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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신혜        
작성일 2021/07/03 (토)
분 류 YM 산행
등반일자 2021/06/25
장소,코스 설악산 별을 따는 소년들
등반대원 최돈하(T), 남윤수(S), 김신혜
ㆍ추천: 0  ㆍ조회: 41      
2021 집중RC 6/25 김신혜
2021/6/25 <별을 따는 소년들>

 연일 계속된 등반에 피곤한 탓이었는지, 전날 밤에 김치전 비슷한 것을 만들어 보려다 늦게 잠든 탓인지 윤수랑 나랑 둘 다 4시가 넘어서도 세상모르고 잠들어 있었다. 돈하형님이 2층에 올라와 깨우셔서 그제야 내려가 준비를 했다. 계획보다는 늦어진 5시 50분에 소공원 매표소를 통과했고 6시 50분에 한 번 쉰 뒤에 7시 반에 별을 따는 소년들 시작지점에 도착했다. 등반 준비를 하다가 돈하형님 테이프가 아래로 굴러 떨어졌다. 윤수가 내려가서 확인하는 동안 내가 돈하형님 1피치 선등 빌레이를 봤다. 윤수가 없는 것 같다면서 올라왔는데 알고 보니 그쪽이 화장실로 쓰이는 곳이라 흰색 휴지가 많아서 클라이밍 테이프를 휴지로 보고 안 주워온 거였다. 나중에 돌아오는 길에 가보니 있어서 다행히 찾을 수 있었다.

 1피치를 보니까 바위가 울퉁불퉁해보여서 왜 줄리엔이 비 온다고 포기했지?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가보니까 생각보다 손이 좋지 않았다. 쉽다고 해서 시간 단축을 위해 윤수랑 연등으로 어프로치화를 신고 올랐는데 그래서 더 무서웠다. 연등이 아니고 암벽화를 신었다면 잘 올라갔을 것 같은데 어프로치화를 신으니까 발홀드가 그냥 없어져버렸다. 발홀드가 다 작거나 각이 져있어서 어프로치화로 디딜 수가 없는 것들이 많았다. 올라가는 내내 ‘어프로치화 신고 별을 따는 소년들 1피치 가는 멍청이 누구야~’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한 번 믿어보자!는 생각으로 작은 홀드에 발을 디뎠는데 터져버렸다. 안 그래도 멘탈이 나가고 있었는데, 연등이라 내가 떨어지면 윤수도 떨어질 것 같다는 생각에 멘탈이 더 털렸다. 첫 볼트 지나고 형님이 왼쪽으로 가셨던 것 같아서 윤수한테 물어보니까 직상하는 거라고 했다. 근데 그냥 맘대로 가라고 해서 나도 왼쪽으로 갔다.

 1피치에서 너무 무서워서 2피치에서는 바로 암벽화로 갈아 신었다. 누굴 놀리는 건지 암벽화로 갈아 신었더니 계단 같이 손발이 다 좋은 길이 나왔다. 1피치에 놀란 가슴 2피치에 멍청이 되다... 별을 따는 소년들 2피치에서 암벽화 신는 멍청이 누구야~

 3피치는 총 두 번에 끊어서 갔다. 사실 릿지다 보니 피치 개념이 좀 애매한 것 같다. 윤수가 알고 있는 것과 돈하형님이 알고 있는 것도 달랐다. 3피치 첫 부분은 한 편의 시를 위한 길처럼 쉬운데 약간의 고도감이 있는 길이었다. 그런데 한시길보다 고도감이 덜했다. 가다가 한 번 밑으로 내려갔다가 올라간다. 자일이 그냥 왼쪽 허공에 빨랫줄같이 떠있어서 사실상 빌레이가 큰 의미가 없었다. 윤수가 내가 떨어지면 자기가 반대쪽으로 폴짝 뛰어서 동반 사망이 가능하다고 했다. 마지막 벽으로 넘어갈 때 뛸 필요 없는데 장난으로 뜀바위를 하는 것처럼 해봤다. 트라우마 극복?!

