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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ㆍ작성자 |
김신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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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ㆍ작성일 |
2021/03/24 (수) |
| ㆍ분 류 |
YM 산행 |
| ㆍ등반일자 |
210318 |
| ㆍ장소,코스 | 관악산 자운암 |
| ㆍ등반대원 | 13김신혜, 17남윤수, 13김난유, 19조유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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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추천: 3 ㆍ조회: 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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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318 관악산 자운암
최근에 다시 암벽등반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기록을 남기기 위해 보고서를 쓰기로 결심했다. 이 말을 들은 윤수가 만날 때마다 다음 보고서 내놓으라고 잔소리를 해서 계속 마음의 짐이었는데, 드디어 여유가 생겨서 지난주 목요일에 자운암 갔다 온 보고서를 쓴다.
이번 학기에 윤수랑 수요일, 금요일마다 산에 다니기로 했었는데, 나는 금요일 저녁에 일이 생기고 윤수는 수요일 수업 하나를 주워서 결국 둘 다 애매하게 됐다. 그나마 금요일에는 오후에 내려오는 일정으로 갈 수 있으니까 그렇게 하기로 했는데, 이번 주에는 윤수가 목요일 저녁 약속이 있어서 금요일에 산에 못 간다고(...?) 목요일 오전 수업이 끝난 후에 빠르게 갔다 오자고 했다. 투표를 올리니 평일인데도 신입인 19학번 조유빈과 대학원에 다니는 13학번 김난유가 함께 가겠다고 했다.
전날 산악회 애들이랑 술을 마시고 설입에서 자는 바람에(덕분에?) 윤수랑 셔틀줄에서 만나서 한 번에 학교로 갈 수 있었다. 농생대에 내려서 윤수는 바로 반실로 가고 나는 벨에삐에서 해장용 아이스라떼를 사서 반실로 갔다. 반실에 도착하니 애들은 이미 준비를 마친 상태였고, 내 장비만 추가로 윤수 가방에 넣고 출발했다. 난유는 교수님 면담 때문에 뒤에 합류하기로 했다. 이날 유빈이를 처음 봤는데 등반용 블랙다이아몬드 개인 가방을 메고 있는 게 범상치 않아 보였다. 아침을 못 먹어서 봉구스 밥버거에 가서 주문을 하며 이야기를 나눠보니 유빈이와 내가 등반을 시작한 연도가 똑같았다. 중학교 때 했다는데... 난 대학교 1학년이었다. 젊음이 부럽다...
옛날 보고서를 찾아보니 자운암에 마지막으로 온 게 작년 가을이었다. 폐수영장을 지나고 왼쪽으로 쭉 가는 바람에 길을 잃어 다시 돌아왔던 기억이 있는데 이번에도 이쪽에서 길을 찾는 게 조금 힘들었다. 폐수영장을 지나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조금 가다가 철조망 흔적 같은 게 나오면 오른쪽으로, 철조망과 막대가 또 나오고, 더 가다가 다 지워져가는 자운암 표시가 나오면 그 길을 따라가면 된다. 약간 가파른 바위길이 나오고 그 후로는 길 잃을 일이 없다. 다음주 월요일에 길을 잃지 않기 위해 기록해둔다.
자운암에 도착해서 입구쪽에 짐을 내려놨다가, 더 좋은 자리를 발견해서 이동하려고 윤수가 가져온 배낭을 들어봤다. 올라올 땐 윤수가 너무 잘 걸어서 전혀 몰랐는데 거의 원정 짐만큼 무거웠다. 밥버거를 먹으려고 하는데 하나가 부족한 걸 알았다. 4개를 주문했는데 3개밖에 없었다. 가방에 안 넣고 내가 봉투를 손으로 들고 올라왔는데 하나가 사라져서 애들이 내가 중간에 떨어뜨린 것 아니냐고 의심했다. 내 몸보다 소중하게 들고 올라왔는데... 나중에 내려가는 길에도 봤는데 떨어진 건 아닌 것 같아서 다행이었다.
