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화원이라는 곳이고 입구까지 가는데도 완만하지만 상당히 긴 길이 있다. 당연히 차를 타고 올라가서 수월했다 입구에서는 현재 코로나 방역 때문에 큐알코드를 두개나 찍어야했지만 신분증은 요구하지 않아서 다른 곳보단 편하다고 할 수 있다. 성인은 40위안 대학생은 30안. 대학원생은 학생에 포함되지 않는다.(하지만 나는 교환학생의 신분으로 학생할인을 받고 만다.) 입구를 지나서도 완만한 길을 한 20분정도 걸었을까 하니 벌써 암장이 나온다. 등반로는 우람한 바위산을 양옆에 끼고 올라가서 나중에 점심 때 혼자 따라 올라가봤는데 정말 멋있었다. 그리고 산 대부분이 이화랑 도화로 이루어져서 딱 제철이었다. 클라이밍을 하는데도 벚꽃잎이 떨어져내렸다.

[맞은편에도 단피치 루트들이 있다. 5.11대라는 것 같다. 붉은 바위 색이 우리나라의 화강암 암벽과는 다른 느낌이다.]
각설하고 길에 대해 얘기를 하면 우리는 좌측에 있는 벽을 올라갔다. 그냥 소북벽이라고 부른단다. 단피치 루트가 십수개 있는 벽이고 난이도는 5.8이 하난가 있고 거의 10대다. 나같은 초보자들이 하기 좋은 면이다. 벽이 북북서면을 향하고 있어서 아침부터 한 오후 2시반까지 햇빛이 전혀 들지 않았다. 단 그 이후에는 옆으로 비스듬하게 햇빛이 들어와 벽의 미세한 요철을 구분하기 편했다.

가장 좌측에 5.8의 루트가 있다. 어린이들이랑 갔어서 나는 거기 발도 못붙여보고 계속 오른쪽에서 놀았다. 그도그럴것이 등반자중 성인이라곤 4명이 다였는데 한명은 강사였고 한명은 강사친구, 한명은 이번이 암벽 3번째인 초보 그리고 나였기 때문에.. 무려 (아이들포함) 15명중 3위라는 최고성적을 갱신하고 말았다.

[첫번째 길. 원래 좌측의 크랙을 잡고 가면 편한 길인데 슬랩으로 직상했다.] 
그렇게 우측의 10b 루트부터 먼저 도전했다. 루트 파인딩도 안하고 그냥 슬랩으로 가라길래 슬랩으로 가려고 했는데 진짜 눈물나오게 어려웠다. 알고보니 왼쪽의 크랙을 잡고 올라가는 것이었지만 이는 제대로 길을 보지 못한 나의 잘못이었다. 그리고 슬랩도 자세가 너무 안나왔다. 어떻게 암벽은 조금만 쉬면 다시 폼이 무너지는지.. 10b 정도면 탈 수 있을거라한 내가 부끄러워졌다. 나는 평소에 자존감도 자신감도 넘치는 사람인데 왜 벽앞에만 서면 항상 이렇게 자기반성을 하는지 모르겠다. 겸손을 배운다. 정말 슬펐던 것은 장비는 내게 제일 좋아보였던 것. 실력도 안되는게 템부터 갖추고 시작하는 느낌이었다. 실제로 슬랩에서도 신발은 하나도 밀리지 않았지만 내가 그 발을 믿을 수가 없었고 또 엉거주춤한 자세가 나왔던 것 같다. 상면은 경사가 조금 가팔아지고 크럭스가 나온다. 거기서 나는 퀵을 잡고 인공등반을 해버렸다.
[두번째 길. 익숙한 앵글의 엉덩이, 그런데 이제 벚꽃을 곁들인]

