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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limbing reports
산행 보고
  
작성자 장정인
작성일 2022/07/13 (수)
분 류 YM 산행
등반일자 22/07/10
장소,코스 설악산, 4인의 우정길
등반대원 남윤수 - 조유빈 - 장정인 - 강준아
ㆍ추천: 0  ㆍ조회: 252      
22/07/10 설악산 '4인의 우정길'
눈을 뜨니 깜깜하고 축축했다. 사실 머리가 아주 아팠다. 밤새 비가 내렸는데도 알아차리지 못해서 텐트 문을 닫지 못했고, 그래서 텐트 가장자리에서 잠을 잔 나는 완전히 젖어버렸다. 12시쯤 누워서 4시에 일어났다. 옆을 보니 유빈이 형이 웃고 있었다. 따라 웃을 힘은 없었다. 어제는 인수봉 의대길에 갔었다. 매우 힘들었다. 그런데 지금 여기는 어딘가. 설악산 인근 주차장이다. 어제 저녁 북한산에서 내려와 바로 속초로 왔었다. ‘미친 거로지’  스스로 생각해도 이건 미친 짓이었다. 그래도 윤수 형 또한 미친 사람이어서 안심이 됐다. 설악산 공원 입구에서 준아를 만났다. 역시 숙소에서 잔 사람은 멀쩡해보였다. 나는 이틀 전 금요일 아침에 씻은 게 마지막으로 씻은 거여서, 상태가 무척 끔찍했다.

설악산은 처음이었다. 날은 안개가 자욱했다. 그래서인지 아니면 설악이어서인지 시원했다. 특이하게도 모기가 없었다. 7월인데도 시원하다니. 해가 안 보여서 바위 탈 때 따갑지 않을 것 같아, 무척 안심이 되었다. 설악은 길이 이상했다. 계곡을 따라 바위를 건너 열심히 올라갔다. 돌들이 온통 미끄러워 조심해야 했다. 사실 어프로치가 아주 힘들었다. 덕분에 다음주 인수봉 어프로치는 날듯이 갈 수 있을 것 같다.

멤버 중에 내가 제일 못 하니까, 세 번째를 맡았다. 길 이름이 ‘4인의 우정길’이었는데, 마침 네 명이었다. 멀티 피치를 오면 빨리빨리 움직여야 한다. 그래야 해가 지기 전에 내려오니까. 빨리 움직이려고 했는데 잘은 안 됐다. 그래도 열심히 했다. 준아 빌레이를 잘 봐주려고 했는데, 내가 힘들어서 나 하나 지키기가 버거웠다. 마지막 직전 피치에서 오르다가 진짜 힘이 다 빠져서 한 번 쉬고 싶었다. 근데 여기서 손에 힘 빼면자일 각도 상 크게 스윙할 거라서, 정말 뒤질 거 같았는데 버티고 이동했다. 바위를 타다보면, 정말 죽겠다 싶을 때는 안 죽으려고 힘이 나는 거 같다.

멀티는 이번이 네 번째인데 정상은 처음이었다. 점심이 지났는데도 안개인지 구름인지 아무튼 희뿌연 무언가가 자욱해, 우리가 발 딛고 있는 봉우리 말고는 다른 것들이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유빈이 형이 원래 설악산 경관이 무척 예쁘다고 했는데, 아쉬웠다.

설악은 하산이 진짜배기였다. 밟히는 돌들이 전혀 끈기가 없어서, 내딛는 걸음마다 바닥이 흘러내렸다. 그런 내리막을 한참 걸어가니 드디어 다시 계곡이 나왔다. 계곡을 빠져나가니 이번에는 사람 길이 나왔다. 그 길 끝에는 매점이 있었고, 거기서 마신 맥주는 술이 아닌 듯했다.

산이 점점 좋아진다. 미친 건가. 산이 점점 편해진다. 설악을 오를 때에는 계곡길이 아찔하게 미끄럽고 어려웠다. 그러나 설악을 내려오며 미끄러운 돌길을 겪고 나니, 계곡길이 쉽고 편안해졌다. 하물며 잘 닦인 등산로는 얼마나 더 편해졌겠는가. 마지막으로 포장된 길을 걸으니, ‘아니 발걸음으로 만든 산길이면 과분하게 편한데, 이런 블럭과 타일들은 왜 필요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피곤해서 정신이 이상해지나보다. 내려오는 길에는 계곡에 들어가서 삼일 만에 처음으로 씻었다. 물이 맑아서 마음이 맑아졌다.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그 순간이면 사람이 살기에 충분하지 않을까. 설악에서 살고 싶어졌다. 계곡 옆에 텐트를 치고 흐르는 물에서 씻고 밥은 뭐 굶어도 되니, 그런 순간 정도로 살고 싶었다. 산에 다니다 보면 삶의 기준이 바뀌는 듯했다. 바위를 오른 첫 번째 날에 나는 현실세상에서부터 산이라는 힘겹고 불편한 공간으로 이동했었는데, 이날 나는 탁 트이고 자유로운 세계로부터 해야 할 일과 삶의 무게가 있는 서울로 다시 버스를 타고 되돌아 가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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