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709 의대길
2시에 일어나서 2시 반에 집에서 나왔다. 2시 50분에 사당역 근처에서 창근 형님이 픽업해주셔서 4시에 도선사에 도착했다. 3시간도 못 자서 피곤하긴 하면서도 처음으로 북한산 인수봉을 간다는 것에 약간 들떠서 주변을 좀 둘러보았지만 어두워서 잘 보이진 않았다.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산을 가본 적은 있는데 4시에 어프로치를 시작한 건 처음이라 엄청 생소한 경험이었다. 장마철이라 그런지 새벽이라 안개가 심한 건지 공기 중에 물이 떠다니는 수준이어서 엄청 습했고 어두컴컴해서 랜턴의 빛에만 의지해서 걸어가서 어떻게 갔는지 기억도 잘 안 난다.
5시쯤 대슬랩에 도착했는데, 말로만 듣던 대슬랩이었는데 무지막지하게 커서 압도되는 기분이었다. 여기서 시작하나 했는데 오른쪽으로 5분 정도 올라가는 게 어프로치의 끝(인 줄 알았으나 의대길은 오아시스에서 시작이라 어프로치가 끝난 게 아니었다.)이라고 생각했던 곳에 도달했다. 오아시스까지 2번에 끊어서 갔는데 처음 가는 길은 큰 크랙을 따라 잘 잡고 슬랩을 조금 오르면 할만했다. 다만, 이런 멀티(춘클릿지는 어프로치가 없었으니)는 1년 만이라 머리랑 몸이 굳어 있어서 실제 난이도보다 훨씬 어렵게 느껴졌던 것 같다.
의대길 1피치 5.8
초반은 쉽게 갔는데 중간에 크럭스 부분이 어려웠다. 바위가 좀 촉촉한데다 슬랩이어서 많이 미끄러졌다.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때였는데 내가 3번째였으니 나 때문에 4명이 다 기다려야 한다는 걸 상기하면서 이 악물고 먼저 올라가신 형님들의 조언을 들으면서 어떻게 올라가긴 했다.
2피치 5.10a
1피치가 너무 힘들게 느껴져서 어떻게든 되겠지 하고 시작했는데 더 힘들었다. 거의 죽을뻔 했다. 형님들도 약간 어렵게 가시는 것 같긴 해서 밑에서 보면서 아 어렵겠구나 생각은 했는데 더럽게 어려웠다. 1피치에서 20분은 걸렸던 것 같은데 2피치에선 30분은 넘게 걸린 것 같다. 나름 실력을 키웠다고 생각했는데 이것밖에 안 되나 싶어서 조금 슬펐다.
3피치 A0
볼트따기라고 하는 처음 해보는 인공등반이었다. 퀵을 손으로 잡고 볼트에 발을 올리고 균형을 잡고 버티면서 일어서는 동작이었는데, 사실 처음이랑 마지막만 그렇게 하고 리치를 이용해서 다음 퀵 잡으면서 갔는데 요령이 없으니 힘들어서 중간에 많이 쉬었다.
4피치 5.8/5.6
원래 4, 5 피치인데 한 번에 끊었다. 힘이 엄청 빠졌는데 합쳐서 48M를 가려고 하니까 진짜 힘들었다. 5.8 슬랩을 먼저 올라가고 5.6을 올라가니까 초반에 진짜 힘들었다가 후반에 할만해졌다. 온몸에 힘이 너무 많이 빠져서 꽤 많이 쉬었던 것 같다.
다 올라가니 귀바위였는데 너무 힘들어서 기어간 다음에 확보하고 누워서 조금 쉬었다. 지선이 형이 방울토마토를 나눠주셨는데 너무 맛있었다. 날이 맑았다가 흐렸다 하면서 경치가 보일 때도 있고 안 보일 때도 있었는데 귀바위에선 꽤 봤던 것 같다. 가까이엔 등반하는 수많은 사람들과 멀리로는 서울 시내까지 보이는 광경이 멋있었다.
하강은 쉬웠다. 3번 하강하고 나니 등반을 시작한 곳에 도착했는데 오후 4시였다. 하산을 하는데 길이 새롭게 느껴졌던 걸 빼면 무난했다. 5시에 하산을 끝내고 우촌식당에서 뒷풀이를 했는데 다 맛있는 게 멀티 처음 갔을 때의 느낌이라 좋았다.
산행방 메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