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7/28 인수봉 - 고독길 선등
아침에 4시 반에 일어났다. 5시에 버스타고 신용산역에서 내렸다. 망할. 망했다. 진짜 망했다. 가방에 암벽화를 안 챙겼다. 아주 망해버렸다. 나는 그래서 고민을 했다. ‘그냥 등산화를 신고 고독길를 갈까.’ 고독길은 쉬워서 등산화로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도 나는 상식 있는 사람이니까 택시를 타고 집에 가서 암벽화를 챙겼다. 녹두에서 신용산역까지 택시비가 왕복으로 2만 원이었다. 에라이. 택시비 덕분에 가난해져 버렸다. 가난해서 값비싼 스포츠음료가 아니라 그냥 생수를 샀다. 젠장.
선등은 처음이었다. 줄이 내 위에 있지 않고, 내 아래에 있는 기분이 오묘했다. 첫 피치에서 캠을 두 개 치고 나니 깨달았다. ‘아 그냥 똑같이 올라가면 되겠구나.’ 그래서 그냥 올라갔다. 캠은 몸이 안정적인 상태에서 써야 한다는 걸 알았다. 안 그랬다가는 다칠지도 모른다.
한 번도 안 다치고 올라갔는데 이상한데서 다쳤다. 5피치를 마친 후 확보점에서 있었던 일이다. 다들 확보한 상태에서 동혁이가 균형을 잃고 유빈이 형을 밀었고, 유빈이 형이 나를 밀어서 팔꿈치를 암벽에 부딪혔다. 이날 최대 부상이었다. 사실 마지막에 참기름 바위를 오르다가 미끄러져서 살짝 죽을 뻔했다. 자일을 길게 사린 채로 목에 지고 올라가다가, 바위가 아니고 자일을 밟고 미끄러졌다. 와. 살짝 죽을 뻔했다. 다행히 왼쪽 절벽으로 안 구르고, 평평한 부분에 잘 착지했다. 다음부터는 자일을 가방에 넣고 참기름 바위를 오르기로 결심했다.
날씨가 진짜 좋았다. 선등해서 기분도 좋았다. 와아, 앞으로도 고독길처럼 안 떨어질 곳에서는 선등해 보고 싶다. 다음에는 인수A 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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