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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ㆍ작성자 |
노승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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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ㆍ작성일 |
2021/04/15 (목) |
| ㆍ분 류 |
YM 산행 |
| ㆍ등반일자 |
21.03.14 |
| ㆍ장소,코스 | 쉬운 길(5.7), 혼자서(5.9) |
| ㆍ등반대원 | 김영섭, 17 노승환, 18 강지희, 20 줄리엔 |
| ㆍ등반장비 | 퀵 1조, 자일 2동, 개인장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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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추천: 0 ㆍ조회: 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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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3.14 관악산 둘이서 하나되어
지난 산행 줄리엔이 릿지를 가보고 싶다 하여 만경대 릿지를 한 번 가볼까 생각을 하였다. 근데 어프로치나 개념도도 모호하고 등반하고 온 사람들의 블로그를 봐도 길을 사전에 알지 못하면 어프로치든 바윗길이든 찾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서 저녁까지 돌아와야 하는 이번 등반의 시간 제한상 릿지는 제하였다. 관악산 하늘 릿지를 잠시 고려해보았지만 이는 자유등반의 난이도가 높아 보류하게 되었다. 하여 고른 암장은 둘이서 하나되어, 숨은암장보다는 덜 익숙하고 단피치 암장을 즐기기 적절할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9시 과천역에 모여 어프로치를 진행하였다. 거의 딱 2년만에 지희를 봐서 굉장히 반가운 마음이 앞섰다. 세상에 이런 날이 올 줄은 몰랐지.. 내가 군대를 갔다왔다는 시간의 흐름은 역시 세상의 변화도 있지만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들을 통해서 알게 되는 것 같다. 영섭이형과는 첫 인사를 하고 수다를 떨며 관악산으로 들어섰다.
어프로치는 생각 이상으로 쉬웠다. 20분 정도의 어프로치 후 푹푹한 날씨에 땀이 흘러 윈드재킷을 벗은 후 다시 출발해보니 암장 코앞이었다. 매끈하게 암장에 도착. 가장 쉬운 길인 쉬운 길(5.7)을 올랐다. 근데 웬걸 5.7이라는 쉬운 길은 전혀 5.7의 느낌이 나지 않았다. 3년 전 이 암장에 왔을 때 쉬운 길을 오르며 크랙을 레이백이 아닌 재밍으로 오르다 중단부에서 레이백으로 전환해 올랐는데 처음부터 레이백으로 오르려해보니 정말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 번의 시도 하에 내려왔다. 영섭이형이 스스로 선등을 도전해 이 길을 재밍과 레이백으로 파훼해 내려왔다. 톡톡 튀는 등반이었다. 직관력이 뛰어난 것 같다.
이후 계속 전면부에서부터 레이백으로 오르는 방법을 시도해보려했으나 명확하게 해결이 되질 않았다. 이후 암장의 관리인이 와 계셔서 방법을 알려주셨는데 특정 발 홀드의 위치를 알려주셨다. 그렇게 서보고자하니 개구리가 점프하기 직전처럼 상당히 웅크린 상태에 무게중심이 상당히 크랙 바깥으로 나간 느낌이라 불안정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이게 맞는 건가 이런 생각을 많이 했는데 나중에 몇번씩 성공하고 이러니 그 자세를 맞는 자세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 자세를 받아들이고 일어나기 위해선 강한 악력도 아니고, 강한 등근육도 아니며 발끝 손끝 힘에만 집중하는 게 필요했는데 발목 힘은 충분하지만 정교함이 부족했던 거 같고 손끝 힘은 악력과는 별개로 피곤함을 버티는 힘이 필요했던 거 같다. 그 루트를 떨어질 때는 펌핑이 나서 떨어지는 것이 아닌 인대가 피곤해져서 힘이 안 들어간 상태가 되는 느낌? 일명 손가락 힘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그 루트에서 부족함을 느끼고나선 줄기차게 그 길을 도전했다. 목표를 5번 완등으로 세우고 도전했는데 결과적으론 4번 밖에 오르질 못했다. 관리인 말씀으론 개념도 상으론 5.7이지만 자신이 알려준 동작대로 오르면 10대라고 말씀하셨는데.. 그때는 내가 이것도 못 오른다는 분함과 실력이 등반을 안 하던 사이에 바닥까지 떨어진 것이 아닌가 하는 나에 대한 의구심이 합쳐져 그 말씀을 위로로 느끼지 못했고, 10대라는 것은 오바고 잘 줘봐야 5.9라고 생각했다. 정확한 밸런스가 갖춰져있으면 낑낑거리지 않고 스무스하게 한 동작만에 페이스에서 레이백으로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최근 자운암장을 다녀와본 바 10대라는 것은 인정하게 되었다. 각설하고 이 말씀에 더 분발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고 덕분에 잘 안되는 동작이 있다는 걸 분명하게 인정하고 그 루트에서만 놀았다.
