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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ㆍ작성자 |
김신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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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ㆍ작성일 |
2021/04/02 (금) |
| ㆍ분 류 |
YM 산행 |
| ㆍ등반일자 |
2021/04/01 |
| ㆍ장소,코스 | 관악산 자운암 |
| ㆍ등반대원 | 13김신혜, 16송채현, 17남윤수, 13김난유, 19조유빈, 김예린, 양태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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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추천: 10 ㆍ조회: 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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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01 관악산 자운암
채현이랑 얘기하다가 목요일에 자운암에 가자는 말이 나왔다. 새벽이었는데 바로 윤수를 섭외하고, 공지를 올렸더니 오겠다는 인원이 많이 있었다. 사실 채현이와 신입 예린이, 태현이 세 명을 빼고는 다 지난 목요일 멤버였다. 이번 학기 내내 목요일마다 보지 않을까 싶다. 집에서 나와 버스를 타고 지진관측소로 바로 가려고 5511을 탔는데 시간을 보니 반실에 들러서 애들이랑 같이 가는 게 나을 것 같아서 정문에서 내려 교내 순환 셔틀로 갈아탔다. 태현이가 대학신문 건물을 못 찾겠다고 해서 윤수와 함께 농식 광장에서 데려왔다. 두꺼운 잠바를 입고 왔는데 생각보다 날이 너무 따뜻해서 잠바는 놔두고 바람막이만 챙겼다. 그새 난유도 반실에 도착해서 함께 출발했다. 편의점에서 음료와 박카스 젤리(너무 추천)를 사서 지진관측소로 향했다. 채현이도 중간에 합류하고, 빠르게 올라 산 입구에서 예린이와 유빈이를 만났다. 짐 분배 후에 어프로치를 시작했는데, 윤수가 지난번보다 훨씬 빨리 걸었다. 아니면 내 체력이 지난번보다 나빠진 걸 수도 있긴 하지만, 어쨌든 너무 힘들었다. 중간에 순서를 바꿔서 내가 먼저 올라갔는데, 바꾸자마자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아 속도가 매우 느려졌다. 올라갈 땐 몰랐는데 나중에 보니 속도가 빨라서 뒤에서 따라오던 예린이도 고생을 한 것 같다.
자운암장에 도착하자마자 채현이가 광수생각(10b)에 줄을 걸었다. 항상 빌레이를 너무 많이 봐서 이번엔 윤수한테 보라고 하고 싶었는데, 윤수는 신입들도 챙겨줘야 했고 유빈이 선등 빌레이를 봐줘야 해서 결국 내가 봤다. 채현이한테 떨어지지 말라고 했는데 채현이가 빌레이어가 선등자한테 할 수 있다고 응원해줘야지 그렇게 말하면 진짜로 떨어진다고 했다. 첫 번째 길은 아래쪽은 크게 어렵지 않고 맨 위의 큰 바위가 크럭스였다. 가본 적이 없는 길이어서 채현이가 고민을 많이 하긴 했지만 결국 잘 올라갔다. 내려와서 바로 옆에 있는 야생화(10b) 선등을 선다고 했다. 채현이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몰랐는데 10b는 걸 수 있다는 걸 알아서 조금 안심하고 빌레이를 시작했다. 채현이가 내가 빌레이 준비 잘했는지 확인하길래 나도 확인했는데 퀵이 부족해보여서 더 챙겨왔다. 최고의 빌레이어... 길에 물이 많이 있어서 암벽화가 젖어 쉽지 않아 보였다. 중간쯤에 오버행이 나오는데 여기서 채현이가 한참을 고전했다. 팔을 최대로 뻗었더니 볼트에 퀵이 닿아서 일단 걸어두고 오른쪽으로 갔다 왼쪽으로 갔다 여러 번 시도한 끝에 왼쪽으로 올라갔다. 길이 안 보여서 숨은 홀드 찾기를 하는 것 같다고 했다. 하강하는 데 보니 자일이 딱 맞아 떨어진다. 옆에 있는 남은 자일로 걸지 고민하다 길이 길어보여서 새 자일을 갖고 왔던 건데, 정말 다행이었다.
