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겨울밤 9시 속에서

붐빌 것이냐

우촌식당 속에서

초겨울밤 9시 속에서 산꾼들로 붐빌 것이냐

김치냉장고 위에 놓인 고물 텔레비에선

아름다운 한반도 남녘 곳곳마다

뇌물바람 병역비리바람 땅투기바람 이혼바람 성희롱바람 대치동 아파트바람에

입시바람 조기유학바람 파산바람 살인바람 명퇴바람 신촌 카바레 춤바람에

사람들이 아름답게 산다는 소식 하나 없다  

여의도 철새들 삿대질에    

염병할 시래기 한 가닥만도 못한 이념 논쟁뿐인데

그런 것들이 어젯밤보다 더욱 너저분한데

내일 밤에는 그런 것들보다 더욱 너저분할 것이냐  

이 식당 주방 아주머니의 함지박 웃음은

추풍령 인동꽃잎만큼 하얗고

한계령 송이눈꽃만큼 넉넉하고

넉넉히 건네주는 두부 콩나물 국물 맛은 그만이다

하산주 서너 잔에 얼굴이 슬그미 타오르면

초겨울밤 9시 속에서

산꾼들은 오늘의 비겁한 삶을 거부하고

풋풋한 내일의 삶을 재확인하면서

그래 얼마나 오래 이야기꽃을 장작불처럼 피울 것이냐

그래 얼마나 오래 이 세상은 빙빙 헛돌아갈 것이냐

여의도 철새들 삿대질에

괘종시계 바늘이 밤 9시 속에서 절로 멈추면

냅다 쪽문을 박차고 들어선 찬바람은

괘종시계 추를 흔들었다 놓았다할 것이다

늦은 귀갓길 재촉하는 산꾼들 머리 위에

사방으로 뚝뚝 떨어지는

초겨울밤 아름다운 별빛 별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