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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limbing reports
산행 보고
  
작성자 김신혜        
작성일 2021/05/04 (화)
분 류 OM 산행
등반일자 210502
장소,코스 선인봉 은벽길
등반대원 16정민휴(T), 15오지선(S), 13김신혜
ㆍ추천: 0  ㆍ조회: 23      
210502 선인봉 은벽길 최연소 OB산행
민휴와 토요일에 산에 가려다가 내가 급하게 일정이 생겨 취소하고, 일요일에 승환이가 산에 가준다고 해서 박쥐길에 가는 걸로 일정을 잡았다. 윤수가 곧 정회원 될 친구들을 데리고 가달라고 해서 줄리엔과 지희까지 네 명으로 팀을 꾸렸다. 토요일에는 윤수, 민휴, 지선이 세 명이서 인수봉에 갈 계획이었는데 비 때문에 취소되고 갑자기 민휴와 지선이가 일요일 산행에 끼게 되었다. 줄리엔은 몸이 안 좋아서 빠졌다. 인원이 많아져 나는 지선이와 함께 박쥐길로 민휴 생일바위를 따라가기로 하고 승환이와 지희는 범진 형님과 함께 요델 버트레스를 가기로 했다.
이틀 연속 술을 마시다가 늦게 자서 두 시간 정도밖에 못 자고 일어났다. 도봉산역 앞에서 범진형님이 사주신 토스트와 커피를 먹고, 늦게 오는 지희를 기다리다가는 박쥐길에 못 붙을 것 같아서 우리팀만 먼저 출발했다. 내가 캠이랑 자일을 챙겨왔는데, 민휴에게 캠을 주려고 했더니 그냥 가방을 바꿔 메자고 해서 그렇게 했다. 아침에 일어날 때는 너무 피곤해서 이러다 등반하다가 잠들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이상하게 몸이 가벼워서 거의 뛰다시피 빠르게 걸었다. 그런데 민휴가 배낭이 무거워서 그런지 매우 힘들게 걷고 있었다. 속도를 늦추거나 가방을 바꿀지 몇 번 물어봤는데도 괜찮다고 하면서 계속 힘들게 갔다. 2/3 정도 와서야 지선이와 가방을 바꿨다. 선인봉에 거의 다 도착했을 때 넓은 바위에서 쉬고 있었는데, 다른 팀 등반자가 우리 팀 선등이 누구냐고 물어봤다. 민휴를 가리켰는데 민휴가 옆에서 헥헥대면서 널브러져 있어서 모두 머쓱했다. 생일바위를 해야 되는데 어프로치부터 기운을 너무 많이 뺀 것 같아서 약간 걱정이 됐다.
박쥐길 앞에 도착하니 사람들이 바글바글 모여 있었다. 6인 한 팀과 7인 한 팀, 총 13명이 우리 앞에 있었다. KMGA라는 곳에서 박쥐길과 표범길 정비를 했는데 그걸 기념하러 떡까지 싸들고 등반하러 오신 거였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민휴가 생일바위를 어디로 할지 한참 고민하다가 박쥐길로 정하고 밤에 열심히 공부를 한 거라서 웬만하면 박쥐길로 가고 싶었지만 오늘 안에는 등반할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민휴가 전에 은벽을 가본 적이 있어서 민휴랑 지선이가 은벽에는 사람이 얼마나 있는지 보고 온다고 했다.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다같이 은벽쪽으로 이동했다. 지선이가 은벽 시작점이 어디라고 말해줬는데, 민휴가 찾아본 개념도랑 달라서 의심을 했다. 알고보니 개념도가 맞았고, born to be climber 갓지선은 경송A 1피치 10b 슬랩을 은벽 5.6 슬랩인 줄 알고 올라갔던 거였다.
