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은

백두 설원에 펼쳐진 눈부신 햇살처럼 온다

장백폭포 빙벽 따라 내려온

압록강 얼음장 깨뜨리며 뗏목을 휘젓는

함경도 사나이 불끈 솟아오른 팔뚝 속으로 온다

평안도 중산군 이압리 협동농장에서

새벽바람 쐬며 인민체조하고 척박한 땅에

첫 삽질하는 아낙네 눈빛 속으로 온다

우리들 첫날은

살갗과 가슴팍에 내리꽂히는 눈발 헤쳐가며

만주벌판 달리던 독립군의 말굽소리처럼 온다

펄럭 펄럭이는 조국의 태극깃발 밑에서

빼앗긴 조국의 독립과 동포를 생각하고

뼈저린 조국의 눈물과 쇠사슬을 생각하고

해방된 국토의 보리밥 한 그릇에 토장국 한 사발을

못내 그리워하며 육혈포 쏘다가

울먹이며 피묻은 조선낫 휘두르던

독립군의 하늘과 땅 무너지는 함성처럼 온다

내 사랑하는 아들딸들아

우리가 진정으로 아름답게 살고자했던 세상은

남북으로 등짝돌리며 사는 세상이 아니고

동서로 곁눈질하며 사는 세상도 아니었고

철딱서니 없는 고관 나리들이 편갈라 만든

전라도 공화국과 경상도 공화국은 더욱더 아니었단다

아들딸들아

두 동강난 땅덩이의 모든 사람들은

아오지 탄전 광부에서 중강진 동토, 신의주 철교, 남포 조선소,

수풍 발전소, 영변 약산, 원산 명사십리, 평양 김일성 대학,

개마고원, 해주 사과밭, 화진포 바닷가, 설악산 죽음의 계곡,

미아리 텍사스 골목, 구로 공단, 소래 포구, 군포 차량기지,

공주교육대학, 청송 교도소, 독도 경비대, 나주 배밭,

대전 대덕 연구단지, 남원 광한루, 세석평전, 빛고을 금남로,

진주 남강, 화개 장터, 대구 중앙로 지하철역, 울산 자동차공장,

목포 유달산, 부산 자갈치시장, 마라도 등대지기까지

이웃과 민주를 사랑하고 조선꽃을 가꾸며

미움과 고통과 삿대질 없는 아름다운 나라를 꿈꾼단다

우리들 희망찬 첫날은

섣달 그믐날 밤에 활활 타오르는 횃불을 들고

노고단 오르는 사람들의 소박한 소원 속으로 온다

혹시 모진 겨울바람에 꺼질세라

마음속에 작은 모닥불을 지피면서

노고단 오르는 사람들의 행렬 속으로 온다

사랑하는 아들딸들아

우리들 앞에 다가선 벅찬 새해 첫날은

작은 기쁨을 찾고자했던 소박한 소원 속으로 온다

어두운 병상에서 시름시름 앓는 사람도

칼바람 부는 임진각에서 어버이 제사상 차리는 사람도

한밤중 지하철 차가운 땅바닥에 누워있는 사람도

이제 모두 모두 횃불 하나씩 들고

노고단 오르는 행렬 속으로 뛰어 들자

저기 저 백두에서 한라까지

눈부신 햇빛이 어둠의 장막을 뚫고

눈부신 햇살 뭉치가 들이치고 있나니

아들딸들아, 동그라미 하나 크게 그리며

아리랑 스리랑 강강수월래 춤추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