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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ㆍ작성자 |
김신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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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ㆍ작성일 |
2021/06/21 (월) |
| ㆍ분 류 |
YM 산행 |
| ㆍ등반일자 |
210617, 210618 |
| ㆍ장소,코스 | 설악산 경원대길 |
| ㆍ등반대원 | 17남윤수(T), 13김신혜(S), 19백준혁, 21양태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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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추천: 0 ㆍ조회: 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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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집중RC 6/16~17 김신혜
2021/6/16
거의 5월 말부터 이 날만을 기다리며 살았던 것 같다. 원래는 16일부터 등반을 할 계획이었는데 갑작스런 곰팡이의 출현으로 16일은 반실 청소를 하고 다 같이 모여서 승환형님 별장으로 출발하기로 했다. 가는 길에 윤수가 심부름을 시켜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철물점에 가봤다. 내가 아는 게 없어서 계속 윤수한테 전화 걸어서 사장님이랑 연결시켜주는 일만 했다. 한 30분을 철물점에서 보내고 학교로 와서 윤수, 유빈이랑 만나 농식에서 점심을 먹었다. 다 먹어갈 때쯤 태현이도 와서 같이 밥을 먹고 반실로 돌아갔다. 윤수가 내가 사온 콘크리트 못으로 장비 정리하는 판?을 벽에 박았고, 유빈이는 태현이랑 준아한테 멀티 시스템 교육을 해줬다. 그러다 윤수가 캠이 몇 개 사라졌다면서 찾으라고 했는데 못 찾았다. 난유가 반실 청소를 도와주러 왔다가 그럴 상황이 아니라 청소는 못하고 우리가 짐 싸는 걸 도와줬다. 윤수가 아빠 전화를 받더니 집에 가서 짐 챙기고 차를 가져온다면서 나한테 일을 시키고 나갔다. 윤수가 말한 것들을 지희랑 같이 챙겨서 반실 문 앞에 쌓아놓고 기다렸다.
4시 넘어서 윤수가 반실에 왔고, 난유의 도움을 받아서 인당 가방을 최소 3개씩은 지고 밖으로 날랐다. 철의형님 차랑 윤수 차에 꽉꽉 눌러서 짐을 싣고 4시 반 경에 출발했다. 나는 채현이랑 지희랑 같이 철의형님이 빌려주신 차를 탔다. 너무 신나서 채현이랑 둘이 계속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면서 갔는데, 뒷자리에 있던 지희가 힘들었을 것 같다. ㅋㅋ 윤수 차가 먼저 출발하고 우리는 뒤따라서 가다가 중간에 채현이네 집도 들러서 아이스크림까지 먹으면서 갔는데 J마트에 우리가 먼저 도착했다. 채현이가 최대 160km/h로 밟아서 그런 것 같다.