 올라오자마자 바로 3피치 다음 구간을 시작했다. 암벽화를 신고 갔는데, 아니었으면 또 멘탈 조질뻔 했다... 중간에 갑자기 벽이 거의 오버로 튀어나와서 내 몸을 막고 있었다. 벽 앞에 섰는데 벽 위에 손 잡을 데가 없었다. 게다가 앞으로 매는 작은 가방이 벽이랑 내 몸 사이에 껴서 자꾸 나를 밀어냈다. 오버행 각도가 더 세지는 마법~ 울고 싶었는데 윤수가 오른손을 위에서 아래로 눌러서 손으로 잡고 있는 곳을 오른발로 밟으라고 알려줬다. 왼손 홀드가 아무것도 없었지만 애처롭게 벽 위를 잡는 시늉을 한 다음에 오른손을 맨틀링하듯 해서 오른발을 올렸다. 그랬더니 중앙에서 약간 오른쪽 위에 있는 손홀드가 잡혔다. 그 위에도 아주 살짝 오버행이 있었는데 손을 최대한 뻗으니까 좋은 게 잡혀서 힘으로 끌어올렸다. 그 위로는 아주 완만한 슬랩 같은 데를 짧게 올라가면 끝이다.

 4피치는 드디어 첫 번째 크럭스가 있는 구간인데, 여기도 두 번에 걸쳐 끊어서 갔다. 첫 번째 부분은 암벽이라기보다는 어려운 등산로 느낌이라 그냥 올라갔다. 엄청 하이스텝으로 왼발을 올리고 갔는데, 왜 이렇게 하이스텝을 많이 쓰는 건지 모르겠다. 아마 안 좋아 보이는 발홀드를 밟기 싫어해서 그런 것 같다. 발은 밟는 게 아니라 믿는 거라던데... 믿음이 부족하다. 크럭스에 도착해서 돈하형님이 올라가셨는데, 지금까지 한 번도 텐션을 안 받으셨는데 여기서 처음으로 텐션을 한 번 받고 올라가셨다. 그 위에서도 턱을 넘어가실 때 보니까 손발 홀드가 안 좋거나 어쨌든 굉장히 힘든 것 같아 보였다.

 형님이 확보를 한 위치에서는 등반자가 전혀 안 보이니까 윤수한테 먼저 올라와서 내가 보이는 데 확보를 하고 내 빌레이를 보라고 하셨다. 이렇게 힘들어 보이는데도 윤수는 암벽화로 안 갈아신고 어프로치화를 신고 갔다. 그래서 내가 진짜 그거 신고 올라갈 거냐고 물어보니까 ‘어차피 후등인데요 뭐~ 걍~ 떨어지면~ 떨어지는 거고~’ 이랬다. 제일 어려운 피치라고 했는데 윤수는 캠이랑 퀵 회수까지 하면서 갔는데도 4분만에 등반을 마쳤다. 등반속도 실화인가...? 어려울 것 같아서 윤수가 올라가는 걸 주의 깊게 봤는데, 책바위에서 다리를 벌린 채로 아웃사이드로 계속 회전하면서 올라갔다.

 책바위까지 올라가는 건 막 엄~청 쉬운 건 아니지만 그래도 갈만 했다. 이 피치를 올라가면서 갑자기 손홀드 발홀드가 좋은지 아닌지를 느끼는 게 사람 실력에 따라 많이 다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갈만 하다고 생각했는데 왠지 신입들이 오면 홀드가 없다고 느낄 것 같았다. 책바위 밑에 도착하니까 일단 심적으로 쫄렸다. 그래도 막상 책바위 시작 부분은 생각보다 손이 잘 잡혀서 올라갈 만 했다. 발도 왼쪽 오른쪽에 그래도 밟을 곳이 있었다. 왼쪽 발을 밟으니까 윤수가 했던 것처럼 자동으로 아웃사이드 자세가 됐다. 오른쪽으로 손을 쭉 뻗어서 찾아보면 아주 작은 홀드 두 개가 걸리는데, 그 중에 아래에 있는 게 더 잘 잡힌다. 그걸 잡고 왼발을 큰 턱에 올린 다음 무게중심을 왼쪽으로 옮겨야 되는데, 왼쪽이 직각으로 뻗어있는 각진 크랙이라 잡을 데가 없어 보였다. 왼다리를 턱에 올려서 앉았다가 더 이상 몸을 일으킬 수가 없어서 포기했다. 약간 스태밍 자세로 서있을 수 있어서 그렇게 서서 쉬다가 몇 번 다시 시도하고 힘이 빠져서 텐션을 받았다.

