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5.18 자운암
16일에 가기로 했던 등반일정이 비로 인해 취소되어서 대신 자운암을 같이 갈 사람들을 모아 보았다.
늘 익숙해지지 않는 어프로치가 끝나니 사람없이 쾌적하지만 전날까지 내린 비로 촉촉해져 있는 자운암이 등장했다.
그나마 물이 떨어지지 않고 난이도도 쉬운 5.9 하이캄에 먼저 줄을 걸었다. 5.9 라고 하기에는 난이도가 쉬운 편인 것 같았다. 크게 특별할 게 없었으니. 대신 중간중간 고여 있는 물 때문에 당황스러웠다.
다음 루트는 5.10a 까꿍이었다. 자운암 왼쪽은 햇살을 받아 보송보송 말라 있는 것 같아서 선택한 루트였다. 올라가기 전 신혜언니가 끝에서 2번째 퀵 아래 크럭스 부분은 손가락 두마디인가 걸리는 홀드를 오른쪽으로 잡고 발도 벽에 닿는, 살짝 꺾인 형태로 디뎌야 한다고 알려 줬는데, 그걸 넘어야 퀵을 걸 수 있다고 했다.
올라가기 전에는 정확히 어떤 상태인지 알 방도가 없었기에 일단 올라보았다.
첫 번째 퀵을 거는 것부터 문제가 생겼는데, 어떤 방향으로든 아무리 올라도 손이 닿지 않아 퀵을 걸 수가 없었다. 그래서 신혜언니와 난유님한테 도움을 청했는데, 난유님이 내가 퀵을 걸려고 시도한 위치에서 편안하게 퀵을 거시는 걸 보고 조금 슬펐다.
이후 신혜언니가 말해주신 크럭스에 도착했는데, 손홀드가 촉촉했다. 여러 번 시도해 봤지만 손도 발도 신뢰하기 어려워서 여러 번의 시도 끝에 볼트를 밟고 서 보니 대충 괜찮은 손홀드가 잡혔다.
날씨 좋을 때 다시 같은 루트를 시도해 봐야겠다. 그땐 성공했으면 좋겠다.
마지막 너랑나랑은 신혜언니가 줄을 걸어 주었다. 후등으로 오르면서 11b 난이도의 크랙을 잡아볼까 생각도 했지만 11b는 내 실력으로는 많이 어려울 것 같았다. 오르면서 후등이라고 생각없이 오르는 대신 손과 발의 위치를 꼼꼼하게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랑나랑 옆 대암도 오르려고 했으나 물방울이 떨어질 정도로 심하게 젖어있는 바위상태와 오후에 일정이 있으신 분들 때문에 그냥 내려왔다.
자운암이나 이런저런 암장들을 가면 루트 자체는 굉장히 다양하다는 게 느껴진다. 문제는 실력에 따라 그 다양성이 제한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그 다양성의 폭을 늘릴 수 있게, 조금 더 난이도 있는 루트에서 나 자신을 믿을 수 있게 내 몸과 마음을 단련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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