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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ㆍ작성자 |
김신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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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ㆍ작성일 |
2021/05/13 (목) |
| ㆍ분 류 |
YM 산행 |
| ㆍ등반일자 |
210512 |
| ㆍ장소,코스 | 대둔산 양파A |
| ㆍ등반대원 | 61전양, 76박승환, 13김신혜, 17노승환, 17남윤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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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추천: 0 ㆍ조회: 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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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12 대둔산 양파A
지난 일요일 춘계를 마치고 뒤풀이 겸(?) 실내암장에 갔다가 저녁을 먹고 있는데, 대전에 간다는 윤수가 장난으로 대둔산에 오라고 했다. 장난? 어림도 없지! 덥썩 물어서 번갯불에 콩볶듯 산행팀이 꾸려졌다. 평일이라 가겠다는 재학생은 거의 없었지만 든든한 대전 지역 형님들께서 참여의사를 밝혀주셨다. 전날인 화요일, 춘계 짐도 풀고 장비도 챙겨야 하는데 새 반실에 들어가려면 학생증이 필요해서 학교에 있는 애들이랑 만나 암장 옆에서 점심을 먹었다. 날이 너무 좋아서 다음날 산행도 왠지 기대가 됐다.
일찌감치 잠을 청하고 5시 15분에 일어나 용산역으로 향했다. 집에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인데 길을 좀 잘못 들어서 시간이 더 걸렸다. 자전거를 탈 걸 후회했다. 다음엔 따릉이 타야지~ 5분 정도 남기고 역에 들어와서 여유롭게 기차를 탔다. 안에서 승환이랑 만났는데 코로나 때문에 좌석을 띄워 앉아야 해서 별로 같이 가는 것 같지가 않았다. 멍청하게 이어폰도 놔두고 가서 지루하게 있다가 잠들었다. 서대전이라는 안내방송에 일어나 내렸다. 역에서 나오자마자 차 한대가 지나가...는 것 같더니 우리를 지나쳐서 섰다. 윤수였다. 차에 타서 살고 싶은 마음에 헬멧을 썼다. 내가 뒷자리에 앉았는데 승환이가 자기들은 에어백 있고 나는 없다고 놀렸다. 유서를 안 쓰고 온 게 마음에 걸렸었는데 걱정보다 윤수가 운전을 잘하는 것 같아서 마음을 놓았다.
형님들과 약속한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해서 천등산에 먼저 가봤다. 생각보다 바위가 잘 안 보여서 소시지빵만 먹다가 대둔산 주차장으로 향했다. 전양형님과 승환형님을 만나 김밥을 사러 갔는데 김밥이 다 나갔다면서 자꾸 보리떡을 추천해주셨다. 다른 가게도 더 가보고 산 입구에 있는 편의점까지 가봤는데 아무데서도 김밥을 안 팔아서 결국 형님들과 윤수가 아래에 내려가서 인삼튀김과 보리떡을 사오셨다. 이상하게 최근 다른 산행들에서보다 몸이 조금 무거운 느낌이었는데 그래도 힘을 내서 빠르게 걸었다. 등산로를 쭉 따라가다보면 건물 같은 게 나오고, 거기서 왼쪽 길로 빠진다. 길이라기엔 길이 너무 없긴 하지만... 완전 너덜지대라서 돌이 하나도 고정이 안 되어 있다. 올라가면서 나보다도 뒤에 따라오는 승환이가 돌에 맞을까봐 걱정이 되는 수준이었다. 이거 맞나?를 수십번 생각하며 올라가니 양파A, 양파B 갈림길 표지판이 있었다. 거기서부터 조금만 올라가니 양파A 시작점에 도착했다.
