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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보고
  
작성자 김난유        
작성일 2023/06/25 (일)
분 류 YM 산행
첨부#1 c0cebcf6b_1.jpg (2,287KB) (Down:0)
Link#1 SERENE (Down:1)
등반일자 20230606
장소,코스 북한산 인수봉 인수B
등반대원 T: 김난유 S: 백준혁
등반장비 자일 70m 1동, 캠 1조(0.3-4호), 퀵 7개, 알파인 퀵 5개, 잠금 카라비너/슬링 다수
ㆍ추천: 0  ㆍ조회: 329      
230606 인수B 생일바위

사진: 손재식. 2008. 한국 바위 열전. 마운틴 북스, pg,21


정말 감사하게도 산악부에서 정회원을 딸 수 있게 허락해주었고, 정회원을 따기 위한 생일바위를 인수B로 정했다. 인수B를 생일바위로 정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 첫 멀티피치를 인수B 변형으로 올라갔는데, 레이백을 하다가 추락하여 공포에 질린 기억이 있음
  • 국내 멀티피치 사고 사례 중 인수B에서 발생한 경우가 상당히 많아 인수B에 대해 막연한 공포를 가지고 있어 극복해보고 싶었음
  • 인수봉에서 대표적인 루트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제대로 등반한 적이 없음

이 중 두 번째 사유가 생일바위 선정에 가장 커다란 영향을 주었다. 뛰어난 등반가나 몇 십년의 등반경험을 가졌던 이들이 인수B에서 추락한 사례가 정말 많다. 경험이나 실력면에서 본인보다 월등히 앞서 있는 사람들도 다치는 곳인데, 내가 완전히 안전하게 등반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따라서 막연한 공포의 대상인 인수B를 거의 온사이트(2021년 9월 첫 멀티피치 등반이 거의 기억 속에서 사라졌기에)로 선등한다는 것은 개인적으로 도전이었다.
생일바위를 등반할 시간 및 인원을 모색하다가, 현충일에 준혁이가 시간이 된다고 하여 2인 1조로 인수봉을 등반하기로 했다.

1. 사전 준비

우선 찾을 수 있는 개념도, 사진, 영상을 틈틈히 보면서 머리 속에서 루트를 그렸다. 루트가 기억이 날 듯하면서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생일바위인 만큼, 인수B 초등루트로 가기로 했다.

가장 우려가 되는 지점은 2피치와 3피치였는데, 크랙 등반이 계속되는 구간이고, 재밍이 무척 고통스러울 것 같았다. 당시 TC Pro를 창갈이 하는 중이었기에, 어쩔 수 없이 크랙 구간은 스카르파 모히토 어프로치화로 하고, 나머지 구간은 라스포르티바 솔루션으로 등반하기로 결정했다. 평소 운동을 위해 다니던 암장에서 내가 솔루션으로 인수B를 오를 것이라고 말하자, 다들 한숨을 쉬면서 엄청난 고통을 각오하라고 귀띔해주었다.

2. 등반

오전 7시에 북한산 우이역에서 준혁이를 만나 인수봉으로 향했다. 준혁이는 마테호른 훈련으로 체력이 올라와 있어서 평소보다 빠른 속도로 어프로치를 할 수 있었다. 이 때 처음으로 스카르파 모히토를 신고 어프로치를 했는데 접지력이 좋아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1피치 (5.10a, 크랙)

크로니길 시작점 옆에 있는 인수B 초등루트의 1피치는 37m의 크랙길이다. 솔루션을 신고 재밍과 레이백을 섞어가면서 등반했는데 루트가 길어서 체력적으로 힘이 들었다. 15m쯤 올랐을 때, 좋은 난간에 발을 딛고 바위에 기대어 헐떡거리며 휴식을 취했던게 기억에 남는다. 아마 온사이트로 선등을 했기에 유난히 애를 먹었을 것이라 생각된다. 손재밍은 야무지게 잘되어서 재미 있었다. 그러다가 마지막 부분쯤, 솔루션으로 발재밍을 제대로 꽉 하였는데, 상상했던 것보다 고통이 너무나도 극심했다. 발 재밍을 풀고 바로 추락을 하고 싶은 정도였다. 이를 악물고 참아내, 마지막 오버행 크랙 구간도 넘어 1피치 등반을 완료했다.
(확보: 캠 1조 모두)

