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5.18. 관악산 자운암장 -한희재-
전날 나 몰래 결성된 교대팟에서 내가 빠질 수 없지~하고 헐레벌떡 참여했는데 다음날 관악산을 간다는 지희말을 듣고 즉흥적으로 자연암벽을 가기로 하였다. 나랑 지희, 신혜 언니, 난유님이 참석하였다. 난유님이 굉장히 일찍 도착하셔서 쟝블랑제리에서 빵을 사간다 하셨다. 아쉽게도 나는 요즘 밀가루 섭취를 줄이고 있었기에 그저 부러움만을 표시하였다. 신혜 언니가 늦게 도착하신다기에 친구집에 두고 왔던 신발도 챙겨가니 8시 45분이었다. 신혜 언니를 기다리며 지희와 난유님과 담소를 나누었는데 난유님이 자일을 챙기신다 하셨다. 등반 인원이 4명이라 자일을 2개 챙길지 1개 챙길지 얘기하다 행복산행을 위해 1개로 극적타결되었다. 그리고 자일을 어떻게 들고 가느냐 하는데 난유님이 그냥… 들고 가면 된다고 했다. 역시 이게 고졸과 대졸의 차이인가 싶었다. 언니가 반실에 도착하시고 과자를 먹으라고 까주셨는데 감사하게 잘 먹었다. 누군가가 과자는 밀가루 아닌가 질문을 하였던 것 같기도 하다. 빵은 참아도 과자는 못참지. 자운암장 어프로치는 마음이 편안했다. 첫번째, 가본 적이 있다. 두번째, 몸상태가 좋았다. 세번째, 멀티피치가 아니어서 신났다. 하지만 내가 한 가지 간과한 점은 바로 물바위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물이 뚝뚝 흘러서 신혜언니가 이건 물에 젖은게 아니라 원래부터 이런 바위라고 해도 믿겠다고 했다. 지희가 스무스하게 줄을 걸고 나는 마지막 후등으로 오르는데 나보고 퀵을 회수하라고 했다. 신혜 언니한테 언니 내려가도 돼요? 했는데 언니가 그걸 왜 나한테 물어~ 이러셔서 그건…맞지만 내려가고 싶어서 계속 물어봤다. 물바위는 일단 발이고 손이고 온통 미끄러워서 안그래도 무서운데 발도 못 믿고 손도 못 믿어서 이게 뭐지 싶었다. 그리고 자연바위는 분명 재밌어야 하는데 슬랩이 없어서 너무 아쉬웠다. 지희가 맨 왼쪽…? 길을 오르면서 굉장히 미끄러운 구간이 있었는데 거기서 아 정말 눈물 나겠다~ 하고 소리 질렀다. 너무 귀여워서 다들 밑에서 안웃을수가 없었다. 그리고 얘기하다가 내가 다이어트 중이라고 얘기가 나와서 뭐라 얘기하다가 언니가 클라이머들은 다 캥거루같이 생겼다고 했다. 그러면서 캥거루 흉내를 내는데 너무 웃겨서 나도 한참 웃다가 따라하고 또 웃었다. 옆에서 웃던 난유님도 따라해보라고 종용했는데 진짜 따라하셔서 아까보다 더 크게 웃었다. 산악부에 와서 사람들이 재밌어지는건가 재밌는 사람들만 들어오는건가? 분명 이렇게 사람들이랑 노는건 재밌었는데 암벽은 너무 어려웠다. 신혜 언니가 밑에서 어디에 발을 올려라 말씀해주시는데 내 기준 유연성이 안돼서 일단 발이 안올려지고 올려도 버티질 못했다. 아직 팔힘도 부족하고 다리힘도 부족한것같다. 노력해야지. 그렇게 낑낑대다가 내려왔더니 신혜 언니가 저번에 인수봉 어딜갔냐고 물어보시면서 윤수 a?이러셨다. 근데 알고보니 인수 a를 내가 잘못들은거였다. 다들 윤수봉 윤수A라고 하면서 또 많이 웃었다.ㅋㅋㅋ 겨우 웃음을 참았는데 옆에서 난유님이 안단단팥빵 자꾸 이러셔서 이쯤되면 다들 웃으려고 산에 왔나 싶었다. 난유님은 먼저 가시고 우리는 조금 더 있다가 내려가서 냉소바랑 돈가스를 먹었다. 자연암벽을 자주 와야지라고 생각할 수 있도록 내 실력이 체감되었던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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