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805 악우길
어프로치는 1시간 반 정도 소요됐다. 길이 평탄해서 힘들진 않았다. 중간에 흔들바위를 지나는데 그 근처의 절에 있는 약수로 물을 보충할 수도 있었다. 채현이 형이 스태밍이 중요한 루트라고 하셨는데 경험해본 적이 없어 약간 걱정됐는데 채현이 형이 잘 알려주셔서 익숙해진 뒤로는 동작이 나오긴 한 것 같다. 2피치를 한 번에 끊어서 가는 경우가 많았는데 길이 직선이 아니라 자일 유통이 안 좋아지기도 해서 탑이 엄청 힘들었겠다 싶었다.
1, 2피치는 무난했다. 단, 재밍이 문제였는데 발 재밍을 하라고 해서 앞부분만 넣었는데 도저히 발의 앞부분만으로 크랙을 채울 수가 없어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발을 벽에 수직으로 되게 만들어 앞과 뒤로 재밍을 하는 거라고 알려주셨다. 이것도 처음 해보는 동작이라 발이 좀 많이 까지긴 했는데 어찌저찌 해냈다. 그 뒤로는 무난했다. 4피치 확보 직전에 루트파인딩을 잘해야 하는 무브가 있었는데 내가 잘 못하자 역시 채현이 형이 잘 알려주셨다. 준아는 안 알려줘도 잘 올라와서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6피치가 볼트따기였는데 슬링을 쓰니 내 힘으로도 밸런스만 신경을 쓰면 쉽게 갈 수 있었다. 오버행이라 확실히 더 빡셌지만 이런 단순한 힘은 괜찮아서 쉽게 올랐다. 7피치가 길었는데 돌아가는 루트라 자일 유통이 엄청 안 좋았다. 준아가 세컨을 보고 등반은 내가 2번째로 했는데 뒤에 줄을 신경을 못 쓰고 갔다. 빌레이를 볼 때 자일이 엄청 안 당겨져서 채현이 형까지 고생을 하게 만들었다.. 뒷 자일이 어떻게 올라올지도 신경을 써야 한다는 걸 몸소 배웠다.
하강을 4번 했는데 3번째 하강 후 자일을 당기는 과정에서 매듭이 틈에 끼어서 안 내려오는 상황이 발생했다. 채현이 형이 다시 선등을 하려고 하다가 침니고 테라스가 좋아서 다운 클라이밍을 해도 안 위험하다고 판단하고 프리솔로로 가셨다. 정말 다양한 돌발상황이 일어날 수 있고, 위험해질 수 있다는 걸 다시 느꼈고,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말도 안 되게 위험한 상황이었고 난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내가 정말 부족하다는 걸 많이 느꼈고, 반성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자일은 정말 다행히도 잘 회수해오셨고 마지막 하강도 안전하게 완료했다. 전날 설악산 주차장에서 캠핑했는데 너무 더워서 2~3시간도 못 자서 컨디션이 너무 안 좋았고, 바위에 붙어 있는 동안 햇볕이 너무 강해서 등반이 훨씬 더 힘들었던 것 같다. 힘들었던 만큼 컨디션 관리의 중요성과 자일 유통 생각, 멘탈 관리 등 배운 게 많은 산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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