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일

입동 바람 부는 날

콧마루에 주근깨 많은

산 아가씨가 어깨너머로 노랑 머플러 날리며

찬바람 하나에 눈썹 하나 치켜세우고

선인봉 표범 코스에서 수직 하강하고 있다

찬바람에 몸과 마음마저 흔들리고 있다

그렇다 삶과 죽음이 함께 흔들리고 있다

그러나 그 아가씨는

사방으로 흔들려도 거꾸로 곤두박질치지 않는다

자일이 있기 때문이다

선인봉 머리맡에

입동 달빛은 맑고 고운데

굴뚝새 발자국 소리는 뚜렷한데

할머니 식당에서 스무 다섯 살 그 아가씨는

나에게 대폿술 딱 한잔만 권한다

그 아가씨는 내 누이동생이다

재수 삼년 휴학 삼년 병치레 삼년 도파니 구년

게다가 시 쓴다고 웃긴년

그러나 바윗길에서

자일을 제 몸보다 더 아끼는 예쁜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