그동안 옆에서는 유빈이가 윤수 빌레이로 하이캄(5.9) 선등을 서고 있었다. 보지는 못했지만 지난번에도 선등을 섰던 곳이라 잘했을 것 같다. 쉴 새도 없이 채현이가 또 불러서 옹달샘(10b) 선등을 서게 빌레이를 봐달라고 했다. 이 부근 다른 루트들과 마찬가지로 페이스 스타일인데 채현이가 슬랩 10b라는 생각에 처음부터 약간 겁을 먹었다. 자세가 쉽게 나오지 않아 몇 번 시도하다가 길을 찾아서 올라갔다. 이번에도 팔을 열심히 뻗으니 볼트에 간신히 퀵이 걸리는 곳들이 있어 안전하게 올라갈 수 있었다. 채현이가 “내 키가 안전하게 등반할 수 있는 미니멈인가?”라고 했다.
계속 빌레이만 보다가 유빈이가 빌레이를 봐준다고 해서 광수생각(10b)을 올랐다. 앞서 신입 두 명이 모두 올랐는데 둘 다 결국 끝까지 못 올라가고 내려왔다. 아래쪽은 쉬워 보여서 크럭스까지만 한 번 올라가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올라가다가 길을 잘못 들었는지 중간에 왼쪽으로 한 번 넘어가야 했는데 좀 무서워서 텐션을 한 번 받은 뒤 위치를 옮겼다. 왼쪽은 굉장히 쉬운 길이어서 빠르게 올라 크럭스 시작 부분에 도착했다. 좋아보이지는 않지만 레이백을 해야 할 것 같은 손 홀드가 짧게 있었는데, 90도 정도로 서있는 벽에, 손 홀드도 그다지 좋지 않고, 무엇보다도 발을 디딜 곳이 너무 없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전날 실내 볼더링 장에서 손목 쓸린 부분에 계속 자일이 쓸렸다. 힘이 부족해서 그런 건지 될 것 같으면서도 안 되는 게 너무 화가 났다. 왼발을 디딜 수 있는 딱 발 크기의 크랙...이라 하기도 뭐한 발 자리가 있는데 거기를 최대한 믿고 몸을 끌어올렸다. 그 위에 언더로 난 크랙이 있는데 힘이 빠져서인지 홀드가 좋지 않아서인지 발 댈 곳이 없어서인지 쉽지는 않았다. 내 힘 반 빌레이 반으로 등반을 마쳤다. 먼저 올라간 애들이 여기서 본 경치가 좋다고 했었는데 그런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자꾸 10b만 걸어서 신입들이 할 게 없는 것 같다고 채현이가 왼쪽에 있는 대암(10a)에 줄을 걸었다. 나는 채현이가 걸어둔 옹달샘(10b)을 올랐는데 작은 홀드에 발을 올리고 손을 거의 쓰지 않고 올라가야 했다. 지난주에 새 암벽화를 사서, 60% 정도는 암벽화에 대한 신뢰감으로 자잘한 홀드들을 밟았던 것 같다. 계속해서 좋지 않은 홀드에 올라간 발에 무게를 실어 무게중심을 이동하며 올라가야 했다. 내려와서 유빈이가 나한테 더 좋은 홀드들도 있었는데 내가 작은 홀드들을 잘 밟고 갔다고 해서, 왜 올라갈 때 말 안 해줬냐고 하니까 그냥 잘 가길래 말 안 했다고 했다. 그러고 싶어서 그런 홀드들을 밟았던 게 절대 아닌데... 괘씸하다...
더 이상 올라갈 사람이 없어서 옹달샘 길 퀵을 회수하고 내려왔는데 유빈이가 바로 옆 너랑나랑(10a) 선등을 서고 싶으니 빌레이를 봐달라고 한다. 빌레이 보다가 목이 너무 아파서 채현이한테 해달라고 하라고 도망갔는데 채현이는 하산 준비를 하느라 이미 하네스를 벗은 상태였다. 어쩔 수 없이 또 빌레이를 봤는데, 10a 길인데도 너무 쉬워보였다. 쭉쭉 올라가서 맨 마지막 레이백 부분에서만 약간 고민하다가 올라갔다. 볼트에 손이 닿아서 퀵을 걸고 왼손을 잡은 후에 자일을 당기는데 발이 밀렸다. 너무 놀라서 자일을 당기려고 하는데 다행히 떨어지지 않고 클립을 완료했다.
