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624 인수봉 고독길(여름RC)
고독길 한 번도 정상까지 가본 적은 없지만 루트 난이도가 워낙 괜찮아 선등도 괜찮을 거라는 준혁이 형의 말에 새로 산 티씨프로로 위안을 삼으며 첫 멀티 선등에 도전했다.
1피치는 길이 여러 개인데 가장 왼쪽 길로 가려다 첫 선등인데 갑자기 쫄려 더 쉬워 보이는 가운데길로 갔다. 자존심을 버리고 안전을 택했다. 레이백을 하면서 갔더니 무난하게 갈 수 있었다. 긴장도 워낙 많이 하고 몇호가 어느 정도 크기인지 잘 숙달이 되어 있지 않아 잘 기억은 안 나나 대충 0.75와 1호 캠을 치면서 갔던 것 같다.
2피치도 무난했다.
2피치 종료 후 아래터널을 지나 나오고 바위를 올라가면 3피치 시작지점이 나온다. 볼트에 퀵을 걸고 트래버스 해야하는 구간이 있었는데 발이 확실치 않으니 무서워서 퀵을 잡고 오른쪽으로 넘어간 동작이 하나 있었다. 볼더링처럼 오른쪽으로 살짝만 점프하면 오른손 홀드가 좋아보여 될 것도 같았으나 선등이라 할 수 없었다.. 그 이후에는 직상하면 오른쪽 바위면에 볼트가 있는데 언더 손 홀드가 애매해서 긴장한 채로 오른쪽으로 이동하다 발이 터져 추락했다. 직전에 확보한 구간이었기에 추락은 거의 하지 않았으나 무서워서 그 볼트 안 쓰고 그냥 왼쪽 길로 우회했다.
4피치는 크랙을 따라 올라가는 길이었는데 레이백과 발재밍을 적당히 써서 올라가면 쉬웠다. 후등이었으면 옆 슬랩면만 밟고도 올라갈 수 있을듯한 난이도였지만 선등이라 발재밍을 하지 않으면 무서웠다.
5피치는 바위가 거의 계단처럼 되어있다. 난이도가 너무 쉬우니 캠을 많이 안 치게 되었는데 등반 도중 이러다가 사고가 나는 거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 아차 싶었다. 6피치 시작지점까지 확보없이 스태밍을 통해 위로 올라가야 하는데 손, 발 홀드가 둘 다 워낙 좋아 크게 무섭진 않았다.
6피치는 영자 크랙으로 첫 볼트를 걸기까지 동작이 쫄렸다. 첫 볼트를 건 이후에 넘어가는 동작도 마냥 쉽지는 않았는데 퀵 바로 위라 추락할 위험이 없어 후등한다는 생각으로 했더니 됐다.
7피치; 정상까지 올라가는 길로 참기름 바위를 줄 잡고 올라가면 된다. 나는 있는 힘껏 줄을 잡고 올라갔는데(팔 힘으로만) 저녁에 형들에게 얘기를 들어보니 줄이 워낙 낡아 웬만하면 줄에 힘이 안 가해지게 발 홀드도 써가며 올라가는 게 좋다고 한다. 해머링이 잘 되어있어 무난할 듯하다.
전체적으로 루트 난이도가 매우 쉬워 캠을 치거나 퀵을 거는 상황에서 두 손이 다 자유로워 긴장도가 덜 했던 것 같다. 확실히 선등을 서보니 될 동작도 못하게 되어서 시간이 많이 걸리고 체력 소모가 크다. 캠이 익숙하지 않아 몇호캠이 맞을지도 감이 잘 안 오고 어떤 캠이 하네스의 왼쪽, 오른쪽에 있는지도 숙달이 안됐는데 연습이 필요할 것 같다. 새삼 선등자가 얼마나 대단한지 느꼈고 선등자를 편하게 해주는 세컨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고독길조차도 발을 믿어야 하는 동작은 잘 되지 않는데 다른 루트를 선등할 수 있는 날이 올까..
정확히 1년 전 RC 첫날에 동행길로 똑같이 정상을 왔었는데 그 때랑 비교해보니 날씨도 선선하니 굉장히 좋았고 팀원도 빨리 잘 올라와 행복 등반을 한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러브버그가 정상에 엄청 많긴 했는데 싫기보단 신기할 정도로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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