2피치 (5.8, 크랙)

완만한 암릉 구간을 지나 항아리 크랙으로 이어지는 2피치는 가장 우려했던 부분이었으나, 홀드와 스탠스가 많아 생각보다 너무 쉽게 통과했다. 사실 항아리 크랙을 지났는지도 몰랐다가, 2피치를 다 하고나서 준혁이가 방금 지난 구간이 항아리 크랙임을 알려주고 나서야 깨달았다. 다만 항아리 크랙의 마지막 부분에서 날개를 뜯다가, 생각보다 바위가 너무 미끄러워, 해당 부분에서 추락했겠구나 싶었다. 항아리 크랙에서 많은 사고가 난 것은, 아마 등반가들의 실력 대비 난이도가 매우 낮아, 확보에 큰 신경을 쓰지 않고 오르다가 날개에서 순간적으로 슬립했기 때문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난이도와 상관없이 추락을 계산하고 확보를 설치하는 습관을 들이는게 좋을 것 같다.

3피치 (5.8, 크랙)

3피치는 처음부터 끝까지 크랙 등반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스카르파 모히토로 갈아신고 등반하였다. 어프로치화이기 때문에 어느정도 기술적인 등반이 가능할 것이라 예상했는데 느낌이 솔루션과는 완전히 달랐다. 일단 엣징이 거의 안되어서 작은 발홀드는 쓸 수가 없었다. 닳고 닳은 인수B에 어프로치화의 접지력은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에 스태밍이 아예 안됐고, 처음부터 끝까지 발재밍으로만 올라가야 했다. 재밍을 하는 것도 문제가 있었는데, 암벽화가 아니기에 재밍을 너무 꽉 걸면 발을 뺄 때 신발이 벗겨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거기다가 마지막에는 슬랩으로 1-2발을 디뎠어야 했는데 엣징이 안돼서 좀 애를 먹었다. 창갈이를 맡겨놓은 TC Pro가 그리워지는 구간이었다. 1피치도 시간이 꽤 오래 걸렸지만, 3피치에서 체력과 시간이 가장 많이 소비되었다.
(확보: 대부분 구간에서 1호와 2호만 가능, 확보된 캠을 끌고 올라가는걸 추천)


(사진: 3피치를 위해 어프로치화로 갈아 신는 필자)

4피치 (5.8, 크랙 및 트래버스)

4피치는 어느정도 쉬운 크랙을 오르다가 난간에서 공룡발톱을 타고 왼쪽으로 트래버스 한다. 모히토에서 솔루션으로 갈아 신고 등반했다. 오르는데 별 어려움은 없었다. 공룡발톱 구간은 고도감이 있는 구간이었으나, 발이 워낙 좋았기 때문에 별일 없이 통과할 수 있었다. 다만, 트래버스에다가 캠이 확실하게 설치가 안되기 때문에, 그 구간에서 추락이라도 한다면 사고가 정말 크게 날 수 있을 것 같아 비오는 날에는 등반을 지양해야 할 것 같다.

5피치 (5.7)

잡목지대를 지나 도달한 5피치도 별 어려움 없이 통과하였다. 다만 초반부를 지나면 어느정도 완만한 구간이 이어지는데 여기서 캠을 설치할 곳이 없어 거의 15m를 확보없이 올라갔다. 난이도가 쉬워서 위험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지만, 다음 등반 때는 안전을 위해 확보할 곳을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6피치 (5.6)

6피치는 잡목과 암릉이 섞여있는 구간으로 안자일렌을 하고 올랐다. 크게 노출되어 있는 구간이 없어 별 어려움 없이 올랐다. 참기름 바위는 5월 말에 왔을 때 설치되어있던 자일이 사라져 있었다. 오랜만에 생으로 올라갔는데 솔루션의 엣징이 좋아 어려움 없이 올라갔다. 이후 뮌터히치로 준혁이 빌레이를 봐주었다.

