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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보고
  
작성자 김난유        
작성일 2023/06/20 (화)
분 류 YM 산행
첨부#1 b0edb5b6b1e61.jpg (2,150KB) (Down:0)
등반일자 230527
장소,코스 북한산 인수봉 고독길
등반대원 T: 김난유 S: 노수경 홍재우 이경미 윤태현
등반장비 캠 1조(0.3-4호), 퀵 6개, 알파인 퀵 4개, 슬링 다수
ㆍ추천: 0  ㆍ조회: 813      
230527 고독길

(사진: 손재식. 2008. 한국 바위 열전. 마운틴 북스, pg.263)

1. 사전 준비

5월 27일 토요일에 인수봉을 가기로 하였다. 본래 생일바위를 인수B로 계획하고 있었기에 윤수와 연습삼아 인수B를 등반할까 했으나, 준아 대장의 인원 배분으로 고독길을 가게 되었다. 사실 2년 동안 자연바위를 하면서도 그 유명한 고독길을 한 번도 가본적이 없었다. 따라서 묵혀둔 숙제를 한다는 생각으로 고독길 등반에 임하였다.

고독길은 인수봉에서 가장 쉬운 코스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사이트 멀티피치 등반을 하는 경우, 다양한 변수로 인해 위험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어느 정도 복습을 하였다. 시작 지점, 개념도, 주의해야 할 부분, 하강 지점 등을 알아봤다. 길만 잃지 않는다면 별 문제는 없을 것 같았다.

다만 기상이 가장 큰 우려점이었다. 등반 2일 전부터 예보가 시시각각 변했다. 2일 전에는 하루 종일 비가 온다고 했다가, 하루 전에는 늦은 오후부터, 당일 날 아침에는 오후 1시부터 비가 내릴 것이라 하는 등, 예보는 매 시간마다 바뀌었다. 돌이켜 보면 비를 맞게 되면서 등반할 것을 각오하고 철저하게 대비해야 했던 부분이다.

새벽에 집에서 출발하는 시점에도 오후부터 비 예보가 있었고, 온도도 20-23도 사이를 오갈 것이라는 예보를 믿었던 나는 정말 어리석게도 아주 얇은 바람막이만 챙겼다. 지금 되돌아보면, 방수바지, 고어텍스 바람막이, 긴팔 베이스레이어를 챙겨 보온 및 방수에 좀더 신경 써야 했다.

2. 등반

고독길 시작점은 취나드 A 오른쪽에 위치한다. 시작점이 생각보다 찾기 쉽지 않고 확보없이 어느정도 바위를 올라야하므로 주의를 요한다.

1) 1피치 (5.6 크랙)
장비를 착용하자마자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일기예보를 확인하였더니 1-2mm 정도 내린다고 하였다. 우선 여기까지 왔으니 등반을 조금이라도 해야 겠다는 생각으로 빠르게 루트에 붙었다. 매우 쉬운 루트라 빠르게 등반하였다.

2) 2피치 (5.6)
2피치 역시 빠르게 등반하였다. 고독길은 다른 인수봉의 루트 들에 비해 고도감도 덜하고, 난이도가 확실히 낮은 느낌이었다.

3) 3피치 (5.6)
2피치 후의 동굴을 지나 3피치를 시작하였다. 동굴은 생각보다 지나가기 쉽지 않았다. 중간에 넘어야할 바위가 많아서, 돌이켜 보면 로프를 제대로 잘 정리하고 지나갔어야 했다. 이 때부터 비가 조금 많이 오기 시작하면서, 바위가 젖기 시작하였다.

비로 인해 미끄럽긴 했으나, 3피치 역시 난이도가 높지 않아 별 문제없이 등반할 수 있었다. 다만 1-3피치 동안 3피치가 가장 등반 난이도가 어려웠다.

비는 그칠 기새를 보이지 않았다. 3피치 종료지점에서 수경 형님과 후퇴를 할지, 정상까지 등반을 하여 산행을 마칠지 논의했다. 수경 형님은 해당 지점에서 후퇴를 하는 것보다 정상까지 가서 하강하는게 간결할 것 같다는 의견을 주었다. 나 또한 해당 의견에 동의하였는데, 이유는 다음과 같다.