윤수가 별장에 가서 밥을 먹자는 위험한 소리를 했는데 현명한 채현이가 화들짝 놀라서 식당에서 먹자고 제안했다. 의견이 받아들여져서 빠르게 J마트에서 장을 보고 터미널에 가서 닭갈비랑 삼겹살을 먹었다. 애들이 자꾸 나를 스트레스 받게 해서 내가 계속 “아, 스트레스 받아!” 이랬는데 사장님이 “스트레스 받지 마세요~”라고 위로해줬다. 엄청 유쾌한 사장님이셨다. 또 가고 싶다... 우리가 밥을 다 먹어갈 때쯤 준혁이가 버스를 타고 원통 터미널에 도착했다. 빠르게 라면을 시켜서 먹고 차를 타고 별장으로 갔다. 어두운데 아무도 없는 산속으로 들어가니까 좀 무섭기도 했는데 윤수가 내려서 대문?을 열고 들어가는 게 모험하는 것 같아서 신났다. 도착했더니 윤수가 이제부터 통나무를 치우고 땅을 파야 된다고 고백했다. 나무는 혼자서 움직일 수도 없을 만큼 무거워서 모두가 힘을 합쳐서 굴려야 했고, 텐트를 치기 위해 호미로 땅을 고르는데 도저히 답이 안 나와서 모두가 ‘이 정도면 럭셔리다’라는 마음가짐으로 땅 고르기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윤수랑 채현이가 나가서 텐트를 치고, 나머지 사람들은 안에서 씻고 다음날 등반을 위한 짐을 챙겼다. 우리가 쓰게 된 2층에 올라가보니 소파, 뽀로로 매트, 에어매트 등 침대로 쓸 만한 게 생각보다 많았다. 연장자라고 애들이 소파를 쓰라고 배려해줘서 나는 소파에서 잤다. 대신 내가 가져간 (2014년의) 최신식 에어매트는 유빈이가 쓰기로 했다. 나는 윤수, 유빈, 태현이, 병주형님과 함께 한 편의 시를 위한 길을, 채현, 지희, 준아, 준혁이는 4인의 우정길을 가기로 했다. 오전 4시에 일어나기로 하고 나는 12시쯤 잠들었는데, 급하게 등반팀을 정하는 바람에 채현이랑 지희는 노트북을 보면서 더 늦게까지 공부를 했다.
2021/6/17 <경원대길>
3~4시간 정도밖에 못 잤는데도 새벽 4시에 다들 문제없이 기상했다. 어슬렁어슬렁 내려가 보니 유빈이는 계란을 삶고 있고 애들은 시리얼을 먹고 있었다. 나도 시리얼을 먹고 단백질 섭취를 위해 유빈이가 주는 계란을 먹었다. 계획했던 시간인 4시 40분을 조금 넘겨서 집을 나섰다. 해가 막 뜨려는 건지 하늘이 분홍빛이어서 너무 예뻤다. 병주형님께서 기다리실까봐 부랴부랴 갔는데, 소공원에 도착해 윤수가 연락을 드리니 전날 술을 마셔서 못 오신다고 하셨다. 그렇게 다시 4명, 4명 팀이 되어 어프로치를 시작했다. 체력은 괜찮은데 자꾸 커다란 바위를 밟으면서 계곡을 건너야 해서 힘들었다. 그나마 스틱을 가져가서 어찌어찌 건넜는데 스틱이 없었으면 큰일 났을 거라고 생각했다. 채현이는 나를 보고 한국등산학교 갈 수 있겠냐고 걱정했다. 계곡을 계속 따라 가다가 4인의 우정길과 경원대길 어프로치가 갈라지는 지점에 도착했다. 채현이가 윤수한테 가서 말을 하더니 우리 팀 에이스가 될 뻔했던 유빈이를 데려가고 준혁이를 우리한테 줬다. 애들이랑 헤어져서 경원대길을 찾아가는데, 너무 가파르고 낙석이 많이 발생했다. 준혁이가 떨어트리는 돌을 보면서 과연 내가 살아서 어프로치를 마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1피치에 도착해서 윤수가 등반 준비를 시작하는데, 길을 보니까 지금까지 우리가 올라온 길과 별반 다를 바 없어 보였다. 그래서 이번에 어프로치화도 산 김에 암벽화 대신 어프로치화를 신고 올라가봤다. 처음 부분은 정말 쉬웠는데 중간에 너무 얇아서 잡으면 뜯어질 것 같은 홀드가 있었다. 선등으로 갔으면 무서웠겠다고 생각했는데 윤수가 똑같은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여기만 넘어가면 아예 평평한 곳이 나와서 아마 이 평평한 부분이 1피치 시작 지점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여기서부터 갑자기 벽이 서서 무서웠는데, 오른쪽에 보니 잡고 밟을 곳이 다 있었다. 이 벽에 볼트가 하나 있었는데, 윤수가 올라갈 때 클립했다는 말을 안 해서 볼트가 없는 줄 알고 빌레이를 보면서 줄을 여유롭게 줬다. 윤수한테 이 말을 하고 클립하고 나서 말해주면 안 되냐고 하니까 안 된다고 했다.