 텐션을 받으면서 다리를 풀고 쉰 다음에 다시 도전했다. 돈하형님이 재밍하라고 하셨는데 손재밍은 죽어도 하기 싫어서 열심히 찾아보니까 크랙 안에 살짝 잡히는 게 있었다. 기회는 한 번이라고 생각하고 양손을 진짜 열심히 잡고 몸을 올려서 왼다리를 다시 턱에 올렸다. 힘이나 의지 중에 하나라도 조금만 더 부족했으면 실패했을 것 같다. 아예 턱으로 올라선 다음에 윤수가 손을 위로 쭉 뻗어서 맨 오른쪽에 튀어나온 바위를 잡으라고 해서 그렇게 했다. 엄청 좋지는 않았지만 방금 올라온 곳에 비하면 이게 어디람... 여기서 또 발이 없는데, 그 바로 왼쪽에 비슷하게 튀어나온 바위의 가장 오른쪽 부분이 그나마 잘 잡혔다. 그걸 잡고 무릎을 들어서 턱 위에 올리고 아등바등 올라갔다. 형님이 이 턱을 넘어갈 때 하셨던 자세가 이해가 됐다. 무릎으로 올라오느라 무릎에 상처도 났는데 무서운 걸 어떡해~~

 5피치도 윤수랑 나랑 연등을 해서 선등 포함 총 10분 만에 끝났다. 바위에 슬링으로 만든 확보점에서 앞에 있는 벽에 있는 쌍볼트로 넘어갔다. 4피치를 지나면서 쫄보가 돼서 그런지 홀드가 없는 것 같다고 느꼈는데 사실 그냥 쉽게 올라갈 수 있는 곳이었던 것 같다. 좀 등산로 같아서 가다가 길도 잃으면서 갔다. 왼쪽으로 한 번 뛰거나 다리를 찢어서 넘어가야 되는 곳이 있었는데, 손 방향 때문에 자세가 돌아서 왼다리를 버둥버둥했다. 그래도 손홀드가 좋아서 잡고 아예 밑으로 내려온 다음에 다리를 벌려서 왼쪽으로 뻗어서 넘어갔다.

 6피치는 돈하형님-나-윤수 순으로 등반했다. 초반에는 크게 뭐가 없었는데, 볼트따기에서부터 생지옥이 펼쳐졌다. 볼트따기가 처음이라 오기 전부터 걱정을 하긴 했는데 솔직히 이정도로 힘들 줄은 상상도 못 했다. 형님이 두 번째 볼트에 슬링을 남겨놓고 가셨는데, 그 슬링이 아니었으면 거기서 날 샜을 것 같다. 퀵 몸통 부분도 잡아보고 카라비너에 손가락을 껴보기도 하고 별 짓을 다했다. 윤수랑 윤수 친구 권코몽은 여기서 볼트 안 따고 시도해봤다는데 어떻게 그런 시도를 할 생각이 들지...? 애처롭게 올라와서 세 번째 퀵을 잡으려고 하는데, 빌레이가 너무 타이트해서 퀵이 자일을 타고 위로 딸려 올라가서 손에 안 닿았다. 그렇다고 줄을 풀어 달라기에도 너무 무서운 상태라 풀어달라고는 못 했다. 오른발을 손으로 잡아서 슬링에 끼워 넣고 전적으로 거기에 의지해서 일어나니까 세 번째 퀵에 손이 닿았다. 세 번째 퀵까지만 잡으면 위에 턱이 잡히고, 그 위로는 왼쪽으로 가서 스탠스랑 손을 잘 찾아서 올라가면 된다. 볼트따기를 하면서 땀이 비오듯이 쏟아졌는데, 살면서 이렇게 땀을 많이 흘린 건 처음이었다. 이래도 되나?싶을 정도로 몸에서 땀이 뿜어져 나왔다. 전날 몽유도원도에서 미륵장군봉 못 가고 쉬운 릿지 한다고 불평했던 데 대한 벌을 볼트따기에서 다 받은 것 같다. 윤수는 이번에도 4분 만에 올라왔다. 나는 17분 걸렸는데... 심지어 슬링도 안 썼다. 뭐지...

