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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ㆍ작성자 |
김신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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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ㆍ작성일 |
2021/03/21 (일) |
| ㆍ분 류 |
YM 산행 |
| ㆍ등반일자 |
210307 |
| ㆍ장소,코스 | 삼성산 숨은암 |
| ㆍ등반대원 | 13김신혜, 17남윤수, 윤수 친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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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추천: 13 ㆍ조회: 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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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307 삼성산 숨은암
클라이밍이 좋아졌다.
솔직히 말해서 13년도에 산악부에 들어온 이후로 지금만큼 순수하게 클라이밍이 좋았던 적은 없는 것 같다. 체력이 안 좋아 다른 사람들이랑 같이 하는 운동은 하기가 힘들 것 같아서 혼자서 할 수 있는 운동을 해보려고 클라이밍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산악부 활동을 해보고 나서 뭔가 크게 잘못된 걸 느꼈지만 사람들이랑 너무 친해져서 반쯤은 어쩔 수 없이 산악부에 남게 되었다. 1년 후 얼떨결에 선배가 되어 열심히 운동에 참여하고 산에 다녔지만 즐기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의무감이 더 컸다.
졸업 후에 후배들과 가끔 만나서 어울리기는 했지만 등반을 다니지는 않았는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갑자기 실내암장에 가고 싶어져서 같이 갈 사람이 있는지 물어봤다. 사실 아무도 없으면 미련 없이 안 갈 생각이었는데 간다는 애들이 있었다. 그게 올해 2월 10일이었다. 너무 오랜만에 갔더니 볼더링이 뭔지, 지구력 벽은 어떻게 하는 건지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쉬운 것부터 해보는데, 경태가 하는 걸 보면서 실력이 늘면 정말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거의 매일같이 암장에 나가게 됐다. 계속 나가다보니 하루가 다르게 실력이 느는 게 느껴지고 손에 굳은살이 박이는 것도 뿌듯했다. 서울 볼더스, 서울숲 클라이밍 등 다른 실내암장에도 다녀보니 새로운 볼더링 문제를 푸는 게 너무 재밌었다. 학교 외벽에서도 예전보다 힘이 는 게 느껴졌다.
그렇다 보니 날이 풀리면서 자연스럽게 산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윤수, 희재, 태경이와 함께 가기로 했는데 각자 사정이 생겨 결국 윤수, 나, 윤수 친구 이렇게 셋이 가게 되었다. 숨은암에는 한 번 와본 적이 있었는데 제일 쉬운 길에서도 고전했던 기억이 있다. 이번에도 같은 길을 올랐는데, 자연 암벽이 오랜만이어서 홀드를 못 믿는 느낌은 있었지만 예전보다는 더 힘들지 않게 올라갈 수 있었다.
갑자기 다른 사람들이 많이 와서 우리는 쉬운 왼쪽 벽으로 도망쳤다. 5.9랑 5.10a 두 개를 했는데 오히려 5.10a가 더 쉬웠다. 물론 중간에 텐션을 받으면서 가긴 했지만 다시 하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서 5.10a를 다시 올랐다. 길 이름도 백두꽁지여서 마음에 들었다. 몇 번 더 하다보면 이 길은 선등도 설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사람이 적어서 그랬던 건지 오랜만의 첫 등반이라 그랬던 건지 다들 별 등반 의욕이 없어보였다. 항상 산악회 사람들이랑 산에 가면 도착하자마자 장비 착용하고 준비 운동할 시간도 없이 선등 빌레이 보고 바로 등반하고 바쁘게 움직였던 것 같은데, 이번엔 도착하자마자 앉아서 김밥부터 까먹고 여유롭게 등반하고 내려와서 또 한참 쉬다가 등반하고 이러니까 기분이 이상했다. 분명 좋긴 한데 뭔가 이러고 있으면 안 될 것만 같은 느낌...? 머릿속에서 양심이 자꾸 일하라고 재촉하는 느낌이었다. 애들이 이만 하산할지 계속할지 고민하고 있어서 나는 더 하고 싶다고 했다. 중앙벽을 지나 오른쪽으로 이동해서 슬랩을 했다. 사실 제대로 한 것 같지는 않고 자꾸 계단을 찾으면서 올라가려고 했던 것 같다. 내려와서도 뭔가 부족한 것 같아서 이미 걸려있는 자일로 바로 옆길을 한 번 더 올랐다. 물론 이것도 마찬가지로 쉬운 곳만 찾아가면서 올라갔다. 아무래도 아직은 조금 무섭기는 해서...
하산 후에 윤수가 신입생 오티 하는 것을 기다렸다가 반실로 가서 고량주로 뒤풀이를 했다. 인원이 적어서 여유롭게 하면서도 여러 번 등반할 수 있어서 좋았다. 윤수가 대장이 되고나서 책임감을 많이 느끼는 것 같다. 이번 산행에서도 자일과 개인장비 등을 모두 윤수가 챙겨 왔고, 짐 분배도 하지 않고 어프로치를 했다. 2017년 1학년 때 윤수를 보고나서 나도 2018년 중순까지 스페인에 있고, 윤수도 얼마 전까지 복무 중이어서 몇 년 간 만날 일이 없었다. 이번 동계 뒤풀이에서 몇 년 만에 처음 보고, 그 후로 같이 운동하느라 지난 한 달 간 가족보다도 더 자주 본 것 같은데 어느새 자라서 이렇게 훌륭한 대장이 됐다는 게 참 신기했다. 한편으론 이렇게 열심히 하다가 금방 지쳐버리는 게 아닐지 걱정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알아서 잘하겠지! 재학생 활동 잘 도와주면서 열심히 산에 다니고 실력도 키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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