2피치는 1피치보다는 조금 더 슬랩같이? 생기긴 했는데 많이 완만해보여서 여기도 어프로치화를 신고 갔다. 발이 밀리지는 않는데, 신발이 커서 그런 건지, 끈을 잘 안 조인 건지 신발이 자꾸 벗겨지려고 했다. 중간에 이 피치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에서 윤수가 사진 찍는다고 줄을 안 먹어줘서 살짝 무서웠다. 전체적으로 작더라도 손홀드가 조금씩은 있어서 쉽게 올라갈 수 있었다. 완료하고 빌레이를 보려는데 준혁이가 또 에코를 제대로 안 하고 확보줄을 풀어버렸다. 그래서 다시 교육을 해야 했다.
윤수가 3피치를 왼쪽으로 올라가서 시작했는데, 나는 내 확보 위치가 애들 오른쪽이기도 했고, 오른쪽도 쉬워보여서 여기로 시작했다. 손으로 뜯으면서 가는 건데 손이 엄청 좋지는 않았다. 아마 왼쪽으로 가는 게 더 쉬웠을 것 같다. 이 위로는 쭉 너무 쉬워서 암벽화를 신었으면 미안해서 사과해야 됐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4피치는 대부분 확실한 손홀드 발홀드가 있고, 없는 부분에서는 발재밍을 쓰면 쉽게 해결됐다. 크랙을 따라서 직상하다보면 위에 약간 튀어나온 벽이 나오고, 그 벽 아래쪽을 따라서 오른쪽으로 가야 한다. 조금 가다보면 왼쪽으로 다시 직상할 수 있는 길이 나온다. 오른쪽으로 레이백 할 수 있는 크랙이 있고, 왼쪽에 고드름 같이 생긴 언더 홀드가 있다. 이 왼쪽에 볼트가 있었는데, 퀵을 통과시키느라 힘이 좀 빠졌다. 손홀드가 막 좋은 게 아니어서 발을 최대한 잘 밟으면서 올라갔다. 여기만 지나면 또 엄청 쉬워진다. 준혁이는 여기서 퀵에 뒷 자일을 통과하려다가 떨어져서 손바닥이 찢어졌다. 태현이가 한참 안 올라오길래 무슨 일인가 했더니 올라오는 길에 무전기를 떨어트려서 내려가서 주워왔다고 했다.
한 피치를 마칠 때마다 핸드폰에 기록을 해놓고 그걸 바탕으로 지금 보고서를 쓰고 있는데 5피치 기록은 이렇게 시작한다. “조졌다.” 전체 루트 중에 가장 어려운 피치였다. 5피치는 4피치 확보점에서 조금 오른쪽으로 가서 시작한다. 윤수가 올라갈 때 확보를 하나도 안 한 채로 꽤 올라가길래 내가 캠 칠 수 있으면 치라고 해서 멈춰서 캠을 하나 쳤다. 이 캠을 회수하려고 왼팔을 밑으로 짓이기듯 찍어 누르면서 버텼는데, 조금 올라가보니 바로 위에 손홀드가 있었다. 내가 캠 치라고 하는 바람에 윤수도 좋은 홀드 놔두고 힘들게 캠을 쳤을 것 같아서 약간 미안했다. 아닌가. 나보다 키가 크니까 그 좋은 홀드를 잡고 캠을 쳤으려나... 그렇다면 나한테 고마워하고! 중간에 발 디딜 데가 허리 위쪽에 있는 턱밖에 없어서 거기에 올리려고 다리를 들었더니 발바닥이 닿는 건 어림도 없고 간신히 허벅지만 걸치는 자세가 됐다. 이걸 버둥버둥해서 올라가야 되는 건가 고민하다가 왼쪽 멀리 좀 더 아래쪽에 밟을 데가 있길래 다리를 쭉 뻗었다. 바위가 흔들렸다...ㅎㅎ 그래서 왼 다리를 아예 더 뻗어서 더 왼쪽에 있는 걸 딛고 올라갔다. 그 위로는 크랙 같은 곳이 나왔는데 발도 좋지 않고 몸이 약간 뒤로 눕게 돼서 진짜 자일에 매달리고 싶었다. 아니면 적어도 윤수한테 어디로 올라갔냐고 물어보고 싶었는데 지금까지 다 내 힘으로 해왔으니까 여기도 스스로 해내고 싶어서 그냥 올라갔다.