- 3피치 종료지점까지 약 1시간 정도 소요하여 도착했기 때문에 현재 속도라면 1시간 30분 후 정상에 도착할 것이라 예상
- 고독길을 하강하려면 각각 피치마다 끊으면서 로프가 쓸리는걸 감수해야 하고, 신입부원 3명을 포함한 5명이 무려 3번이나 하강을 해야 함

이에 정상까지 가기로 결정하였다.

4) 4피치 (5.6)
4피치는 완만한 크랙으로, 물에 젖은 바위가 미끄러웠으나 별일 없이 끝낼 수 있었다. 문제는 이 시점부터 신입부원들이 젖은 바위를 등반하는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속도가 이전에 비해 현격하게 느려졌다는 점이다. 1시간 동안 3피치를 등반했던 이전과는 달리 이 때부터 전 대원이 피치 1개를 통과하는데 약 1시간이 소요되었다.

5) 5피치 (5.6)
5피치는 귀바위가 보이는 계단 같은 루트였다. 비에 젖었어도 발이 좋았기 때문에 문제없이 등반하였다. 이 때부터 나는 추위를 느끼고 바람막이를 착용하였다. 귀바위 아래 동굴로 들어오자 빗물이 흘러 작은 냇물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바람막이가 무척이나 얇고, 지속적으로 비를 맞으면서 등반했기 때문에 매우 추웠다.

6) 영자크랙
5피치 종료지점에서 짧은 침니를 넘어가면 영자크랙이 나온다. 본래 별 어려움 없이 통과했던 영자크랙인데, 비가 오니 무척이나 미끄러워져 5.10a로 느껴졌다. 수경 형님이 발목을 밀어줘서 미끄러지지 않고 첫 볼트에 확보할 수 있었고, 이후 도그본을 잡고 거의 맨틀링에 가깝게 몸을 끌어당겨 위에 있는 크랙에 .5 캠을 설치할 수 있었다. 이후 이어지는 크랙에 몸을 끼우고, 간간히 확보하면서 올라갔다.

다들 영자크랙을 어려워했기 때문에 여기서 가장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또한 영자크랙부터는 비를 피할 곳도 없어 다들 비를 지속적으로 맞게 되었고, 추위와 싸우게 되었다. 이 때부터 등반이 위험해졌다. 체력이 많이 소진되고 추위에 시달리게 되면서 정신적으로 집중 상태를 유지하기 힘들게 된 것이다. 특히 영자크랙부터 참기름 바위까지는 미끄러운 슬랩구간이 존재하고, 여기에서 까딱하면 커다란 사고가 날 수도 있기에, 나는 신입생들에게 각별하게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영자크랙 등반 후 하강순서를 수경형님과 논의하기 시작했는데, 내가 라스트로 하강하기로 하였다. 순서를 정하고 형님께서 여분 바람막이 하나를 주셨다. 라스트이기 때문에 가장 오랫동안 추위에 노출되기 때문이었다. 바람막이를 하나 더 입어도 추웠으나 이전보다는 훨씬 더 나아서 어느정도 정신을 유지할 수 있었다. 수경형님이 바람막이를 주시지 않았으면 어떻게 되었을 지, 상상하기도 싫다.

7) 참기름 바위
가장 걱정했던 참기를 바위는 다행히도 누군가가 로프를 걸어놔서 로프를 잡고 올라갈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오랜 기간 동안 햇빛과 비바람에 노출된 로프를 믿을 수 없었으나 비 오는 날 참기름 바위를 확보없이 등반하는 건 엄두도 안났기 때문에 형님과 같이 로프에 의지하여 올라갔다. 이후 나는 뮌터히치로 신입들의 빌레이를 봐주었다. 몇몇 대원들이 올라오다가 넘어지기도 했기 때문에 뮌터히치로 빌레이를 봐주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8) 정상
정상에서는 거의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간간히 안개 너머로 보이는 백운대에 몇몇 등산객들이 보였다. 간단히 단체 사진만 촬영하고 하강 포인트로 신속하게 이동하였다. 하강포인트로 가면서도 몰아치는 비바람과 미끄러운 바위에 정신이 혼미해졌으나, 끝이 보인다는 희망을 갖고 이동하였다. 하강 지점까지 수경형님이 먼저 갔고, 나는 신입생들을 뮌터히치로 빌레이를 보며 하강지점까지 이동시켰다.

