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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ㆍ작성자 |
조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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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ㆍ작성일 |
2024/07/10 (수) |
| ㆍ분 류 |
YM 산행 |
| ㆍ등반일자 |
231118 |
| ㆍ장소,코스 | 인수봉 인수B |
| ㆍ등반대원 | T: 정철의(OB) S:조한성 / 고예은 / 강정훈(O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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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추천: 0 ㆍ조회: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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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18 인수봉 인수B
나름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한 1년이 멀티 몇 번 못해보고 끝나는 것이 아쉬워 추운 날씨에도 등반을 결심하였다. 날씨가 영하까지 떨어지고 전날 첫눈이 왔을 때는 약간 후회하기도 하였다. 추운 날씨에 산행하는 것은 처음이었기에 긴장이 됐다. 산에서 추운 것은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이기에 준아 누나에게 꼼꼼히 물어보고 도움을 받아 갔다. 비니, 장갑, 핫팩 등 추가로 챙길 것이 많았고 체온조절이 중요하기 때문에 얇은 겉옷을 여러 개 입고 가야했다.
아침 9시 가량 우촌 식당에서 집합하여 다같이 커피를 한 잔씩 마시고 출발했다. 날씨는 예상했던 것보다 괜찮았고, 형님 한 분이 10년만에 등반을 하시는 거셔서 너무 어렵지 않고 볕이 잘 드는 인수B 루트로 향하였다. 마땅히 할 사람이 없어서였는지 경험이 많지 않았음을 강조했는데도 철의 형님께서 내게 세컨을 맡겨서 처음으로 세컨을 해보았다. 세컨의 역할에 대해서는 깊게 생각해보지 않아서 선등자가 할 일이 많은 줄 알았는데 제일 바쁜 건 세컨이었다. 재학생들끼리 산을 갈 때는 신입들이 많아 선등자부터 라스트까지 모두 모인 후 다음 피치로 넘어가는게 다반사인데 이번 등반은 쉴 틈 없이 진행되었다. 선등 빌레이, 등반, 3번째주자 빌레이 이 3개가 쉼없이 반복되어 1초도 쉴 틈이 없었다. 그럼에도 선등 빌레이는 그 책임이 막중하기에 정신을 놓을 수가 없었다. 다행히 초반 구간 (1,2피치)은 난이도가 어렵지 않았다. 슬랩 구간이었는데 경사가 낮고 발이 좋아 쉽게 오를 수 있었고 아래를 내려다봤을 때 낭떠러지가 아닌 바위가 보여 두려움이 덜했다. 슬랩에서 얻은 자신감은 5피치의 크랙을 만나면서 사라졌다. 보고서를 쓰는 지금은 재밍에 대해 알지만 등반 당시에는 재밍이라는 기술에대해 전혀 알지 못했고, 당연히 해본적도 없었다. 레이백을 할 수 있는 크랙은 아니었기에 재밍이 필수적이었는데 잘 알지 못했던 나는 그냥 어떻게든 발을 밀어 넣은 채 힘을 받아 올라가려 하였다. 추락에 대한 두려움이 많은 나는 최대한 발이 터지지 않게 하기 위해 발을 세로로 꽂아 발 재밍을 하였고, 덕분에 발이 터질 위험은 없었으나 관절이 뒤틀리는 기분으로 등반을 하고, 너무 깊게 꽂힌 나머지 발을 빼고 싶을 때 발이 빠지지도 않았다. 날씨는 너무 추워 손은 얼어가며 정신은 나가는데 발이 빠지지 않아 등반을 할 수 없으니 멘탈적으로 힘들었던 것 같다. 몸이 얼기 시작하니 마음은 급해지고 몸이 둔해져서 바위에 잘 부딪히게 되어 상처도 굉장히 많이 났다. 추운 날 등반하는 것은 생각보다 굉장히 힘든 일이었다.
만신창이로 5피치를 끝냈을 때에는 내 얼굴이 힘들어 보였는지 철의 형님께서 따뜻한 격려의 말씀을 해주셨고, 시간이 늦어지고 날씨가 추워져 하강 준비를 하자고 하셨다. 지금껏 하강을 혼자 해본적도, 하강 자일을 설치해본 적도 없었기에 혼자 하강을 준비하라고 했을 때는 굉장히 막막했다. 결국 하강자만 철의 형님이 설치를 해주시고 혼자 빌레이기를 설치하여 내려갔는데 내 스스로가 온전히 나의 안전을 책임지게 되는 하강을 혼자 확인하고 하려니 떨렸다. 산악부에 들어온지 1년이 되가는데 아직 하강하는 법조차 스스로 확신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고 생각하니 얼마나 내가 남에게 의지하며 등반을 해왔는지 느낄 수 있었다. 5피치 시작지점까지 하강을 하여 또 다시 하강 자일을 설치해야 했는데 한 번도 주도적으로 하강 시스템에 대해 관찰하고 구축해본 적이 없기에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결국 다른 OB 형님의 도움을 받아 자일을 통과시켰다.
항상 선배들이 해주었기에 시스템에 크게 관심을 갖지 않고 오로지 등반에만 집중하며 멀티피치 등반을 해왔는데 오늘 처음으로 나 혼자 무언가를 주도적으로 해보려 하니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앞으로의 등반에는 적극적으로 임하며 좀 더 시스템에 관심을 갖고 배워야겠다. 오늘의 경험을 통해 한층 성장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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