자운암에 두 번 정도 가봤던 것 같은데 왠지 1학년 때 처음 갔을 때는 등반을 아예 안 했던 것 같고, 작년에 갔을 때는 5.9 하이캄만 등반했던 것 같다. 사실 이번에도 5.9만 잘 올라갔다 오자는 마음으로 갔었다. 선등 빌레이를 볼 사람이 나밖에 없어서 우선 윤수 빌레이를 봤다. 윤수는 당연히 잘 올라가는데, 내 차례가 되어 올라가니 손 홀드가 없어서 생각보다 더 무서웠다. 숨은암에서는 손으로 뜯는 길이 많아서 좋았는데, 이번엔 그렇지가 않아서 자신감이 약간 떨어졌다. 거기다 괘씸하게도 신입인 유빈이가 너무 잘 올라갔다. 올라가는 폼이 바위에서 맨날 훈수 두는 고수 아저씨들이랑 똑같았다. 그래서 선등 설 수 있을 것 같으면 서보라고 했더니 이따가 선다고 한다. 나랑 똑같이 13년도부터 시작했는데 대체 이 차이는 뭘까...
윤수가 또 5.10a 길을 하나 걸었는데 나는 이미 자신감이 사라져서 별로 오르고 싶지 않았다. 난유도 자운암까지 혼자 올라오다가 길을 잃어서 우리한테 연락이 왔다. 금방 올라와서 합류했는데, 전에 교대에서 봤을 때 일반 볼더링 벽에서는 몸만 풀고 바로 문보드만 하는 걸 봤기 떄문에 암벽에서는 어떨지 기대가 컸다. 자연 암벽은 인공 암벽이랑 달라서 그런지 그때 본 실력을 모두 보여주진 못했지만 그래도 당연히 나보단 훨씬 잘했고, 몇 번 더 다녀서 적응하고 나면 어떨지 아주 기대가 됐다. 또 한편으론 이 날 등반을 갔던 4명 중 가장 클라이밍에 대해 잘 모르고 실력도 안 좋은 사람이 나여서 조금 실망스러웠다. 신입 2명과 갔는데 이게 무슨 일이람... 그래서인지 이 날은 숨은암에서보다 의욕이 없었다.
애들이 나한테 올라갈 거냐고 물어보는데 내가 자꾸 먼저 하라고 하니까 난유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올라가고 싶지 않아? 라고 말했는데, 이게 잘하는 사람과 나같은 사람의 마인드 차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5.10a 대암 길은 위쪽에 크랙이 있었는데, 윤수가 선등 서고 내려왔을 때 재밍하느라 손이 다 까진 걸 보여줘서 쉽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올라가보니 레이백을 하면 좋을 것 같이 생겼는데, 레이백 자세가 예쁘게 나오지도 않고 손이 잘 잡히지도 않았다. 시간이 지나서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이때 유빈이가 빌레이를 봐줬던 것 같은데 내가 빌레이를 잘 못 믿어서 겁이 나서 동작을 과감하게 할 수가 없었다. 그걸 윤수한테 말하고 나중에 윤수 빌레이로 다시 올라갔는데, 다시 올라보니 빌레이를 못 믿는다는 건 핑계였고 여전히 잘 못 올라갔다.
신입 두 명이 워낙 잘해서 윤수가 어쩔 수없이 더 높은 난이도 길을 찾아야 했다. 어떤 길을 갈지 잠시 고민하더니 5.11a 존재의 이유를 선택했다. 주변에 있는 다른 길들에 비해서 굉장히 긴 길이었는데, 위쪽에서 윤수가 조금 무서워하는 것 같아서 빌레이를 보는 나도 긴장이 됐다. 내려와서 윤수가 너무 무서웠고, 닥터링 된 곳들이 있다고 알려줬다. 유빈이 빌레이를 봤는데, 내가 평소에 빌레이어한테 텐션 좀 달라고 하는 만큼 나한테 줄 좀 여유 있게 달라고 말했던 것 같다. 맨 위쪽 크럭스에서 계속 조금만 내려달라고 하면서 몇 번을 시도하더니 결국 넘어갔고, 또 약간 내려와서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해본다고 하고 다시 시도했다. 대체 왜 이제야 산악부에 들어온 건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난유도 크럭스에서 몇 번 시도했는데, 미친듯한 팔 힘으로 올라가는 것 같았다. 빠르게 성공해서 대단하다 생각했는데 볼트를 밟고 갔다고 다시 시도했다. 재학생 중에 5.11을 하는 걸 내 눈으로 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신입들이 이렇게 잘 하는 게 너무 신기했다. 둘 다 너무 잘해서 윤수가 걸 수 있는 더 어려운 길이 있을지 걱정했는데, 그럴 필요 없다고 해서 다행이었다.