나이 먹어 좋은 것이 무엇인가. 승환이에게 세컨을 맡기고 느긋하게 기다렸다. 1피치는 아주 완만한 곳을 올라가서 아주 짧은 페이스 하나를 하면 끝난다. 시작 구간은 사실 내가 예전에 '암벽등반'이라 했을 때 떠올렸던 이미지의, 거의 등산로에 가까운 바위라 빌레이 없이 올라가서 시작을 해도 될 것 같다. 윤수와 승환이가 올라가고 내가 다음 차례로 올라가는데, 그 짧은 페이스 구간이 직벽이라 발을 올리니까 벽이 몸을 밀어냈다. 이게 뭐야? 하니까 윤수가 이것이 K-5.9 페이스라고 했다. 5.9라 해서 만만하게 봤는데 난이도가 어마어마했다. 시작할 때 발을 놓을 수 있는 작은 밴드가 있는데 어차피 위에서 벽이 몸을 밀어서 손 없이는 올라가는 게 불가능했다. 가운데에 손가락 두세마디 정도씩 걸리는 좋은 손홀드가 나란히 있었는데 우둘투둘하고 손가락이 너무 아파서 실패했다. 턱걸이를 할 수 있었다면 힘을 실어볼 수 있었을 것 같은데 턱걸이를 못하는 인간이란 사실이 원통했다. 왼쪽으로 가라고 해서 왼쪽으로 갔다가 손 잡을 데가 없어서 실패하고 아예 오른쪽으로 가봤다. 거기서도 별다른 수가 없어서 최대한 끌어올린 다음에 텐션 받고 다시 왼쪽으로 오니까 그나마 좋은 손홀드들이 있어서 올라갈 수 있었다. 그 위로는 그냥 기어 올라가면 끝이었다. 쌍볼트에 체인이 아주 짧게 걸려있고 턱이 있어서 빌레이 보기가 굉장히 안 좋았다. 그래도 빌레이 보면서 주위를 보는데 경치가 너무 좋았다. 꿈에서 봤던 것 같았다. 전양형님 빌레이를 봐드리고 이어서 내가 승환형님까지 빌레이를 봤다. 형님들은 아예 왼쪽으로 올라오셨다. 나만 힘든 걸까봐 걱정했었는데 모두에게 힘들었던 것 같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픽스된 줄을 잡고 클라이밍 다운으로 하강하니 바로 2피치 시작점이었다.
개념도 상으로 2피치가 제일 어렵다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먼저 올라간 윤수랑 승환이가 엄청 고생하는 걸 보고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승환이가 올라가는 데 걸린 시간을 보니 25분 정도가 걸렸다. 시작할 때 옆에 바위가 있는데 윤수가 올라가면서 그걸 써서 가면 쉽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그 벽을 안 쓰고 해볼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는데, 벽에 붙자마자 택도 없는 생각이라는 걸 깨달았다. 사실상 그 벽을 안 썼으면 시작도 불가능했을 것 같다. 옆의 벽을 써서 쉽게 올라가다가 윤수랑 승환이가 넘어갔던 지점에서 왼쪽으로 붙으려다가 너무 무서워서 그냥 쭉 좋은 바위를 따라서 계단처럼 밟고 올라갔다. 거기서 왼쪽으로 붙어야되는데 손이 나름 있기는 한데 바위 각이 너무 세고 발이 딱히 좋지 않아서 왼쪽으로 넘어가기가 무서웠다. 그래서 그냥 텐션 받아서 트레버스를 했다. 윤수가 너무 어렵다 싶었는지 승환이가 올라오는 도중에 승환이한테 슬링을 내려서 설치하게 했었는데, 내 위치가 딱 슬링이 닿는 위치였다. 형님들이 슬링 잡으라고 했는데 그건 싫어서 슬링 대신에 그 옆에 제일 좋아보이는 홀드를 잡았다. 홀드들이 흐르는 방향이고 썩 좋지 않기는 한데 그래도 잡고 갈만 했다. 위에서 아래로 당기면서 몸을 올려서 맨틀링해야 할 것 같은 부분이 있었는데 이것도 손홀드 방향이 흘러서 몸을 올리다가 텐션을 외쳤다. 텐션 받은 채로 찾아보니 그 위에 좀 괜찮은 게 보여서 그걸 잡고 올라갔다. 그 부분을 지나면 나름 다 괜찮은 편이었다. 윤수랑 승환이가 건너갔던 아랫부분이 어려운 구간이었던 것 같다. 올라오고 나니 속이 너무 안 좋아서 전양형님한테 승환형님 빌레이를 봐달라고 부탁하고 위로 올라갔다. 나 대신 윤수가 내려가서 승환형님 등반하시는 사진을 찍어드렸다. 승환이를 찾아 가는데 눈앞에 우뚝 솟은 바위가 나타났다. 빌레이 없이 가는 게 말도 안 되는 것 같은데 승환이는 빌레이 없이 갔다고 했다. 아직은 이 생에 미련이 남아있어서 승환이한테 빌레이를 봐달라고 했다. 넘어가서 어떻게 그냥 왔냐고 물어보니까 아무렇지도 않다는듯이 떨어지면 죽는다는 생각으로 왔죠~라고 했다.