다시 은벽 시작점으로 내려왔더니 다른 팀 마지막 사람이 등반 대기 중이었다. 그 사람이 올라가는 동안 지선이가 민휴에게 안 가본 길이라 알려줄 수 없으니 앞 사람 등반하는 걸 잘 보라고 했다. 바위가 많이 누워있는 것처럼 보였는데 민휴가 올라가는 게 별로 쉬워 보이지 않았다. 특히 위쪽에서는 나무에 가려 어떻게 가는지 보이지는 않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렸다. 거의 볼트마다 쉬고 가는 것 같았다. 심지어 후반부에는 퀵이 부족하다고 해서 밑으로 내려와서 퀵을 회수해가야 했다. 이상해서 개념도를 다시 봤는데도 민휴가 가져간 퀵이 부족한 개수가 아니어서 이상했다.
세컨을 지선이가 봐서 내가 두 번째로 등반을 했다. 쉬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발이 많이 밀렸다. 전날 비가 오긴 했지만 슬랩이라 바위가 젖어 있는 건 아닌 것 같았는데도 발이 밀렸다. 전에 윤수가 좋은 암벽화를 신으면 실력이 올라간다고 해서 좋은 암벽화를 샀는데, 멀티에서 신기에는 아파서 다른 암벽화를 가져왔더니 발을 더 믿을 수가 없었다. 좋은 암벽화를 사면 실력이 올라가는 게 아니라, 다른 암벽화를 신었을 때 실력이 내려가는 게 아닐까... 어차피 후등이라고 생각하면서 올라가려고 했는데도 쉽지 않았다. 거의 손톱까지만 걸리는 홀드들이 있어서 그것들을 잡고 올라갔다. 최대한 힘을 실으려고 엄지손가락으로 겹쳐서 눌러 당겼다. 개념도에서 5.6이라 했는데 너무 어려웠다. 솔직히 아직까지도 그 길이 맞는 건지 잘 모르겠다. 5.6 슬랩이 어떻게 그럴 수 있지...? 민휴가 자기도 볼트 잡고 왔다고 안 되겠으면 볼트 따고 오라고 했다. 그래도 후등이라 차마 그렇게는 못하고 텐션만 엄청 받으면서 올라갔다.
오른쪽 칸테를 이용해서 한두 동작 정도 하고 그 위로는 손이 안 좋아져서 다시 왼쪽으로 갔다. 지선이가 길을 보고 싶다고 해서 퀵을 회수하지 않고 뒷 자일을 통과하면서 갔는데, 그것도 체력을 많이 잡아먹었던 것 같다. 중간중간 종아리가 너무 당겨서 텐션을 받아야 했다. 요즘 실력이 많이 늘었다고 생각했는데 또 못해서 좀 슬펐다. 그래도 위에서 민휴가 계속 자기도 너무 무섭고 힘들었다고 해서 위로가 됐다. 나는 민휴한테 위로 받고, 민휴는 내가 올라오는 걸 보면서 자기한테만 어려운 길이 아니라는 걸 확인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했다. 슬랩이 너무 어려워서 끝까지 갈 수 있을지 확신도 안 들었고, 옆에서 다른 팀 사람이 내가 신입일 거라고 생각하면서 바라보는 시선도 느껴졌다. 텐션 엄청 받으면서 가긴 했는데 그래도 올라가니까 올라갔네! 하고 신기해했다. 나는 아직도 절대 그 길이 5.6 슬랩일 리 없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지선이는 5.6 슬랩인 것처럼 쉽고 빠르게 올라오긴 했다.
