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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 song & photo
모음게시판[글/노래/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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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ㆍ작성자 |
허정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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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ㆍ작성일 |
2007/03/14 (수) |
| ㆍ분 류 |
글모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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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추천: 100 ㆍ조회: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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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회 서울마라톤 완주기
“바로 이 맛에 서울마라톤에 나온다니까요”
2007년도 시즌오픈대회이자 풀코스 30회째 도전이다.
2003년 3월 첫 주 일요일, 내 생애 첫 마라톤완주도 바로 이 대회에서 했다.
제법 쌀쌀했던 그 날, 27Km 지점에서 다리에 쥐가 나 크게 고생한 기억이 새롭다.
이래저래 서울마라톤에 얽힌 추억과 인연이 많다.
이른 새벽 평소처럼 집 근처 학교운동장에 나가 가볍게 몸을 풀었다.
집으로 돌아와 샤워하면서 체중을 재니 60Kg이다.
왠지 감이 좋다.
지난해 평균 65Kg에 비하면 몸이 많이 가벼워졌다.
지난겨울 뭐 특별하게 운동을 많이 한 것도 아니다.
다만 매일 꾸준하게 10Km 정도 달린 것이 체중감량에 효험을 본 모양이다.
오늘은 나의 달리기 파트너 이창덕 선배도 안 계신다.
지난 달 미국에 사는 피붙이들을 만나러 LA로 가셨다.
지금부터 바로 몇 시간 후 열리는 LA마라톤에 참가할 예정이다.
칠순을 훌쩍 넘긴 연세로 20회째 풀코스에 도전하는 것이다.
대회장인 63빌딩 건너편 수변광장.
여느 대회처럼 많은 선수와 가족, 대회관계자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특히 일본선수들과 미군들이 눈에 많이 띈다.
대회장을 이리저리 기웃거리는데 무대에서 이색결혼식이 진행된다.
박영석 서울마라톤클럽고문님 주례로 두 달림이 간에 혼례가 거행되는 것이다.
두 사람 앞날에 행복이 항상 그득하기를 빌며 멀리서 힘차게 박수를 보낸다.
10시 풀코스 출발시각에 맞춰 행사가 착착 진행되고 있다.
나는 D그룹에 배정되었다.
그룹 중간쯤에 자리 잡고 출발을 기다리고 있다.
4시간을 목표로 하고 페이스메이커를 찾았으나 보이지 않는다.
전반을 1시간52분, 후반을 2시간5분 정도로 달리기로 한다.
드디어 출발이다.
약간 쌀쌀한 날씨지만 아래위 짧은 러닝복을 입었다.
오후 두세 시경에 비가 온다니 잘하면 비를 피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겨울 내내 긴 옷만 입고 달리다가 가벼운 복장을 하니 날아갈 것 같다.
출발하자마자 주로가 좁아져 주자들 간에 많이 엉킨다.
조금만 더 가면 절로 정리될 것이기에 인내심을 갖고 내 자리를 잡고 달린다.
초반에 요리조리 피해 앞서 가봐야 체력 낭비만 심하다는 걸 경험으로 잘 알기 때문이다.
아닌 게 아니라 3Km도 안 돼 주로 질서가 잡혔다.
오늘따라 한강변 맞바람이 유난히 세차게 분다.
오후부터 내릴 거라는 비가 벌써 한두 방울 뿌리기 시작한다.
요즘 기상청 체면이 말도 아니다.
기상이변으로 일기예보의 절반도 채 못 맞추고 있다.
동작대교 지나 5Km 급수대에서 가볍게 목을 축인다.
발걸음이 가벼운 걸 보니 몸이 슬슬 풀려간다는 징조다.
기분이 아주 상쾌하다.
지난해 11월 중앙마라톤 이후 처음이니 얼마 만에 달리는 풀코스인가.
한강과 탄천이 만나는 14Km지점에서 100회마라톤클럽의 중앙대 김영수교수를 만났다.
초면이지만 달리는 중에 인사를 건넸다.
동생과 고교 동기동창이고 조카 미국유학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간암을 극복하고 불과 6년 만에 풀코스 100회를 완주한 의지의 철인이다.
내가 아무개 형이라고 인사를 하니 “참 좋은 취미를 붙이셨군요”라고 답한다.
달리는 자세에 군더더기가 하나도 없다.
속도를 별로 안내는 걸 보니 내내 주 있을 동아마라톤을 위해 연습 삼아 달리는 것 같았다.
여러모로 조카를 도와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김교수 일행과 헤어졌다.