승환, 전양형님, 승환형님, 윤수, 나 순으로 하강했다. 내가 자일을 가방에 넣어서 가려고 하니까 윤수가 그냥 던지라고 했다. 묶어서 던져야되는데 생각 없이 그냥 던졌더니 멋지게 떨어졌다. 하강하니 쉬기에 좋은 자리가 나와서 인삼 튀김, 보리떡, 시루떡, 방울토마토 등으로 점심을 먹었다. 분명 방금 전까지 확보지점에 매달려 있기도 힘들만큼 속이 안 좋았는데 먹을 걸 보니 이상하게 멀쩡해졌다. 인삼튀김도 맛있고 보리떡도 맛있어서 아침에 가게 주인이 왜 그렇게 보리떡을 영업했는지 이해했다.
3피치는 서로 다른 크기의 책들을 쌓아놓은 것처럼 3개 정도 큰 턱이 있고 턱 밑으로는 경사가 가파르고 맨들맨들하다. 윤수가 엄청 빠르게 올라갔는데, 크럭스 부분에서 승환이가 힘들어했다. 여러번 시도해보다가 결국 퀵을 잡고 올라갔다. 혹시 몰라서 퀵을 남겨두고 올라갔다. 붙어보니 의외로 쉬워보이던 시작 부분이 발 거의 없이 팔 힘으로 다리를 끌어올려야 해서 힘들었다. 오히려 크럭스 부분이 생각보다 쉬웠다. 밑에서 볼 때 괜찮아보이는 자세를 승환이한테 해보라고 했었는데, 그대로 해봤더니 생각보다 손 홀드가 좋아서 가장 좋은 발 홀드를 잘 밟고 몸을 올릴 수 있었다. 손 한 마디 정도가 들어가는 실크랙이 있는데 보기보다 손이 잘 들어가고 잘 잡혔다. 각이 세서 발을 좀 못 믿게 되긴 하는데 그래도 좋은 자리에 작게 패인 부분이 있어서 그 발을 믿고 몸을 끌어올렸다. 그랬더니 첫 번째 턱이 잡히고, 윤수가 승환이 올라갈 때 말했던 것처럼 더듬어서 더 안쪽을 잡으니까 완전 잘 잡혔다. 그 위로는 더이상 발이 없는데 맨틀링을 하기에는 위쪽 벽이 조금 튀어나와있어서 고민했다. 텐션 받을까 하다가 여기까지 안 받고 올라왔는데 이 부분은 혼자 힘으로 끝내고 싶어서 턱을 잡은 채로 내려와서 손이랑 발을 더 좋게 고치고 올라섰다. 그 위는 윤수는 왼쪽 칸테를 이용해서 갔다고 했고, 승환이는 오른쪽 더 쉬워보이는 길로 올라갔다. 나름 손이 있는 것 같아서 직상해보려다가 자세가 너무 안 나와서 그냥 윤수가 갔던 길로 갔다. 발이 거의 없고 손 홀드는 좋아서 턱걸이를 몇 번 해서 올라가는 느낌이었다. 팔에 힘이 너무 빠져서 한 번 텐션을 받았다. 나는 턱걸이를 하나도 못 하니까 최대한 좋은 발을 찾으면서 올라갔다. 땅이 갈라져서 턱걸이를 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위기 상황을 대비해서 턱걸이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겸사겸사 이런 길도 쉽게 갈 수 있도록. 이 위로는 거의 계단처럼 쉽게 올라갈 수 있었다. 어려워보이던 부분을 생각했던 동작대로 했더니 한 번에 성공해서 정말 뿌듯했다. 승환이가 윤수 빌레이로 먼저 4피치 시작점으로 가고 나는 전양형님 빌레이를 본 다음, 전양형님이 승환형님 빌레이 시작하시는 것을 확인하고 올라갔다. 올라와보니 승환이가 몸자 빌레이를 보고 있었다. 나도 몸자로 형님들 빌레이를 봐드렸는데 처음이라 자일 사리기는 힘들어도 재밌었다.