 다 같이 사진을 찍고 턱을 넘어서 돈하형님이 6피치 남은 부분을 시작하셨다. 내가 앉아있는 자리를 지나가셔야 해서 쭈그려서 비켜드렸다. 확보지점에서 토왕폭이 잘 보여서 윤수가 토왕이랑 장비랑 같이 사진을 찍으라고 시켰다. 전에 할인을 받아서 장비를 구입한 게 있는데, 인증샷을 찍어서 올려야 다음에도 할인을 해준다고 한다. 이번에도 윤수랑 나랑 연등으로 갔다. 턱을 넘을 때 형님은 오른쪽으로 가셨는데 나는 갓신혜라 직상하기로 했다. 가면서 장난으로 윤수 머리를 밟았는데, 힘 안 주고 발로 톡 치려다가 내가 떨어질 뻔 했다. 직상도 홀드가 괜찮아서 올라서기 쉬웠다. 절벽 같은 등산로 같은 데를 지나면 침니가 나온다. 여기를 지나면 1봉 정상이다. 형님이 하강하시는 동안 우리는 확보를 안 하고 토왕폭이 잘 보이는 곳에 앉아서 기다렸다. 형님이 먼저 내려가셔서 윤수랑 나랑 하강하는 사진을 찍어주셨다. 위치까지 지정해주시면서 열정 있게 찍어주셨는데 토왕폭을 배경으로 정말 멋진 사진이 나왔다. 완전 포토스팟인데 형님 아니었으면 모르고 지나쳤을 거다.

 여기서 25분 정도 쉬다가 2봉으로 가는데, 인공 등반 구간이 또 있다고 해서 멘탈이 터질 뻔 했다. 쉬는 동안 간신히 멘탈을 부여잡았다. 7피치도 윤수랑 연등했는데, 앞서 볼트따기에서 힘을 다 써서 그런지 모든 동작이 힘을 많이 요하는 동작처럼 느껴졌다. 낙석 위험 구간을 지나면 오른쪽의 턱으로 올라서야 되는데 펜듈럼을 칠 수도 있는 상태가 돼서 무서웠다. 그 위로는 또 힘을 쓰면서 쉽게 올라오니까 끝났다.

 이 다음 피치를 가면서 돈하형님이 60m자를 거의 다 쓰셔서 윤수가 8, 9피치를 한 번에 끊으신 것 같다고 했다. 계속 거의 연등으로 가느라 안 쓰던 자일 한 동을 드디어 꺼냈다. 돈하형님이 인공 등반이 힘들 것 같으니까 윤수가 먼저 등반하라고 하셨다. 윤수는 돈하형님이 가신 데까지 안 가고 내가 인공 등반하는 걸 봐줄 수 있는 데서 빌레이를 봤다. 쭉 돌길로 된 하산로 같이 생긴 곳을 따라서 내려가다가 조금 올라가면 통곡의 벽이 나온다. 통곡의 벽 앞까지는 손도 안 쓰고 걸어갈 수 있다. 형님이 아까 볼트따기에서 내가 너무 힘들어해서 걱정이 되셨는지 슬링을 묶어서 멋진 레더를 만들어놓고 가셨다. 턱 위로 올라서면 수직의 밟을 곳 없는 벽이 있는데 슬링 덕에 쉽게 일어설 수 있었다. 매듭 지은 곳에 왼발이랑 오른발을 각각 끼우라고 하셨는데, 오른발을 끼울 것도 없이 퀵 잡고 일어서니까 오른쪽 위에 있는 홀드가 잡혔다. 형님이 윤수가 다시 내려가서 장비 회수해 올 거니까 나는 그냥 올라오라고 하셨는데 오른손 홀드가 너무 좋아서 그냥 회수해버렸다.