쌍볼트에서 생각해보니까 1, 2피치를 한 번에 올라온 것 같았다. 민휴가 올라갔을 때 자일업 할 자일이 거의 남아있지 않았고, 퀵이 모자랐던 것도 이해가 됐다. 중간에 쌍볼트를 본 기억이 없어서 이상하긴 했다. 민휴가 은벽길 3피치 선등을 시작했는데 춘식 형님한테 전화가 왔다. 우리 팀으로 붙는다고 하셔서 자일 한 동을 내렸는데 중간에 나무 때문에 자일이 걸려서 붙기가 힘들 것 같다고 다른 팀으로 가셨다. 3피치는 쭉 레이백과 재밍으로 가는 크랙인데 시작 부분이 조금 무서웠던 것 같다. 재밍이 싫어서 최대한 재밍을 하지 않고 스태밍이 가능한 곳에서는 스태밍으로 갔다. 나중에 지선이가 찍어준 사진을 봤는데, 스태밍하는 걸 아래에서 찍으니까 웃기게 나왔다. 중간 정도부터는 왼쪽에 마치 누가 파놓은 것처럼 손 홀드가 있었다. 진짜 파놓은 건지 원래 그렇게 생긴 건지 모르겠다. 그래서 그 손이랑 오른손은 크랙을 잡고 올라갔다. 결국 발 재밍을 하긴 할 수밖에 없었는데, 확실하게 끼워져서 할만했다. 스태밍 때문에 인수A 1피치를 좋아했었는데, 스태밍 여전히 너무 좋다. 선등으로 가면 못하겠지만 후등으로 갈 때는 스태밍으로 가다가 망해도 자일에 매달리면 되니까... 3피치는 어려운 구간은 없었는데 길어서 힘이 빠져서 쉬면서 갔다.
올라가서 민휴한테도 우리가 1, 2피치를 한 번에 끊었다는 걸 알려줬다. 민휴도 행복해했다. 3피치까지 잘 올라와서 4피치도 빠르게 끝날 줄 알았는데 아침까지 오던 비 때문에 4피치는 지옥이었다. 민휴가 올라가면서 물이랑 진흙투성이라고 했다. 좋아 보이는 손홀드를 잡고 좋은 곳을 밟아도 주륵주륵 미끄러졌다. 얼마 전에 기현오빠랑 젖은 바위를 한 적이 있어서 걱정이 됐다. 난이도가 몇 단계는 올라가는 느낌이던데... 좋은 손을 잡고 한 번 살짝 미끄러지고, 조금 더 위에서는 크게 떨어졌다. 빌레이를 보던 지선이도 날아가다시피 했다. 꽤 많이 떨어져서 캠에 걸렸는데 캠을 잘 박았는지 터지지 않았다. 민휴가 처음으로 앵커를 먹은 거였는데, 신기하게도 놀라거나 당황한 기색이 전혀 없었다. 너무 멀쩡해서 놀랐다. 민휴보다도 오히려 내가 더 긴장했던 것 같다.
민휴 다음으로 내가 올라가는데, 처음에 왼쪽으로 약간 트래버스를 해야 했다. 조금 무서웠는데 옆에서 지선이가 어떻게 가야 하는지 잘 알려줬다. 그런데 웃긴 게 분명 나는 한 동작을 해서 올라왔는데, 지선이는 쌍볼트에 매달린 채로 손을 뻗어서 나한테 다음엔 이거 잡으라고 알려주는데 홀드에 손이 닿았다. 그렇게 옆으로 가서 크랙 시작 지점에 붙었는데 정말 올라가기 싫게 생겼다. 워터파크 개장!은 오바고 크랙을 뜯고 가야 하는데 잡고 밟아야 하는 부분이 모두 다 젖어 있었다. 원래 길로 갈까 하다가 바로 옆을 슬랩으로 올라가는 것도 할만 할 것 같아서 시도해봤다. 발을 좀 많이씩 올리기는 해야 했지만 그래도 생각보다 잡을만한 곳들이 있어서 슬랩으로 갈 수 있었다. 올라가다가 왼쪽 바위 위쪽에 너무 좋은 크랙이 있는데 그걸 놓칠 순 없어서 최대한 물 있는 데를 안 밟으려고 하면서 크랙을 써서 올라갔다. 최대한 올라간 후에 다시 슬랩으로 붙어야 하는데 민휴 말대로 손으로 암벽화 밑창을 닦고 손을 바지에 닦고 시작했다. 민휴도 올라가면서 계속 신발을 손으로 닦으면서 올라갔다고 했다. 그렇게 끝까지 슬랩으로 올라서 마지막에 좋은 손 홀드를 잡고 위로 올라서서 4피치를 마쳤다. 