4피치는 고독의 길 마지막 피치처럼 계단 같이 생기기도 했고, 3피치 시작할 때 윤수가 먼저 장난처럼 4, 5피치는 쉬운데 선등 서보실래요? 이래서 서볼까 진지하게 고민했는데 첫 볼트가 한 6~7미터 위에 있는 걸 보고 빠르게 마음을 접었다. 윤수가 처음에 2피치까지만 어렵고 그다음은 쉽다고 했다가 3피치를 시작하면서는 4피치부터가 쉽다고 했다. 그런데 4피치에 붙더니 4피치 첫 동작 이후로 쉽다고 또 말을 바꿨다. 빠르게 올라가다가 길에 물 있다면서 놀랐다. 윤수의 저주인 건지 나의 저주인 건지 왜 산에 갈 때마다 물이 있는 건지 모르겠다. 승환이는 윤수랑 다르게 왼쪽 벽을 써서 스태밍으로 시작했다. 승환이가 어느정도 올라갔을 때 내가 시작 빼고는 쉽냐고 물어보니까 쉬운데 딱 지금 지나고 있는 구간이 조금 까다롭다고 했다. 내 차례가 돼서 붙으려고 보니 시작이 애매했는데 전양형님이 옆에서 발을 오른쪽으로 쭉 뻗으라고 알려주셨다. 그쪽이 낭떠러지라 고도감이 있긴 한데 거기를 밟으니까 자세가 나와서 올라갈 수 있었다. 위로도 쭉 무난한 크랙이 있어서 손 발을 잘 쓰면서 올라갔다. 3피치랑 마찬가지로 힘으로 끌어올려야 하는 부분이 많아서 팔에 힘이 빠졌다. 올라가다보니까 텐션을 한 번도 안 받은 채로 꽤 올라와서 힘들었지만 기를 쓰고 끝까지 내 힘으로 올라갔다. 텐션 중독인데 이 피치 내내 텐션을 받지 않고 가서 뿌듯했다.
올라와서 빌레이를 보는데 10분이 넘도록 전양 형님이 한 자리에서 올라오지 않으셨다. 길이가 있고 바람도 세게 불고 서로 시야에서 보이지도 않아서 소통이 잘 되지 않았다. 그래서 계속 올라오신다는 생각으로 힘을 줘서 빌레이를 봤다. 힘도 들고 심심해서 5피치 시작점으로 간 애들한테 내려와서 놀아달라고 했는데 윤수가 얄밉게 싫어요! 여긴 그늘인데요? 거긴 땡!볕!이잖아요!라고 했다. 시간이 너무 지체되는 것 같아 승환이가 형님을 끌어올리려고 밑으로 내려왔다. 그런데 형님들께서 줄을 픽스하기를 원하셔서 윤수가 내려와서 다른 자일로 픽스를 했다. 알고보니 전양형님이 아직 시작을 거의 못하시고 내가 열심히 자일을 당겨서 발이 바닥에 살짝 안 닿는 상태였던 것 같았다. 의사소통이 잘 됐다면 나도 형님도 덜 힘들었을 것 같아서 아쉬웠다. 너무 힘들어서 승환이에게 승환형님 빌레이를(?) 부탁하고 5피치 시작점으로 먼저 이동했다.
올라가자마자 엄청 완만한 바위가 보였다. 시작은 옆에 작은 바위가 계단처럼 있어서 빠르게 올라가면 되고, 올라간 다음에 왼쪽의 완만한 슬랩으로 붙어야 된다. 슬랩 자체는 경사도 완만하고 약간씩 틈도 있었지만, 이전까지 계속 뜯으면서 힘 쓰는 것만 하다보니까 슬랩이 무서웠다. 윤수가 자꾸 발은 딛는게 아니라 믿는 거라고 믿으라고 했는데 손이 없으니까 무서웠다. 설상 가상으로 슬랩에 붙자마자 윤수가 경치 좋다고 뒤돌아보라면서 뒤 안 돌아보면 빌레이를 안 보겠다고 했다. 그래서 더 무서워져서 텐션 달라고 하고 쉬고 올라갔다. 사실 발이 미끄러질 일도 없고 손발도 어느정도 있어서 문제는 없었다. 승환형님이 아래서 걸어가면 되는데 왜 빨리 안 가냐고 하셨는데 나중에 올라오시면서 벽이 언제 이렇게 섰어? 아까는 누워있었는데?라고 하셨다. 맨 위에 도착해서 윤수가 있는 턱으로 올라서야 하는데 턱 위에 손이 하나도 없었다. 윤수가 높이 있는 뾰족한 데를 오른손으로 잡고 왼발로 무게중심을 옮긴 다음 얼굴을 오른손 쪽으로 쳐박듯이 해서 오른발을 올리라고 했다. 그래서 안경 갈리고 얼굴도 긁힐듯이 해서 올라왔는데 올라오니까 쫌 하시네요 이런다. 진짜 그 자세로 올라올 줄 모르고 아무말이나 한 거였다. 나중에 다른 사람들 올라오는 걸 보니까 다들 그 부분에서 당황하기는 했는데 내가 올라온 방식만 빼고 다들 각자의 방식대로 올라왔다. 뒤쪽으로 돌아서 아주 잠깐 걸어가면 하강 지점이 나온다. 윤수가 클라이밍 다운 해도 된다더니 잠깐 내려가서 보고는 누가 이걸 클라이밍 다운 한다고 해~라고 했다. 진짜 지가 한 말 바꾸기 선수... 다시 올라와서 하강 자일을 설치하고 내려가고 전양형님, 승환형님, 나, 승환이 순으로 이어서 하강했다. 하강하면서 보니 바로 뒤에 쪼개진 것처럼 생긴 벽이 있었는데 윤수가 거기가 6피치라고 알려줬다. 재밌게 생겼는데 시간상 내려가야 해서 아쉬웠다.