마지막 볼트 넘어가는 게 진짜 힘들었다. 아예 왼쪽에 있는 턱을 넘어서면 확보점이 있는데, 길을 따라오다 보면 그보다 훨씬 더 오른쪽으로 붙게 된다. 윤수가 우선 뒷자일을 통과시키라고 했는데 자세가 안 나와서 힘들었다. 정신없이 우선 통과를 시켰는데, 윤수가 그냥 올라와서 거는 게 나을 거라고 해서 보니까 자일 위치가 꼬여 있었다. 그래서 통과시킨 자일을 일단 다시 뺐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잡는 거의 언더로 난 홀드가 있어서 오른손으로 그걸 잡고 거의 모든 힘을 거기에 실었다. 윤수가 왼쪽 위로 높이 뻗으면 좋은 손홀드가 있다고 알려줬는데 내 자세에서는 좋은 데까지 손이 안 닿았다. 그래서 한 스텝 더 올라와서 오른발을 아예 오른쪽 벽에 있는 좋은 홀드에 댄 다음 아웃사이드로 일어나서 왼손 홀드를 잡았다. 그 상태에서 오른손으로 왼손 홀드 바로 오른쪽에 있는 홀드를 잡았다. 이걸 잡고 나서도 밟을 데가 없어서 다리를 넓게 벌려서 확보점이 있는 턱으로 올라서야 했다. 내가 어떻게 여길 선등으로 올라왔냐고 하니까 윤수가 자기도 덜덜 떨면서 올라왔다고 했다.
5피치 확보 지점이 4명이 서있기에는 좁아서, 윤수가 6피치를 먼저 올라가기로 했다. 윤수 선등 빌레이를 보고나서 준혁이를 올렸다. 이제 내가 6피치를 올라가려고 윤수한테 무전을 하는데 답이 없었다. 밑에서 태현이만 자꾸 대답을 했다. 그래서 한참을 무전을 시도하다가 그냥 크게 에코를 외쳐서 불렀다. 그랬더니 맞은편 벽에서 에코가 돌아왔다. 4인의 우정길 팀에서도 들릴 만큼 큰 소리로 부른 건데도 윤수가 대답이 전혀 없었다. 나중에 들어보니 내가 애들한테 “너네 말고!”라고 말한 것까지도 선명하게 들렸다고 한다. 그렇게 한참을 불러도 기척이 없어서 윤수한테 정말 무슨 일이 생긴 줄 알고 내가 준혁이 빌레이로 6피치를 선등 서서 올라가야 하나 하는 생각까지 했다. 결국은 윤수가 대답을 하긴 했는데, 알고 보니 무전기가 꺼져 있던 거였다.