재밌었던 게, 1, 2피치는 슬랩이라 민휴가 3, 4피치에서 캠을 많이 설치해야 했는데, 3피치보다 4피치에서 캠 치는 실력이 훨씬 발전해있었다. 3피치에서 캠을 회수하면서 민휴... 이걸 믿고 올라갔다고...?라고 생각했는데, 4피치에서는 콱 박혀 있어서 열심히 회수해야 했다. 그도 그럴 것이 3, 4피치 내내 캠을 치고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와서 캠을 회수해서 올라가서 다시 설치하면서 가서 캠을 정말 여러번 설치했다. 윤수가 대왕캠을 자기는 한 번도 써본 적이 없어서 괜히 무게만 나가는데 챙겨줘야 하나 고민을 했었는데, 민휴는 이 캠 없었으면 못 올라갔을 정도로 잘 활용하면서 올라갔다. 지선이한테 말하니까 자기도 대왕캠을 많이 쓴다고, 윤수는 그냥 윤수라서 필요 없는 거라고 했다.  
내가 지선이한테도 슬랩 괜찮으니까 슬랩으로 올라오라고 해서 지선이도 첫 부분은 슬랩으로 올라왔다. 그러다가 민휴가 어떻게 갔는지 궁금하다고 후반부에는 크랙으로 붙었다. 그러자마자 미끄러져서 매달렸다. 민휴도 거기서 미끄러졌다고 했다. 정말 물 묻은 바위는 다시는 하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보고서를 쓰고 있는 지금도 밖에 비가 내리고 있는데 내일도 산에 가기로 되어 있다. 인간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내일도 물에 젖은 바위를 하게 될 것 같다. 아무튼 지선이도 미끄러지는 걸 보니 이걸 선등 선 민휴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민휴한테 생일바위 끝낸 걸 축하해주기는 했는데, 아직 원정이 한 번 남아서 제대로 된 생일바위가 아니라 기분이 조금 이상했다. 다음 주에 생일 원정 끝나면 다시 한 번 축하해줘야지!
마지막으로 하강까지 민휴가 주도해서 내려갔다. 승환이랑 지희가 등반을 먼저 마치고 우리 쪽으로 와서 우리가 짐 정리를 하는 동안 자일을 회수해서 사려줬다. 이것이 선배의 삶인가,,, 박쥐길 앞으로 가서 전양 형님 팀이 등반을 마치시는 걸 기다리면서 김밥도 먹고 범진 형님이 주신 커피도 마셨다. 48시간 동안 약 5시간밖에 못 자서 앉아있으니까 너무 졸렸다. 가방에 기대 누워서 잠깐 자다가 형님들과 다함께 하산을 했다. 코로나 때문에 형님들을 못 뵌 지 오래 됐었는데 산에서 이렇게 보니 정말 반가웠다. 재학생들이 먼저 하산을 시작했는데 가다보니 형님들이 어디로 내려오신 건지 우리보다 앞에서 가고 계셨다. 생각보다 빠르게 하산을 완료하고 할머니 가게에서 테이블을 나눠서 뒤풀이를 하려고 했는데 안 된다고 해서 뒤풀이 없이 헤어졌다. 애들이랑 학교에 와서 짐 정리하고 마라탕에 막걸리, 맥주, 도은이가 가져온 와인을 먹고 헤어졌다. 등반할 때는 정신이 멀쩡했는데 집에 오니 참을 수 없는 졸음이 밀려왔다. 역시 사람은 산에 있어야 하는 것 같다.

민휴 생일바위 축축
이름아이콘 노승환
2021-05-06 00:18
`김신혜`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마지막 줄에 굉장한 모순인 듯 모순 아닌 여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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