사실 이번 등반에서 제일 어렸웠던 것은 6피치(하산)였다. 등산로를 만날 때까지 쭈우우우욱 어마어마한 너덜지대였다. 돌들이 크기랑 상관없이 다 밸런스보드처럼 흔들렸다. 흔들릴 거라고는 상상도 못할 크기의 바위가 흔들리기도 하고, 한 바위가 흔들려서 다른 바위를 밟으니 그 바위도 흔들려서 곡예하듯 지나가야 하는 곳도 많았다. 어디를 밟든 낙석위험이 있었다. 바람막이를 입고 있었는데 더워서 땀이 나는 건지 무서워서 식은땀이 나는 건지 분간할 수 없었다. 그렇게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너덜지대를 지나(우리가 지나온 길이 양파B 어프로치였다) 등산로부터는 편안히 하산했다. 올라갈 때 내가 어프로치가 짧은 것 같다고 했더니 애들이 내가 춘계 갔다와서 거리감을 상실한 거라고 했는데 하산하면서 짧다는 것에 동의했다.
형님들이 봐두신 막국수 집이 있어서 윤수가 하산 내내 막국수 노래를 부르면서 내려왔는데 우리가 도착하니 막 문을 닫으려 하고 있었다. 가다가 다른 식당에 물어보니 불 끄기 직전이었는데 먹고 가게 해주겠다고 하셔서 갈비탕을 시켜 먹었다. 반찬도 다양하고 갈비탕도 맛있었다. 운전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승환이랑 나만 술을 마실 수 있어서 아쉬웠다. 윤수랑 승환이는 밥을 두 공기나 비웠는데, 우리가 싹싹 긁어먹는 것을 보고 주인 할머니께서 밥 안 해줬으면 어쩔뻔 했냐면서 생색을 내시는 게 귀여웠다. 별다른 계획이 없이 온 거라 어떻게 할까 하다가, 서울에 가면 집까지 가지도 못하고 지쳐 쓰러질 것 같아서 그냥 대전으로 가서 자고 다음날 윤수랑 같이 올라가기로 했다. 윤수가 차로 유성온천역에 내려줘서 승환이랑 살얼음 맥주를 한 잔씩 하고 찜질방으로 갔다. 늦은 시간에 가서 사람도 없고 노천탕도 있고 너무 좋았다. 찜질방에 안마의자가 있는데 먼저 올라온 승환이가 해보고는 너무 좋다고 나한테 천 원짜리 한 장을 주면서 자기 전에 꼭 하고 자라고 했다. 시원하긴 했는데 나보다 키 큰 사람을 위한 기계인지 목에 해야 하는 것 같은 마사지를 자꾸 뒤통수에다 했다. 목욕탕이 너무 좋아서 승환이랑 다음에 대둔산에 가게 되면 또 여기로 오자고 했다. 다음날 일어나서 탕에 한 번 더 갔다가 얼큰이 칼국수를 먹고 성심당에서 빵을 한가득 샀다. 윤수와 민휴 심부름으로 초코튀소도 몇 개 더 사고... 다시 유고버(유성고속버스터미널)로 와서 윤수랑 만나 버스를 타고 서울로 왔다. 짐을 풀기 위해 다같이 학교로 갔는데 정기운동 하는 애들을 만나서 함께 학교 외벽에서 운동을 하다가 왔다. 경치도 좋고 등반도 즐겁고 행복해지는 게 너무 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해외 여행도 못 가는데 이렇게 지방으로 등반 여행을 다니는 것도 참 재밌는 것 같다. 등반도 하고 관광도 하고 일석이조! 승환형님이 아침에 차 한 잔 하고 가라고 초대해주셨는데 시간이 애매해서 못 가서 아쉬웠다. 우리도 즐겁고 형님들께서도 좋아하시는 것 같아서 자주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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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환
`김신혜`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