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4 관악산 전암
두번째 멀티피치 등반이었다. 여름이 완전히 끝나지 않은 것인지 날씨가 꽤나 더웠다. 반실에서 모두 함께 짐을 챙긴 후 관악산을 향해 갔다. 학교와 붙어 있는 곳에 자연암벽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기 때문에 꽤나 놀라웠다. 특히나 관악산 연주대 등산도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나는 등산로를 거닐 때의 느낌이 신선하게 느껴져 좋았다. 인수봉을 갔다가 온 덕에 조금은 자신감이 있었지만, 그래도 초보 중의 초보였기 때문에 긴장된 모습을 감출 수 없었던 것 같다. 대부분 슬랩이었고 한달전의 기억을 살려 전체적으로 막히는 부분없이 올라갈 수 있었다. 아직 미숙한 멀티피치 빌레이를 익히기에 좋은 경험이라는 생각을 하였다. 손을 사용하지 않고 발로 나의 무게를 지탱하며 한걸음씩 나아가다 보니 점점 자신감이 생겼다. 1, 2 피치는 쉽게 올라갔지만 마지막 3피치는 난이도가 훨씬 올라간 느낌을 받았다. 아직 자연암벽 난이도 체계에 대한 이해는 부족하지만, 당시를 떠올려보면 어떻게 올라가라는 건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뒤에서 암벽 선배들의 조언을 바탕으로 결국 올라갔고, 좋은 전망을 감상할 수 있었다. 등반 중간중간 바라볼 수 있었던 학교 전경이 아직까지 아른거리는 듯하다. 내가 올라왔던 길들을 복기하며 하강을 진행하였고, 김밥을 먹으며 다시 한번 오늘을 회상하였다. 이렇게 또 하나의 등반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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