(사진: 인수봉 정상 단체사진)

9) 하강
수경형님은 팔자매듭으로 60m자일 2개를 연결하였고, 체인 양쪽으로 퀵에 클로브히치(꽈베스통)를 걸었다. 수경형님이 먼저 하강하였고, 2번째는 신입생인 경미 부원 차례가 왔다. 이 날 경미 부원은 첫 인수봉인데다가 (2번째 멀티피치) 비를 너무 오랫동안 맞아 체력적으로 굉장히 지친 상태였다. 비를 5시간 맞은 후 비바람이 쌩쌩 부는 인수봉 정상의 하강포인트에서 제정신으로 60m 하강할 수 있는 초심자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의 상황은 그걸 강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다행히도 별 사고 없이 경미부원이 하강을 끝냈고, 경험이 어느정도 있는 제우 부원과 태헌 부원은 외줄로 하강하였다. 근래에 외줄하강을 지양하려 했으나(참고), 시간을 조금이라도 아끼기 위해 외줄 하강을 감행하였다.

(사진: 하강하는 홍재우 부원)

마지막으로 내가 하강할 차례였는데 로프가 수분을 잔뜩 머금어 평소보다 4배 정도 무거웠다. 거기다가 클로브히치가 매우 강하게 고정이 되어있었는데 로프의 수분 때문에 마찰력이 평소보다 강해져 풀기가 여간 쉽지 않았다. 약 5분 정도 안간힘을 쓰고 나서야 겨우 매듭을 풀고 두 줄 하강을 시작할 수 있었다. 평소보다 훨씬 로프가 무겁고, 마찰력이 높아 하강하는데도 힘이 많이 들었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하강은 처음이라 긴장이 많이 되었으나, 무사히 하강할 수 있었다.

10) 하산
수경형님은 선약이 있어 숨은벽 쪽으로 하산하였고, 나와 남은 부원들은 비를 맞으며 도선사로 하산하였다. 다들 체력적으로 많이 지쳐있어 하산에도 평소보다 시간이 많이 소비되었다. 도선사에 도착한 시간이 약 4시 30분, 5시가 안되어 우촌식당에 도착할 수 있었다. 오전 10시부터 빗속에서 약 7시간을 보낸 이후였다. 우촌식당에서는 윤수, 준아, 정현, 동혁이 우리를 반겨주었다. 약 3시간 넘게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여 매우 고마웠다. 정신적으로 체력적으로 지친 나는 막걸리를 마시며 다시 정신을 가다듬을 수 있었다.

(사진: 우촌식당에서 도착 후 막걸리)

3. 시사점

1) 기상
비 예보가 있고, 팀원들이 경험적으로 부족하다 판단되면, 사실 비가 내린 그 순간 하산했어야 했다. 빗속에서 등반하는게 궁금하기도 하였고, 너무 순진하게 생각하며 등반을 강행했는데 매우 후회된다. 특히 예보만 믿고 보온 및 방수에 신경 쓰지 않았는데 이게 이 날의 가장 큰 문제점이었다. 산에서 등반한다는 사실을 항상 잊지 말고 랜턴과 바람막이는 항상 대비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하였다. 사고가 일어나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만약 4월이었다면 저체온증을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2) 하강 매듭
클로브 히치를 푸는데 소비한 힘과 시간을 생각했을 때, 개인적으로 하강의 간결함을 위해서는 스톤매듭과 옭매듭 (European Death Knot, EDK)를 애용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관련하여 좀 더 연구나 글들을 찾아봐야 할 것이다.

4. 후기

다시는 빗속에서 멀티피치 등반을 하고 싶지 않다. 특히 신입생이나 경험이 아직 풍부하지 못한 인원이 등반을 같이한다면 더 더욱 그렇다. 사고가 나지 않아서 다행이지만, 사실 사고 가능성은 꽤 높았다고 생각한다. 특히 미끄러운 바위에서 정상 부근에서 누구라도 발을 헛디뎠다면 큰 사고가 날 수 있었다. 비바람 때문에 헬기 구조도 요청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어떤 경우에도 멀티피치를 하는 경우 보온 및 비상사태를 대비해야 함을 다시 한번 실감하였다.

이 날의 경험을 바탕으로 더 공부하고 배우면서 계속 안전한 등반을 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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