처음에 시작할 때 윤수가 낙석 발생할 수 있으니까 조심하라고 한 돌이 있었는데, 그게 아주 좋은 돌이었다. 그래서 그걸 안 쓰고 하려니까 난이도가 올라가는 것 같았다. 애들한테도 조심하라고 알려주고 올라갔다. 그 위로는 기억이 잘 안 나는데 어느 정도 올라오면 슬랩 같은 곳이 나온다. 왼쪽 오른쪽 다 길인 것 같아서 윤수한테 물어보니까 오른쪽으로 갔다고 해서 그리로 올라갔다. 경사도 약한 슬랩인데 실크랙 같은 곳에 밟을 곳도 군데군데 있었다. 그 위로는 벽에 몸을 붙인 채로 얇은 턱 같은 곳을 밟고 올라와야 했는데 손이 전혀 없어서 그냥 발재밍을 해서 올라갔다. 또 한 번 등반은 재밍이라고 생각했다. 올라가다가 레이백을 할 수 있는 크랙이 나왔는데, 각도가 거의 직각으로 서있어서 윤수한테 레이백으로 올라갔는지 아니면 그 옆에 있는 다른 돌을 썼냐고 물어봤다. 윤수가 그냥 스태밍 해서 오라고 했는데 내가 싫다고 무조건 재밍할 거라고 하고서는 오른쪽 바위에 크랙이 보이길래 거기를 발로 밀면서 올라갔다. 그랬더니 윤수가 그것도 스태밍이라고 했다. 6피치 끝난 곳은 돌무더기들이 많이 있고 주변으로 더 높은 바위가 안 보여서 정상 같은 느낌이었다.
6피치 끝난 곳에서 뒤돌아서 왼쪽으로 걸어가면 7피치 시작점이 나온다. 가는 길에 작은 나무들이 많이 있었는데 자일이 늘어져서 거기에 걸렸다. 돌아가기 귀찮아서 좀 멀리 서서 자일을 풀려고 세게 돌렸는데, 돌릴 때마다 원래 걸린 곳에서 빠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다른 가지에까지 걸려버렸다. 걸려있는 방향을 보면서 조절하려고 노력하면서 자일을 돌리는데도 이렇게 쉽게 다른 곳에 걸리는 걸 보면서, 회수하다 틈에 걸린 자일을 빼려고 할 때 어떤 방식으로 자일이 더 심하게 걸리게 되는 건지를 이해하게 됐다. 7피치 시작 쌍볼트로 넘어올 때 잡거나 밟을 곳이 확실하지 않아서 내가 떨면서 오니까 윤수가 “누나, 누나가 지금 오고 있는 데가 하산길이에요”라고 했다. 준혁이도 똑같은 곳에서 나한테 제발 빌레이를 봐달라고 해서 내가 똑같은 말을 했다. 그래도 무서워하다가 넘어오고서는 왜 빌레이를 안 봐줬는지 이해했다.
7피치는 우선 턱을 하나 넘고 시작하는데, 윤수가 그 다음 어디로 갈지를 찾는 데 애를 먹었다. 왼쪽 오른쪽 다 살펴보다가 중앙에서 약간 오른쪽으로 올라갔다. 이 턱을 윤수가 어떻게 올라가는지 못 봐서, 뒤쪽에 있는 제일 높은 곳을 밟고, 아주 살짝 뜀바위 하듯이 넘어갔다. 아래쪽에 오른손 홀드는 있는데 왼손 잡을 곳이 없어서 위쪽을 보니까 좀 높은 곳에 손홀드가 있었다. 오른손 홀드를 잡은 다음 최대한 괜찮은 곳을 찾아 디디고 몸을 조금 올려서 왼손 홀드를 잡았다. 그 위로는 손홀드가 괜찮아서 올라오다보면 평평한 곳이 나오고 바로 앞에 좀 각이 센 바위가 있다. 여기서 퀵을 회수해야 되는데 볼트에 손이 잘 안 닿아서 간신히 회수했다. 그 다음 아예 오른쪽으로 가야 하는데 여기도 시작 부분이랑 마찬가지로 뒤쪽에 밟을 수 있는 턱이 있고, 거기를 밟은 다음 약간 뛰듯이 넘어가야 한다. 그 다음은 아예 오른쪽으로 가니까 밟을 데가 있어서 넘어온 다음에 그 위로는 계단처럼 올라갔다. 확보점이 바위 위쪽 부분에 있어서 평평한 데 서있을 수가 없어서 조금 불편했다.