중간에 한번 혼자서(5.9)를 도전하였는데 이 루트는 이전에도 자유등반이 쉽지 않아 텐션으로 넘어갔던 거 같은데 다시 도전하는데도 첫 동작이 수행되지 않았다. 왼손가락들로 조그만 홀드를 붙잡고 오른발로 엣징이 되는 작은 홀드를 딛고 일어나며 오른손을 오른쪽 위로 뻗어 좋은 턱홀드를 잡아야 하는데 왼손이 배불뚝이 홀드라 오른발로 힘이 잘 실리지가 않는 구조이다. 해서 왼손으로 붙잡는 힘이 강해서 몸을 끌어올리며 무게를 오른발 엣징으로 옮겨야 하는데 하도 많이 밟혀 맨들맨들하다. 엣징이 잘 안되서 내려왔다. 관리인분께선 내 암벽화를 보고 다 닳은 녀석을 가져왔다고, 안 그래도 슬랩용인데 다 닳은 것을 가져왔다고 두둔해주셨다. 이 말은 반은 인정하고 반은 다시 내 실력에 대한 의구심으로 돌아와 음울해졌다.
이런 관리인분들의 말씀 하나하나가 나에 대한 어떤 계시가 되어 열심히 쉬운 길을 여러번 연습했고 아까 상술했듯 5번의 완등 목표 하에 4번 완등을 하였다. 마지막 등반 시도는 손가락들이 지쳐 펌핑이 나지 않았는데도 힘이 들어가지 않는 상태가 되어 나 스스로 힘을 어떤 방향으로 가하는지 잘 지각이 되지 않았던 것 같다. 물론 4번의 완등 시도에는 실패가 섞여있어 텐션을 받고 자세를 고쳐잡고 이런 부분도 많았으므로 실제 등반 시도횟수를 따지면 충분한 연습이 된 거 같다.
둘이서 하나되어 암장을 간 데에는 다양한 루트에 선등 없이 정상을 우회해 줄을 걸고 내려와 탑로핑을 즐길 수 있다는 부분을 메리트로 착안한 부분이 큰데 등반의 리더 역할로서 그런 아기자기한 루트들에 대한 소개나 제안을 포기하고 나만의 등반을 열심히 즐기고 왔다는(빌레이도 수반하며) 점에서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하나되어 암장은 10대 페이스가 많은데 하나씩 붙어보면 그레이드가 꽤 낮게 평가돼있다고 느껴지는 암장이다. 이 10대 페이스들은 굉장히 아기자기했던 거로 기억하는데 이 부분에 대한 소개를 하지 못했던 거 같아 아쉽다.
2시쯤 완수 형님이 삼성산부터 관악산까지 넘어오는 등산을 하시고 과천쪽으로 넘어와 우리가 있는 암장으로 놀러오셨다. 감사하게 밥을 사주셨고, 우리에게 올해 바위를 같이 가며 재학생 교육에 힘써주시겠다는 약속을 하셨다. 어떻게 후배를 길러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막론하고 나 자신의 등반조차 성치 못하다고 느끼는 시기에 결국 기본은 바위를 같이 가는, 등반 그 자체가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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