 오른손을 잡고 나서가 발이 없어서 힘들었다. 그나마 살짝 크랙?이라 부르기도 뭐하지만 밟을 수 있는 데가 있어서 그걸 왼발로 밟았다가 오른발로 밟았다가 하면서 난리를 쳤다. 손이 좋고 발이 없어서 그냥 완전 턱걸이였다. 오른쪽 위에 홀드가 또 있다고 해서 잡으려고 했는데 좋은 데까지 손이 안 닿고 벙어리 홀드만 잡혔다. 그거라도 잡고 몸을 끌어올려볼까 1초 고민했지만 발이 너무 없어서 그냥 포기했다. 훅을 걸라고 해서 크랙에 재밍하듯 끼우려고 했는데, 그게 아니라 손으로 잡고 있는 곳을 그대로 훅으로 밟으라는 소리였다. 손으로 잡은 곳이 발로 디딜 수 있을 만큼 넓긴 한데 오른쪽으로 내려가는 방향이라 훅을 걸고 일어서기가 좀 무서웠다. 그래서 뒤꿈치로는 손 옆을 밟고 그 바로 앞에 있는 벽을 토로 밟는 식으로 약간 야매 재밍...?을 해서 일어선 다음 간신히 좋은 오른손 홀드를 잡았다. 올라오니까 윤수가 그 바로 위에서 빌레이를 보고 있었다. 원래도 턱걸이 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 여기서 정말 턱걸이를 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턱걸이를 할 수 있으면 등반이 얼마나 더 쉬워질까?

 12시 50분에 9피치를 시작했다. 피치 개념이 흐려져서 9피치인지 10피치인지 애매하긴 하지만... 이번에도 돈하형님-윤수-나 순서로 갔다. 윤수가 가면서 왼쪽으로 다운 클라이밍 해야 한다고 알려줬다. 그 말을 듣고 왼쪽으로 가려고 하는데 자일이 오른쪽에 있었다. 그래서 자일이 어디에 걸린 건 줄 알고 줄 좀 풀어달라고 해서 왼쪽으로 갔다. 그러다가 윤수가 누나 뭐해요?해서 다시 내려왔다. 왼쪽으로 다운 클라이밍 하라는 건 그 다음이고 일단은 줄을 따라오라고 했다. 큰 바위 오른쪽으로 넘어가서 거기서 왼쪽으로 다운클라이밍을 하는 거였다. 어렵지는 않았는데, 아예 아래까지 내려가서 시작해야 쉬웠다. 다운클라이밍하다가 손이 자일 밑에 들어간 걸 보고, 이대로 내려가면 턱이랑 자일 사이에 팔이 끼어서 쓸릴 걸 알았는데, 발이 불확실해서 ‘그냥 쓸리자!’하고 쓸리면서 내려갔다. 아예 흙 있는 데까지 내려간 다음에 칼바위 같은 곳으로 올라타야 되는데, 경사는 안 센데 맨들맨들해서 손으로 잡을 데가 없었다. 그래서 오른쪽 벽을 자꾸 오른발로 밀었다. 완전 위까지 다리가 올라갔는데, 다리를 벌리고 반 스태밍 자세로 선 다음에 기어 내려갈지 어떻게 할지 고민하다가 오른쪽 다리를 차면서 왼쪽 바위로 폴짝 올라탔다. 정말 뜀바위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인가...! 이 다음에 탈출용 하강 쌍볼트를 지나쳐서 조금 더 올라가면 완료다.

 돈하형님이 10피치 등반을 시작하셨을 때가 1시 20분이어서 별을 따는 소년들의 모든 피치를 등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불길하게도 돈하형님이 출발하실 때부터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윤수랑 연등으로 줄을 묶고 나부터 출발했는데 빗방울이 점점 굵어졌다. 오른쪽이 길이 더 좋아서 오른쪽으로 가다가 왼쪽에 캠 있는 데로 넘어왔다. 여기서부터 레이백인데, 비가 퍼붓기 시작해서 실시간으로 손발이 없어졌다. 오른쪽 레이백 크랙 시작 부분은 잡을 만 한데, 발도 없고 위로 갈수록 손이 점점 없어졌다. 비가 더 오기 전에 빨리 가야 한다고 생각해서 어떻게든 하려고 했는데, 위에 끼어있는 촉스톤을 발견한 순간 팔에 힘이 다 빠져서 텐션을 외쳤다. 바위 구조 상 위랑 소통이 잘 안 들리기도 했고, 연등으로 온다고 이중팔자를 길게 빼서 묶어서 레이백을 시작한 곳까지 떨어져버렸다. 비가 더 오면 불가능하니까 어떻게든 지금 올라가야 한다는 생각으로 죽자 살자 올라간 거였는데 이걸 다시 올라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막막했다. 비가 진짜 많이 와서 옷이 다 젖었다. 윤수가 손 잡을 데가 없으면 안으로 파고들어서 재밍을 하라고 해서 안쪽에 다리를 끼우고 몸을 조금 올린 다음 다시 레이백 크랙을 잡았다. 아까보다 조금 더 올라와서 아까 못 잡았던 촉스톤에 손이 닿았는데, 잡으니까 점점 빠졌다. 그래도 힘을 주면 걸리지 않을까 하고 잡았더니 완전히 빠지려고 했다. 그래서 레이백 크랙에 마지막으로 있는 좋은 손홀드를 잡고 허리를 위로 올린 다음에 텐션 달라고 열심히 외쳤다. 잘 안 들리시는지 대답도 없고 줄도 안 먹어주셨다. 결국 손을 놓고 다시 아래까지 떨어져서 무전으로 못 올라간다고 했더니 내려갈 수 있게 줄을 조금씩 풀어주셨다.