비바람은 점점 거세지고 있다.
여기서부터 반환점인 광진교까지는 평소 일요일이면 달리는 코스다.
그래선지 다리 하나하나가 금방금방 지나간다.
17km 정도 가고 있는데 선두가 벌써 돌아가고 있다.
2등과 많은 차가 난다.
어느덧 광진교가 나타났다.
광진교 조금 지나니 반환점을 알리는 아치가 보인다.
광진교 광장에서 도는 줄 알았더니 예상 밖이다.
반환점 매트에서 삐익~하는 전자음이 울림과 동시에 거짓말같이 바람이 사라졌다.
이제는 바람을 등에 업고 가는 일만 남았다.
갑자기 허기를 심하게 느낀다.
하기야 평소 점심시간인 12시가 된 것이다.
급수대에 무언가 먹는 선수들이 장사진을 치고 있다.
시계는 계속 돌아가고 있다는 걸 잘 알 텐데 아랑곳없다.
따뜻한 밥으로 만든 주먹김밥이 수북하게 쌓여있다.
정신없이 몇 개를 허겁지겁 집어먹는다.
거기에 맛있게 끓인 된장국, 계란 후라이까지 모두 맛있다.
잘 먹이는 서울마라톤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내가 자원봉사자한테 한 마디 거든다.
“바로 이 맛에 서울마라톤에 나온다니까요”
그녀도 기분이 좋은 지 예쁜 미소로 화답한다.
시장기는 가셨는데 너무 먹었는지 속이 거북하다.
하기야 요즘 몸이 가벼워지면서 절로 식사량도 줄어들었는데 과식한 것 같다.
속을 살살 달래가며 종점을 향해 묵묵히 달린다.
아까와 달리 내 뒤를 밀어주는 바람이 여간 고맙지 않다.
30Km 지점을 2시간43분에 통과한다.
앞으로 12Km를 어림셈으로 1Km 당 6분으로 달려도 오늘의 4시간 목표는 이룬다.
작년 일곱 번 완주를 했지만 모두 4시간대 기록이다.
재작년보다 3~4Kg 늘어난 체중 때문이라고 스스로 분석했다.
오늘 4시간 안에 골인하면 실로 1년 여 만에 서브-4를 맛보는 게 된다.
목표를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이 있으니 더욱 힘이 난다.
지난겨울 동네 공원에서 근력운동을 한 효과를 보는 것 같다.
매일 역기, 팔굽혀펴기, 복근운동, 거꾸로 매달리기, 철봉 등을 조금씩 해왔던 것이다.
작년보다 팔치기가 훨씬 수월하다.
오늘 급수대에는 여느 대회에 없는 콜라가 있다.
한 잔 마셔보니 물이나 게토레이보다 쉽게 잘 넘어간다.
마시고 먹는데 주최 측에서 신경을 많이 썼다는 흔적이 여러 군데에서 보인다.
한남대교 오버브리지를 넘어가는데 선수들이 반대방향으로 달리고 있다.
갈 때와 달리 코스를 한강변 쪽으로 달리한 것이다.
이 역시 달림이들이 지루함을 덜 느끼도록 배려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불과 100여 미터 맞바람을 맞고 달리는데 대체 앞으로 나아가질 못하겠다.
이제까지 그만큼 바람 덕을 보고 온 것이다.
그간 수도 없이 한강변을 달렸건만 지금 이 길은 초행이다.
집중력이 떨어질 시간대에 그만큼 재미를 느끼고 달리고 있다.
반포대교 36Km 지점을 지나는데 많은 선수들이 걷고 있다.
그들을 하나둘 제치면서 내 페이스대로 달린다.
비는 계속 흩뿌리고 있다.
골인 1Km 앞둔 지점이다.
번호표도 없는 모르는 사람이 나와 동행하고 있다.
마지막 오르막 힘들 때 많은 도움을 받았다.
결승아치를 통과하는 선수선수 마다 대회진행자가 이름을 부르고 있다.
이 또한 여느 대회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장면이 아니다.
드디어 골인!
3시간56분15초를 가리키고 있다.
출발할 때 예상했던 시간 그대로 달린 셈이다.
자원봉사자가 완주메달과 추위를 가리는 대형수건을 덮어준다.
여성주자들에게는 일일이 장미 한 송이를 안긴다.
왜 모두가 서울마라톤이 풀뿌리마라톤대회의 원조이며,
대회운영을 매끄럽게 하는 대회라고 평하는데 공감을 하는지 잘 알 수 있는 대목이다.
(許廷會 記, 20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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