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농업생명과학대학산악회 ::: CALSAC SN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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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음게시판[글/노래/사진]

ㆍ작성자	강신영
ㆍ작성일	2003/01/14 (화)
ㆍ분 류	글모음

ㆍ추천: 81 ㆍ조회: 1492

추락
물씬물씬 발냄새 풍기는

우중충한 반실에서 나는

김치라면 하나 삶네

어제 선인 박쥐 길 오르다가

큰 돌멩이처럼 굴러 떨어져

앞 머리통 세 바늘 꿰맸는데

왼쪽정강이 훌렁 벗겨졌는데

어디서 실잠자리 한 마리 날아와

눈썹을 스쳐지나 자일 발끝에 앉네

오늘의 내가 어제의 나에게 말하네

그젯밤 반실에서 코펠 등 뚜드리며

빈대떡 한 장 깍두기 한 접시에

막걸리 대 여섯 주전자 퍼 마셨지

토끼처럼 뛰어가 서울행 첫 지하철에서

토끼 잠자며 할머니가게 찬물 들이켰지

수북수북 낙엽 쌓인 바윗길 출발점에서

덜 깬 술에 담배꽁초 짓 밝고

당차게 톱으로 첫 피치 시작했지

그런데 그런데

첫 피치에서 불나게 엉기며

날개 밑을 나비처럼 날아

날개 끝을 힘차게 꺾다가

염병할, 순식간에 15 미터 떨어졌지

세컨드 덕분에 15 미터만 떨어졌지

어제의 내가 오늘의 나에게 말하네

야 임마 너 술 작작 처먹어

야 임마 너 지옥 갈 뻔했어

몸보다 마음이 더 아픈 나는

기숙사식당 앞 벤치에 떨어진

분홍빛 단풍나뭇잎 하나 주워들고

반실문 앞에서 깊이 깊이 뉘우치네

그래 둘도 없는 목숨은 하나인데

그래 박쥐 길은 또다시 부르는데

이제 거칠고 부드러운 바윗길을

결혼행진곡 따라 걷는 신부처럼

산사(山寺) 해맑은 동자중처럼

한 살 아이 초롱초롱 눈빛처럼

옷깃을 세운 마음으로 오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