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착하자 광수생각(5.10b)을 송채현 부원이 선등하고, 하이캄(5.9)를 조유빈 부원이 동시에 선등하였다. 조유빈 부원이 신입부원임에도 자연암벽을 선등하는 것을 보고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나도 빨리 자연암장에 익숙해지고 선등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광수생각(5.10b)를 먼저 올라갔다. 두번째로 찾은 자연암장은 여전히 익숙하지 않았지만, 광수생각은 별 어려움 없이 올라갈 수 있었다. 문제는 야생화(5.10b)였다. 루트 중간에 물이 흐르는 곳이 있었고, 그 바로 위로 오버행 구간이 있었는데, 물 흐르는 곳부터 오버행까지 홀드를 찾기가 여간 쉽지 않은 것이었다. 오른쪽으로도 가보고, 왼쪽으로도 가봤지만 쉽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오버행 아래 오른쪽으로 거의 기어가다시피 하여 올라가보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라갈 길이 여전히 보이지도 않아 포기하고 내려왔다. 5.10b의 난이도를 오르지 못했다는 사실이 너무 분했지만 내 실력의 한계라고 생각하며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이후 옹달샘(5.10b), 너랑 나랑(5.10a)을 등반했다. 오늘 등반한 루트 중 가장 재밌다고 생각한 루트는 남윤수 부원이 선등한 15년 좋은 날 (5.11a)이었다. 초반에 페이스 볼더링 구간이 있었는데, 매우 재밌게 올라갔다. 이후 평이한 페이스 구간을 좀 올라가면 테라스가 나타났는데, 여기서 잠시 휴식하며 경치를 즐겼다. 미세먼지가 간만에 심하지 않아 서울이 매우 잘보였다. 이후 탑까지 직벽의 볼더링 구간이 있었다.초크가 묻은 홀드들이 잘보여서 떨어지지 않고 올라갈 수 있었다. 15년 좋은 날은 내가 올라간 두번째 5.11a였다. 떨어지지 않고 한번에 탑로핑 완등을 할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

  이 날 온 부원들은 모두 등반실력이 매우 뛰어나서 정말 좋았다. 남윤수, 김신혜, 송채현과 같은 기존 부원들은 물론이고, 신입부원이지만 선등을 볼 수 있는 조유빈 부원도 내가 못한 야생화, 15년 좋은 날을 모두 완등하였다. 김예린 부원과 양태현 부원은 클라이밍을 시작한지 별로 안됐음에도 불구하고 매우 잘 등반하여서, 경험만 좀 쌓인다면 매우 뛰어난 등반가가 될 것이다. 특히 김예린 부원은 온라인 수업을 자운암장에서 들었는데, 정말 열정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송채현 부원과 남윤수 부원이 약속이 있어 좀 더 일찍 암장을 떠났고, 본인을 포함한 나머지 부원들은 7시 쯤에 하산하였다. 2주 전과 마찬가지로 공대의 나인아운스 햄버거를 저녁으로 먹었다. 역시 매우 맛있었다. 자운암장을 들리면 나인 아운스 버거를 저녁으로 먹는 것을 전통으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는 두 번째 자연암장이었고, 매우 즐거웠다. 더 열심히 실력을 늘려서 선등도 하고 더 어려운 루트도 해보고 싶은 생각이다.

남윤수

2021-04-05 01: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