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길(5.7), 노승환>
 이후 윤수가 혼자서(5.9) 루트를 선등했다. 윤수가 오르고나서 내가 시도해봤는데 첫 동작이 계속 안 되었다. 팔로 끌어올리는 힘도 부족했지만 문제가 계속 무엇일까 고민했다. 주변에 계시면서 손가락 하나와 허공을 선등했던 분과 동료 분께서 코칭을 해주셨는데 그렇게 해도 잘 되질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그들이 따라하라 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다. 하여 일단 줄을 풀고 충분히 쉬다가 다시 시도했다. 그 때는 또 됐다. 이유를 생각해보면 발을 두는 각도가 달랐던 것 같다. 발 홀드에 발을 두고 그 발을 바위면에 수직으로 댈 건지 아님 비스듬하게 댈 것인지에 따라 무게중심이 어딨는지 달라지는데 그걸 그 루트에 맞게 잘 조정하고 나니 올라가졌다. 그 이후 부분도 어려운 부분이 있었지만 잘 기억나진 않는다.

 

<혼자서(5.9), 남윤수>
 이후 손가락 하나를 걸기로 했다. 손가락 하나는 왼쪽 위 방향으로 나 있는 사선크랙이 점점 좁아지면서 어려워지는 페이스다. 발홀드랄게 딱히 없는 80도 정도의 페이스에 사선크랙이 길게 10m 정도 나있다. 이 루트도 처음 부분이 상당히 어려웠는데 4명이서 첫 부분을 어떻게 오를까 고민을 하다가 윤수가 해답을 찾아내서 첫 볼트에 퀵과 자일을 먼저 걸었다. 이후 나머지 부분은 내가 올라가서 걸었다. 이 루트는 사선 크랙이 좁아짐에 따라 힘을 주기가 점점 어려워지는게 특징인데 나는 원래 루트보다 왼편에 있는 크랙까지 발로 밟아가며 크럭스를 통과해 크게 어렵지 않게 탑앵커에 줄을 걸 수 있었다. 그렇게 선등을 서면 5.7~5.8 정도의 난이도로 느껴진다.

  <손가락 하나(5.10a), 김민기, 최돈하>
 이후 민기 형과 윤수는 손가락 하나 루트를 몇 차례씩 연습했다. 물론 재밌는 루트지만 나는 힘이 부족해서 그 루트를 제대로 연습할 수 없었다. 점심을 먹고 좀 쉬다가 나는 큰 비 내리던 날(5.10a) 루트를 선등했다. 적당한 페이스였는데 첫 부분에서 한 번 떨어지고나니 조마조마한 마음이 생겨서 쉬운 홀드를 찾아 이리저리 지그재그로 올랐다. 직상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아있다. 그 루트를 각자 오르고나서 바로 옆 루트인 나뭇잎 사이로{5.10b(이지만 나는 크럭스까지 가지 않았으므로 의미가 없다)}의 후등을 시도해봤다. 바로 옆 루트라 큰 비 내리던 날 탑로핑 줄을 매고 갔다. 돈하 형님과 머리를 써서 이 홀드를 쓰고 가보자를 내가 성공시켜 기분이 좋아졌고 가보려 생각했던 곳보다 더 위로 가 오버행 바로 아래까지 갔다. 이렇게 페이스 연습을 하고 내려오고 이어서 돈하 형님 빌레이도 봤다.

 

<큰 비 내리던 날(5.10a), 노승환>

 하드프리 암장으로는 삼성산 숨은암장만을 가다 이 암장에 와보니 색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우선 암질이 화강암 돌기가 더 거친 듯 하면서도 전체적으로는 상당히 평평하여 디딜 곳이 얼마 없는 난코스가 많다는 점, 크랙이라는 굵직한 코스보다는 미세한 실크랙 또는 페이스가 많다는 점. 몸을 어떻게 써야할지 하나 더 알게 된 것 같다. 이전에 알던 것과 이번에 알게 된 걸 합치면 둘이서 하나되어.

 하산 후 돈하 형님께서 맛있는 밥을 사주셨다. 도토리묵과 빈대떡이었다. 이후 카페에 가서 이야기를 나누다 지하철로 들어가 각자 길로 갔다. 하루 모든 순간이 즐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