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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보고
  
작성자 정민휴
작성일 2023/02/27 (월)
분 류 YM 산행
ㆍ추천: 0  ㆍ조회: 157      
230225 매바위 빙벽
빙벽이라니! 너무 재미있을 것 같아서 이미 노는 일정으로 가득 찬 주말에 당일치기 일정을 욱여넣었다. 동서울에서 첫차를 타고가서 막차를 타고 돌아오는 알찬 일정이었다.

추위를 대비해 과하게 껴입었더니 따뜻하게 난방이 되는 버스 안에서 기절한듯 잠을 잤다. 어느새 도착한 인제는 눈이 오고 있었다. 설경도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고. 얼음이 녹아버리는 대참사를 걱정하기엔 날씨도 많이 쌀쌀했다. 북유럽의 낮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 분명 해는 떴지만 조도는 낮고 바닥에 깔린 눈은 청색광을 더 잘 반사시켜 푸르뎅뎅한, 거의 형광 같은 느낌도 든다. (문학적인 감동이 몰려와도 과학적으로 밖에 소화할 수 없는 편협한 내 인지 체계가 갑자기 안타깝다.)

펜션에 걸어갔더니 딱 아침을 드시고 계셨다. 시한형님, 범진형님, 윤수, 유빈, 준혁, 준아, 그리고 객원으로 세강씨가 계셨다. 후텁지근하고 눅눅한 공기가 이전날의 즐거움과 피로를 동시에 보여주는 듯 했다. 소세지와 야채가 듬성듬성 들어간 볶음밥이 생각보다 맛이 있었다.

사진으로만 본 빙벽은 자연이 주는 경외감보다는 대성당 벽화처럼 그 규모에 압도감이 들었다. 어쩌면 인공폭포라는 걸 크게 인식해서 그렇게 느낀 것일지도 모르겠다.

시한형님이 빙벽을 처음 경험하는 내게 속성강의를 해주셨다. 간헐적으로 해주시는 칭찬에 괜히 자신감이 생기기도 하고 어서빨리 벽을 타보고싶기도 하고 그랬다.

오른쪽에 가장 짧은 길부터 붙어보았다. 내 크램폰이 설상용이라고 했는데 그걸 핑계로 자세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 것이라기에는 정말 막무가내로 올라가는 느낌을 스스로도 받았다.
다행히 긴 겨울을 지나며 빙벽에는 거의 고독길보다도 수월하게 홀드들이 파여있었다. 어느정도였냐면 바일로 찍지 않고 그 잘 파인 홈에 걸쳐도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실제로 제대로 박았다고 생각했는데 올라가서 빼려고 하니 너무 손쉽게 들린적도 많이 있었고.

아직 힘의 운용도 제대로 못하는 느낌이었다. 오랜만의 등반인 탓도 있었겠지만 다들 안쉬고 잘 올라가는 걸 나는 첫 길에서 바일을 벽에 걸어두고 전완의 펌핑을 풀어야 했으니 말이다.
그렇게 막무가내로 갔던 길을 한번 더 오르고 마지막으로 그 옆에 있던 조금 더 긴 길을 가니 벌써 돌아갈 시간이었다.

텐트가 바로 옆에 있어서 참 편했다. 바람도 피하고 안에서 간식도 먹고. 이런데서 먹는 라면은 미슐렝 스타도 안아까울 것 같다.
텐트뿐아니라 아주 근사한 카페나 편의점도 바로 옆에 있었다. 카페는 서울과는 다르게 공간활용이 시원시원했고 (당연하지만) 좋은 향도 났다. 다음에 여유롭게 n박으로 온다면 몇시간쯤 여기서 땡땡이 치고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쉬운길만 갔는데 일부러 내 자세를 교정하려 애쓰거나 더 어려운 길을 가려하지 않았다. 그럼 여느때처럼 자기연민에 빠져버릴 것 같기 때문에. 돌아오는 길에 준혁이와 얘기를 나누며 보고서를 빨리 작성하고 싶다는 말을 했다. 사진이 기억을 저장하는데 있어 기본 스케치라면 글로 생각을 정리하는 것은 채색을 하는 과정인 것 같다. 내가 조명하고 싶은 부분을 강조하고 색감도 필터를 씌우듯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점에서 그림을 완성해가는 느낌이다. 아무튼 재미있었다는 얘기사진은 멋진 윤수가 선등하는 장면을 올린다.. 아무래도 내가 등반하는 장면은 누구에게도 찍히지 않은 모양이다ㅜ
대신 내려오고 힘빠져서 자일을 그대로 매단채 앉아있는 모습을 공유한다. 장비를 여기저기서 하나씩 빌렸더니 다양한 천연색이 혼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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