하강

약 3시간의 인수B 등반을 마치고 정상에서 간단한 점심식사를 한 후 하강을 하였다. 로프가 1동 밖에 없었기 때문에 하강을 두 번 했어야 했는데, 나와 준혁이 모두 한번도 그렇게 한 적이 없어 어느정도 긴장하였다. 오버행 구간을 피하기 위해 맨 왼쪽에서 하강을 하였는데 다행히 중간에 쌍볼트가 있어 별 문제없이 하강하였다. 로프가 70m라 35m를 한번에 하강할 수 있는 게 매우 큰 장점이었다.

보너스 등반: 비둘기길

하강을 완료하고 준혁이가 마테호른 등반 훈련을 위해 비둘기길 등반을 하자고 하여 비둘기 길을 짧게 등반하였다. 준혁이는 등반속도가 굉장히 빨랐으나 확보를 그리 많이 하지 않아 조금 걱정이 되었다. 등반은 1시간 정도 소요되었다. 중간에 등산객 2명이 백운대와 인수봉 사이 계곡에서 블루투스 스피커를 볼륨 최대로 하고 음악을 틀어대는 바람에 짜증났던 것만 빼면 그리 나쁘지 않았다. 담배를 피우는건 많이 봤어도 스피커를 그렇게 크게 트는건 처음이라 당황스러웠고 무척이나 꼴불견이었다.

비둘기 길에서 하강할 때는 중간에 있는 고정 피톤에서 끊고 두번 하강했는데, 피톤에 1984년 4월이라고 적혀있어서 경악하였다. 물론 강철로 제작되었고, 바위 매우 깊숙히 박혀있어서 쌍볼트 보다도 튼튼하겠지만, 백업도 없이 40년 된 피톤에 확보하는 것은 피하고 싶은 상황이다.

미국 알파인 클럽(American Alpine Club: 1902년 설립된 미국 최대 규모의 등반 관련 비영리 법인)은 등반 확보지점(Anchor)에 SERENE 원칙을 지킬 것을 권하고 있다. 해당 원칙은 Strong(34kN까지 버틸 수 있음), Equalized(이퀄라이징), Redundant(이중 이상으로 백업), Efficient(효율적), No-Extension(연장 없음)을 뜻한다. (링크 참고) 아무리 안전할 것이라 예상되어도 SERENE 원칙을 지키는게 안전한 등반을 위해서 필요할 것이다.

(사진: SERENE, American Alpine Club)

3. 하산 및 후기

비둘기길 하강을 끝내자마자 갑자기 예보에도 없던 소나기가 내려 무척이나 당황했다. 저번 고독길도 그렇고, 내가 비를 몰고오는 사람인가 생각이 들었다. 하산을 최대한 빨리 끝내고 도선사에서 택시를 불러 수유역으로 향했다. 같이 등반하느라 고생한 준혁이와 생맥주, 버거, 치킨윙을 먹으며 하루를 마무리하였다.

인수B는 난이도적으로 어렵지 않으나 루트가 거칠어 난이도에 비해 체력이 많이 소요된다. 생각보다는 큰 문제없이 등반을 마칠 수 있어서 좋았다. 특히 막연하게 두려움을 갖고 있었던 루트를 수월하게 끝낼 수 있어서 참 좋았다. 정회원이 된 만큼 여러 루트들을 오르며 부원들과 오래오래 안전하게 등반하고 싶다.

(사진: 등반 당일 인수봉 정상에서 바라본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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