이제 정말 빌레이는 그만 본다고 했는데 바로 난유와 윤수가 나를 불렀다. 신혜 빌레이 컴퍼니라는 이름까지 지어줬다. 파업 중입니다... 채현이가 내려가서 선등 빌레이를 볼 수 있는 사람이 나밖에 없어서 또 어쩔 수 없이 끌려갔다. 난유의 요청으로 윤수가 15년(11a)을 올랐다. 시작을 조금 헷갈려하다가 넘어가서는 쉽게쉽게 오른다. 턱 위를 올라서면 빌레이어의 시야에서 등반자가 사라지는데, 멀티피치 선등 빌레이를 보는 기분으로 봐야 했다. 윤수는 정말 어떻게 이렇게 잘하는 건지 신기할 만큼 잘하는 것 같다. 그래서 선등 빌레이를 볼 때도 높은 난이도를 하더라도 마음이 편안하다. 15년 루트는 시작 부분 동작이 조금 이상했는데, 윤수 표정을 보니 굉장히 진지하고 고민하는 표정이었다. 동작이 예뻐서 쉽게만 올라갈 거라고 생각했는데, 잘하는 사람들도 생각보다 한 동작 한 동작에 온 힘을 쏟으며 올라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윤수가 내려오고 나서 바로 난유가 올라갔는데, 첫 시작을 거의 눕다시피 하며 올라갔다. 그걸 보고 할 수 없는 길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 위는 쉽게 올라갔고, 맨 위 살짝 오버행인 부분도 빠르게 넘어갔다. 난유가 내려오고 나서 고민하다가 윤수한테 언제 하산할 거냐고 물어봤더니, 생각을 읽은 것처럼 “빌레이 봐드릴까요?”라고 했다. 시작이 이상하다고 해서 걱정했는데, 손 홀드가 생각보다 좋아서 애들이 알려주는 대로 왼발은 바위에 대고 오른발은 나무를 밟고 올라갈 수 있었다. 그 후에 왼쪽으로 몸을 옮겨서 오른쪽 좋은 홀드에 맨틀링을 해서 올라가면 된다. 사선으로 난 크랙을 살짝 잡고 일어서면 좋은 언더 홀드가 잡힌다. 좋은 게 두 군데나 있어서 행복했다. 그 다음 좋지 않은 손 홀드를 잡고 몸을 위로 끌어올려야 하는데 올라온 후에 나무 가시에 찔렸다. 다행히 안으로 들어가진 않아서 바로 빼고 계속 올라갔다. 턱 위로 올라서면 말도 안 되는 바위가 기다리고 있다. 살짝 각이 서있고, 발 홀드가 좋지 않다. 위에 있는 좋지 않은(나쁜 것까지는 아니지만) 크랙을 손으로 잡고 발을 올려야 하는데 도저히 자세가 나오지 않았다. 오른발을 좋은 곳에 올리려고 하니까 너무 높고, 손 홀드가 많지도 않고 있는 것들도 좋지는 않은데, 그마저도 자세가 잘 나오게 손 홀드를 잡은 채로 발을 좋은 곳에 올릴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후등이니까 자일을 믿고 최대한 몸을 끌어올렸다. 위에 매달린 상태로 손을 더 왼쪽으로 뻗고 다리도 더 왼쪽으로 보냈다. 이 홀드도 아주 좋지는 않아서 자세가 엉거주춤하게 나왔다. 바로 위에 왼손을 뻗으면 나름 좋아 보이는 홀드가 잡힐 것 같았는데, 실내 볼더링 할 때처럼 몸을 약간 날려서 하려고 해도 계속 실패했다. 그러느라 계속 약간씩 펜듈럼을 쳤는데 그때마다 자일에 팔이 살짝씩 쓸렸다. 그게 중요한 건 아니었고 올라가고 싶었다. 좋은 홀드가 스쳐질 정도로만 팔이 닿았었는데, 잠깐 쉬고 최대한 자세를 잘 잡고 한 번 더 온힘을 다해 시도하니 더 좋은 위쪽이 잡혔다. 열심히 끌어올려 올라가니 왼쪽 위에 언더 홀드가 하나 있었다. 그 홀드는 괜찮은 편이어서 완료할 수 있었다. 내가 올라가는 동안 난유가 영상을 찍어놓은 것을 보니 생각보다도 더 힘들어하며 올라갔던 것 같다. 빌레이 덕에 올라간 게 크긴 하지만 그래도 11a 루트를 완등해서 기분이 좋았다. 지난번 존재의 이유도 11a이긴 했지만, 이번에는 더 내 힘을 사용해서 오른 것 같아서 뿌듯했고, 시작 맨틀링 부분이 재밌었다.
