게 기다리고 드디어 출발. 1피치는 캠을 박고 가다가 볼트에 퀵을 걸고 슬랩을 넘어가면 어려운부분이 없다. 전에 그 슬랩을 갈 땐 발홀드가 왼쪽 멀리 있었던 것 같았는데 기억이 잘못된건지 내가 못찾은건지 보이지가 않아서 그냥 보고 잘 찾아서 갔다. 왼발 오른발 왼발 순서로 가깝게 올리고 손은 좀 더 멀리 잡으면 닥터링된 부분도 있고 넘어갈만하다.
2피치는 앞에 가던 사람들이 많이 떨어지기도 하고 어려운 부분이라고 해서 긴장하고 출발했다. 조금 올라가서 오른쪽으로 크게 한 발 딛으면 레이백하기 좋은 크랙으로 붙을 수 있다. 캠을 설치하고 몇 동작 올라가서 크랙이 끝날쯤에 또 오른쪽 크랙으로 넘어간다. 여기서는 손을 깊이 집어넣어서 손바닥재밍을 하며 한 발을 재밍해서 올라가고 볼트에 퀵을 걸어야한다. 그리고 크럭스인데 오른발을 볼트 근처 크랙의 살짝 튀어나온 부분에 올리고 나서 중심을 잘 잡으며 크랙을 뜯고 가면 윗부분에 좋은 홀드들이 잡힌다. 나는 이번엔 완수형님이 말씀해주신대로 잘 따라해서 떨어지지 않았고 그래서 어려운 부분을 잘 못 느꼈지만 다음에 간다면 새롭게 느껴질 것 같기도 하다. 위로 가면 큼직한 홀드들이 많은데 쌍볼트까지 가는 길이 턱걸이 식으로 가는것도 있고 좀 더 올라가서 옆바위로 균형잡고 넘어가는 방법도 있다. 영천이는 쌍크랙 전에 멈칫하긴 했지만 크럭스라는 곳은 잘 넘어갔고 완수형님도 당연히 잘 넘어오셔서 우리팀을 보고는 크럭스를 알 수 없었다.
대망의 3피치 볼트따기. 프로그를 준비해서 출발했다. 첫 볼트에 퀵을 걸고 넘어가려는데 자세가 애매하다. 발을 이리저리 바꾸다가 왼발을 볼트에 올리고 몸을 당긴 다음 일어난다. 한두번 헤매면서 볼트따기를 할 땐 볼트위에 올리지 않는 발이 아래쪽에 있는게 더 안정적이라는 걸 깨달았다. 한 번 하고나니 그대로 복사 붙여넣기하듯 4번째 볼트까지 갈 수 있었다. 마지막 볼트를 향해 손을 뻗는데 굉장히 여유롭게 닿는다. 이게 왜 멀다고 말했는지 모르겠다. 허탈하기도 하면서 기분이 좋기도 했다. 마지막 턱도 손을 뻗으니 딱 맞게 닿는다. 아마 볼트에 발을 올린 후 일어서지 않고 팔만 뻗어서 퀵을 거는 사람들에게 멀게 느껴지는 것 같다.
4피치는 슬랩인데 탁 트여서 무섭다고 들었지만 시작하기 직전까지도 못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딱 시작을 해서 올라가는데 첫 볼트가 멀어서 잘 안닿는다. 사실 한 발 더 올리면 가능하겠지만 아직 저 아래 캠 하나밖에 확보가 없는 상태라 어깨가 빠질만큼 팔을 뻗어서 퀵을 건다. 가방을 매고있었으면 못 걸었을 것 같다. 그 후로 올라가며 옆을 보지 않는데도 왠지 무섭다. 발도 잘 붙는데 참 신기하게 무서웠다. 후등은 안무섭지 않을까 했는데 영천이도 무섭다고하면서 잘 못올라왔다.
5피치는 작년에 궁형에서 넘어와서 선등을 서 본 쉬운 슬랩이다. 길이도 짧고 볼트도 하나밖에 없다. 올라가니 귀바위테라스이다. 아까 추락해서 하강하던 우정a팀과 통화를 하니 재경이가 발목을 다쳐서 돈하형님과 내려가고있고 나머지는 창근형 팀으로 인수a 등반을 한다고 했다. 바로 하강을 할지 귀바위를 오를지 고민하다가 귀바위를 오르기로한다. 작년 경험상 내가 첫 볼트에 퀵을 절대 못걸거라고 우겼는데 완수형님이 일단 해보라고 하셨다. 귀바위 시작지점에 올라서서 왼쪽으로 조금씩 가서 손을 뻗으니 당연히 안닿지만 한발 더 옆으로 갈 수 있을 것 같아서 갔더니 퀵 끝을 잡고 걸 수 있을 것 같다. 왼손으로 하니 팔을 더 못뻗겠어서 몸을 왼쪽으로 기울이며 오른손을 뻗으니 걸 수 있었다. 팔이 굉장히 길어진 기분이었다. 일단 안전하니 인공등반이 아닌 프리로 올라가보기로한다. 발을 올리고 보이지 않지만 있을거라고 믿는 홀드를 향해 손을 뻗으며 몸을 넘기니 올라갈 수 있었다. 그 후로는 대슬랩 2피치같이 좋아보이는 슬랩을 두고 가파르게 가다가 다행히 옆으로 잘 넘어와서 갔다. 귀바위 정상가는 길에 뛰어넘는 부분은 무서워서 한번 끊고 갔다.
영자크랙을 오르려다 대기자가 많길래 고독길 쪽으로 하강하기로 했다. 다운클라이밍과 하강을 섞어서 열심히 내려갔다. 가는길에 사고자가 있었다고 하는데 나는 제대로 못 봤다. 내려와서 하산하며 다시 통화해보니 재경이는 병원에 가는중이라고한다. 야영지에 도착한 후 뒤에 팀을 기다렸다가 텐트를 정리해서 같이 내려가기로하고 2시간쯤 기다리니 애들이 춥다고 침낭을 도로 꺼내서 덮고 기다렸다. 지친모습의 네명이 내려와서 함께 하산을 했고 재경이는 깁스를 하고 집에 갔다고 연락이 와서 저녁을 먹고 반실에 가서 짐을 풀고 집에 갔다. 이번 주말 산행은 나의 등반 면에서는 가장 좋은 산행이었지만 다른 여러 가지 부분에서 아쉽기도하고 미안하기도 한 산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