맨 왼쪽에 있는 5.10a 까꿍은 애들이 비교적 어렵게 올라가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좀 걱정했는데, 막상 올라가보니 약간 밸런스를 잡으면서 가야 하는 길이어서 생각보다는 쉬웠다. 그냥 올라가는 자세가 기이하게 나올 뿐이었다. 이 길을 올라갔다오고 그나마 자신감을 조금 회복했다. 맨 오른쪽으로 가서 5.10a 10월에마지막날(‘10월의’ 아님)을 등반했는데, 여기는 부분 부분 인위적으로 홀드를 만들어 놨다고 윤수가 굉장히 싫어했다. 이때까지 했던 것 중에서는 까꿍이 제일 재미있었다. 유빈이가 하이캄 선등을 섰는데, 슬리퍼가 없어서 가까이 가기가 귀찮아서 멀리서 사진만 몇 장 찍어줬다.
어차피 내가 완등하지 못할 것 같아서 5.11a 존재의 이유 마지막 볼트에 걸어놨던 퀵드로우를 회수했었는데, 막상 하산하려니 조금 아쉽고, 또 어차피 크럭스까지 가는 길은 쉬워보여서 한 번 도전해보기로 했다. 자운암에서 이번에 한 길이 대체로 다 그런 것 같기는 하지만 아래쪽은 그냥 지루한 길이다. 이 길은 길어서 더 그렇게 느껴졌다. 열심히 오르고 올라서 크럭스 부분에 도달했다. 오른손을 언더로 잡거나 약간 더 위쪽을 잡고 두 발을 살짝 올린 다음 손을 뻗으면 닥터링 된 부분이 잡힌다. 두 손으로 닥터링된 곳을 꽉 잡고 왼발을 길게 뻗으면 또 닥터링 된 발홀드가 하나 있다. 나보다 키가 조금만 더 작아도 여기에 발이 안 닿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여기서 발을 최대한 쓰고 손가락과 팔 힘으로 몸을 끌어올리면 위에 언더 크랙이 하나 있다. 여기서 '아, 그래서 5.11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젖 먹던 힘까지 짜냈는데 그렇게 몸을 끌어올려서 잡히는 게 마음이 편안해지는 크랙이 아니라 저런 크랙이라니... 그렇다고 좋은 발홀드가 생기는 것도 아니라니... 결국 포기하고 박자 맞춰서 윤수 빌레이로 몸을 올린 다음에 올라갔다. 온전히 내 힘으로 오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5.11a 길을 가봐서 뿌듯했다. 자세가 마치 인공암벽 볼더링 문제 같아서 힘만 더 있으면 재밌게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유빈이가 왜 그렇게 자꾸 다시 시도해보려고 했는지도 이해가 됐다.
막상 보고서를 쓰고 보니 그렇게 운동을 안 한 건 아닌 것 같은데, 왠지 좀 부족한 것 같아서 하산 후에 학교 외벽 팀에 합류했다. 그 전에 공대 나인온스 버거에서 저녁을 먹었는데, 나 빼고 3명 다 볼더링 난이도나 클라이밍 선수 얘기 같은 것만 해서 대화에 끼어들 수 없었다... 반실로 돌아오면서 내가 외벽 할 거라고 하니까 애들이 다 자기들은 안 한다고 했는데, 외벽에 도착해서 정신차려보니 우리 넷 중 암벽화를 안 신고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 제일 쉬운 왼쪽 길을 한 번 올라갔다가, 정리 후에 뒤풀이에 참여하고 싶었지만 다음날 아침 일찍부터 일이 있어 집으로 돌아왔다. 평일에 가니 암장에 사람이 아무도 없어 원하는 대로 여유롭게 등반할 수 있어 좋았다. 이번 학기 동안 나는 시간이 되는데 다른 애들도 시간이 돼서 평일에 산에 많이 다닐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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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윤수
`김신혜`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