두번째 길은 그 옆에 있는 길로 같은 10b였다. 선등자말로는 그 길이 조금더 어려운 것 같고 c, d정도 주고싶다고 한다. 나는 이번에 후등빌레이를 보며 고수의 동작과 루트를 잘 살피었다. 여기도 같은 높이의 언덕?을 넘어서는게 크럭스인 것 같았다. 아래는 그가 갔던 것처럼 크랙을 활용해서 올라가면 갈만한 길이었다. 크럭스 구간에도 실크랙은 있었는데 그 방향과 크기가 힘을 주기 어려웠다. 여기서 한번 텐션을 받고 그 덕으로 자세를 고치니 안닿았던 그 위의 홀드가 닿아서.. 다행이 그걸 잡고 넘어갈 수 있었다. 그래도 두번째 루트에서는 나쁘지않게 올라간 느낌이다. 역시 루트파인딩이 중요하다는걸 체감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세번째 길은 가장 우측의 길이었다. 10c라고 그랬다. (같은 시스템을 써서 세삼 다행이었다.) 다시 그 고수 친구를 먼저 올려보내고 그의 등반전략을 잘 살폈다. 아랫부분은 오히려 앞의 두개보다 편한 느낌이었다. 크랙도 가로로 여러개 나있어서 발도 쓰기 편하고. 단 그 크랙을 좀 일찍 버리고 왼쪽으로 넘어가야 갈만한 길이 이어지는데 만약 그 친구가 하는걸 못봤더라면 크랙만 따라가다가 막다른 골목에 도달했을 것이다-그리고 다른 분이 실제로 그렇게 가셨다. 하지만 크럭스가 좀 더 어려웠든데 비슷한 구조였지만 오버행이 더 컸다. 슬랩을 딛고 오버행을 넘어간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다행히 아쉽지만 그거라도 쓸수있는 홀드가 양손에 하나씩 있었고 그걸로 오버행 위를 짚은뒤 손바닥으로 일어났던 것 같다, 아마도.

마지막길은 10d랬다. 점심을 먹고 충분히 휴식을 취한 뒤라 못이기는 척 벽에 붙었다. 어차피 내 레벨이 아닐거라 생각하니 오히려 마음이 편했다. 초반은 아무것도 없는 슬랩벽이었는데 해가 기가막히게 요철을 보여줘서 고급 아이템을 쓴 느낌이었다. 그거랑 티씨프로의 접지력으로 후진 실력을 커버하며 어떻게 어떻게 올라갔다. 똑같은 위치의 턱은 이번엔 언더로 잡는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언더로 잡은 손 위치에 왼발을 올려 밀며 올라가라그랬는데.. 말이 쉽지.. 그리고 중국어라 제대로 못알아들은것도 있고.. 여기선 퀵도 없었지만 홀드가 괜찮은게 전혀 없어서 볼트에 손을 넣어버렸다. 다른 길들은 그 언덕을 넘어서 일어서면 끝이었지만 여기는 그 위의 바위까지 넘어가는 것이었다. 이건 깔끔하게 입밴당함. 자세도 잘 잡고 했는데 그냥 힘으로 올라가는 거였고 난느 핑계아닌 핑계를 대자면 최근 용선팀 훈련으로 어깨쪽을 무리해서 아직 근육이 회복하는 기간이었다ㅎ

강사는 나중에 내가 마음에 들었는지 그 다른 친구와 셋이서 암벽을 자주 데려가주겠다고 했다. 너무 기대된다!

[점심때 산책하며 찍은 사진. 태어나서 처음으로 염색을 해보았다]
+즐겁게 놀고 내려왔는데 명절이라 그런가 사람이 정말 많았다. 정말 정말 많아서 주차장에서 30분을 기다렸는데도 차를 빼지도 못해서 일행을 버리고 걸어내려왔다,, 빨리 실험실에 돌아가야했기 때문에.. 근처 버스정류장까지 2시간을 걸어갔지만 사람이 여전히 너무 많은 반면 배차는 30분이었다. 같은 북경 안이지만 북경은 경기도보다도 훨씬 크고 여기는 외곽이라 개발이 덜 되어있었다. 가장 가까운 지하철 역까지는 10km정도 거리가 있었고, 나는 걷다가 한 30분만에 최대한 불쌍해보이게 히치하이킹을 했고 차를 얻어타고 갈 수 있었다.

++3일 연휴라 나머지 이틀도 놀러갔는데 만리장성을 오르다 걸린 어글리 코리안이 되어버렸읍니다..

+++바위만 보이면 또 오르게 되는데 요즘 열심히 하고 있는 프리즈비를 함께 한 사진.

다들 건강하게 잘 지내시길 바랍니다.

남윤수

2022-04-07 11: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