윤수는 약속이 있어 먼저 하산하고, 남은 사람들이 대암과 너랑나랑 퀵을 회수하러 갔다. 둘 다 내가 하게 될 줄 알았는데, 신입들이 모두 대암 퀵을 회수하고 싶어 해서, 대암은 예린이가, 너랑나랑은 내가 회수하기로 했다. 난유가 예린이 빌레이를 보고 있어서 내가 유빈이한테 빌레이를 봐달라고 했다. 그랬더니 유빈이가 양말 받은 도비 표정으로 나한테 빌레이 인정받았다면서 뿌듯해했다. 유빈이랑 태현이 둘 중에 선택해야 해서 그랬던 건데... 너랑나랑은 10a라는 그레이드가 무색하게 너무 쉬웠다. 처음부터 자꾸 좋은 홀드들만 잡혀서, ‘이 홀드가 잘 잡히기는 하는데 자세가 잘 나오는 위치는 아닌데, 그렇다고 이 홀드를 버리고 더 위에 있는 홀드를 잡으면 이 홀드만큼 잘 잡히지 않겠지?’라고 생각하며 혹시 몰라 손을 뻗어보면 그 위에 있는 홀드마저 잘 잡히는 길이었다. 계속 어려운 길들만 하다 보니 의심병이 생겼나보다. 그렇게 쉽게 올라가다보면 레이백을 뜯는 크랙이 나오는데, 아주 뾰족하고 납작해서 굉장히 잘 잡히지만 발을 어디에 놓을지가 애매했다. 그렇다고 오른쪽 실크랙을 사용해서 가면 11b라서 난감했다. 한 번 텐션을 받고 다리를 왼쪽에 올려보니 레이백을 시작할 수 있을 자세가 됐다. 그렇게 올라가서 완료하고, 레이백 자세가 뭔지 궁금해 했던 태현이한테 자세를 보여줬는데 귀찮다는 듯이 알겠으니까 그만 내려오라고 했다.
퀵을 회수하고 내려왔는데, 예린이가 여전히 등반 중이었다. 너무 힘들어해서 예린이가 내려오면 유빈이가 퀵을 회수할 생각이었는데, 결국 재밍까지 하며 올라가서 퀵을 회수해왔다. 처음 한 것 치고 실력도 나쁘지 않고 집념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짐을 챙길 때쯤 노을이 지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어려운 하산 구간이 모두 끝나니 어둑해지기 시작해서 안전하게 내려올 수 있었다. 또다시 지난 목요일에 갔던 햄버거집에 가서 저녁을 먹고, 반실에 짐을 푼 후에 집으로 왔다. 옹달샘 루트를 등반하고 나서부터 갑자기 행복한 기분이 들었는데, 하산할 때부터 집에 올 때까지 계속 머릿속에 행복하다는 생각만 있었다. 산에 갈 때마다 조금씩이라도 더 실력이 는 게 느껴져서 너무 좋다. 요즘 너무 열심히 하는 게 문제인 것 같은데, 부상을 입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오랫동안 즐겁게 등반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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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윤수
`김신혜`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