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농업생명과학대학산악회 ::: CALSAC SN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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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음게시판[글/노래/사진]

ㆍ작성자	강신영
ㆍ작성일	2003/01/15 (수)
ㆍ분 류	글모음

ㆍ추천: 53 ㆍ조회: 1380

주봉 샘터
더운 바람 들이치는

층층나무 아래 샘터에서 형은

다리 꼬고 한 손에 턱 받치고 앉아

쓰디쓴 담배 하나 물고 빈 하늘에

후후 동그라미 하나 크게 그립니다

산더미 같은 큰 배낭을 맨 후배들은

헉헉 뻘뻘 땀 흘리며 줄지어 올라와

"야 옳다구나" 하는 외마디와 함께

우르르 샘터로 뛰어올 즈음에 형은

"잠깐 기다려" 하며 가만히 말했습니다

웃음 띄우며 한마디 말했을 뿐인데

조르륵 가는 물줄기 소리 들리는데

모두들 벙어리 냉가슴 앓았습니다

모두들 닭 쫓던 삽살개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그러다가

입 거품 가득 물고 새내기 산꾼들은

네발로 가까스로 기어올라오자마자

땅바닥에 펄썩 펄썩 주저앉자마자

가장 먼저 시원한 물 세잔 씩 건네며

그런 뒤 후배들에게 물 한잔 씩 주고

그런 뒤 비로소 우락부락한 형은

맨 나중에 물 한 모금만 들었습니다

먼 하늘에 꽃구름 하나 피어났습니다

까옥 까옥 산 까치 울음과 함께

자일에 스치는 산들바람과 함께

정말 신나게 K크랙 붙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