 내려와서 쌍볼트에 확보하고, 형님이 하강하려면 자일이 2동 필요하다고 해서 윤수가 등반했다. 내가 내려오니까 거짓말처럼 비가 잦아들었다. 윤수는 내가 어려워했던 부분은 금방 넘어갔는데, 전체적으로 등반 시간이 다른 피치들에서보다는 더 걸렸다. 비가 내릴 타이밍만 알았어도 윤수가 먼저 혼자 올라가고 그 다음 비 그치고 바위가 말랐을 때 내가 올라갔으면 갈 수 있었을 텐데... 바지를 보는데 위에 계속 매달려있었더니 앞면은 쫄딱 젖고 뒷면은 비를 하나도 안 맞았다. RC 온다고 사서 자연 암벽에서 겨우 5번 신은 TC프로도 쫄딱 젖었다. 이제 발냄새 나겠구나... 위에서 하강하는 걸 기다리면서 날이 개는 걸 보는데 너무 원망스러웠다. 화가 나서 울 뻔 한 걸 간신히 참았다. 토왕폭 쪽은 먹구름이 조금 있고 반대편은 해가 쨍쨍해서 비 때문에 내려왔다고 하면 아무도 안 믿을 것 같은 날씨였다.

 기다리고 있으니 형님한테 연락이 와서 올라올 수 있겠냐고 물어보셨다. 그래서 위에는 쉽냐고 여쭤봤더니 다음 두 피치는 쉽다고 하셨다. 해가 떴으니 곧 바위가 마를 것 같아서 가겠다고 했는데, 이미 하강하려고 자일을 다 올린 상태라 어쩔 수 없이 탈출하기로 결정했다. 비 때문이기는 했지만, 올해 클라이밍을 제대로 시작한 뒤로 가장 크게 좌절한 순간이었다. 돈하형님도 끝까지 완료하려는 생각으로 오신 건데 내가 못 올라가서 다 망친 것 같고, 비 온다고 이런 것도 못 올라가는 나 자신도 원망스럽고, 아무리 비에 젖었더라도 잡히는 것이 있나 더 시도해보지 무서워서 시도도 안 해본 것도 화가 났다. 하산하면서 비가 조금 와서 결론적으로는 그 때 욕심 부리지 않고 탈출한 게 잘한 결정이어서 마음이 조금 풀리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후 며칠 동안 기분이 좋지 않았다.  

 윤수가 먼저 탈출 하강 포인트로 내려가서 하강을 하고, 돈하형님이 라스트로 가겠다고 하셔서 내가 두 번째로 하강을 했다. 항상 내가 마지막으로 하강했는데, 애기처럼 두 번째로 하강하니까 기분이 좀 이상했다. 하강할 때뿐만 아니라 인공 등반 구간에서도 내 빌레이를 잘 볼 수 있게 윤수가 먼저 올라오게 하고, 슬링도 걸어두고 회수도 윤수한테 시키는 등 나를 많이 챙겨주셨다. 배려해주신 거라 고마웠지만 한편으로는 내 실력이 부족해서 너무 신입 취급을 받는 것 같아서 좀 슬펐다. 다음에 돈하형님이랑 다시 산에 갈 때는 보란 듯이 잘해서 챙겨줄 필요가 없어 보이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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