8피치는 관악산 연주대 가는 길에 있는 위험한 곳? 같이 생겼는데 오히려 거기보다도 쉽다. 문제는 양옆으로 완전히 절벽이고 이날따라 안개가 자욱해서 떨어지면 구름 속으로 떨어질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심리적 압박이 있었다. 가는 것 자체는 요리조리 쉬워 보이는 곳으로 가면 돼서 괜찮았는데, 안 그래도 혹시라도 실수해서 떨어지면 펜듈럼 치게 될까봐 무서운데 윤수가 채현이랑 무전한다고 빌레이를 제대로 안 봐서 짜증이 났다. 윤수가 8피치 가다가 물웅덩이를 발견하고 나한테 물을 던졌는데 아래쪽에 있던 애들한테까지 물이 떨어졌다. 애들은 영문도 모르고 물을 맞고는 나한테 비 온다고 그랬다.
윤수가 8피치가 끝나면 하강 포인트가 있을 거라고 했는데 막상 가보니까 아니어서 한 피치 더 등반을 해야 했다. 시작할 때 왼쪽으로 넘어가야 하는데 이걸 올라가는 게 약간 무서웠고 그 외에는 다 쉬웠던 것 같다. 9피치 마지막 부분은 인수b 공룡발톱이나 인수봉 하강 포인트로 이동하는 곳 같이 생겼다. 쌍볼트가 총 두 개 있고, 그 두 개가 자일로 연결되어 있었다. 시간을 아끼기 위해 준혁이랑 태현이는 동시에 외줄 하강을 하고 내가 마지막으로 내려갔다. 멀티피치 경험이 거의 없을 텐데도 둘 다 잘 내려갔다. 총 세 번에 걸쳐 하강을 했는데, 마지막으로 하강한 곳은 쌍볼트가 없고 나무에 걸린 슬링 여러 개에 링이 걸려 있었다. 여기서 채현이한테 무전으로 연락이 와서 하강 지점을 못 찾겠다고 했는데, 무전도 잘 안 되고 핸드폰도 안 터져서 윤수가 알려줄 수가 없었다.
대둔산 양파길 하산로가 인생에서 가장 끔찍한 하산로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여긴 더했다. 돌이 다 흔들리고, 심지어 전날 온 비로 인해 바위가 다 젖어 있어서 너무 위험했다. 윤수가 우리를 놔두고 혼자 빨리 가버려서 태현이는 태현이의 표현을 빌리자면 ‘폭포’ 같은 바위를 내려가다 죽을 뻔 하기까지 했다. 계곡까지 내려왔을 때 윤수가 4인의 우정길 팀한테 연락을 해서 여기서 기다리겠다고 했다. 내가 무슨 소리냐고 우리 먼저 내려가자고 해서 우리는 해 지기 전에 하산을 완료할 수 있었다. 빠르게 대포항으로 가서 춘식형님과 병주형님을 뵙고 식당에서 제일 비싼 회를 먹었다. 우리가 거의 다 먹었을 때서야 채현이네 팀이 왔다. 채현이는 차를 세운다고 더 늦게 왔는데, 먼저 온 애들이 자기들은 ‘4인의 우정길’을 갔다 와서 채현이만 놔두고 밥을 먹을 수 없다면서 올 때까지 기다렸다. 그렇게 10시에 식당 문 닫을 때까지 밥을 먹고 나왔다. 덩치가 큰 태현이를 채현이네 차로 보내고, 윤수 차에 나랑 준혁이만 타고 경태랑 성윤이를 데리러 원통 터미널로 갔다. 씻고, 짐정리를 하고, 채현, 경태 등 몇 명과 가볍게 맥주 두 병을 나눠 마셨다. 그랬는데도 1시가 넘어서야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다음날 비소식이 있고, 한 편의 시를 위한 길도 하산길이 비슷할 거라고 해서 갈지 말지 한참을 고민하다가 자기 직전에야 윤수한테 간다고 말을 하고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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