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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만영
작성일 2008/05/31 (토)
분 류 글모음
ㆍ추천: 32  ㆍ조회: 6011      
2004 호미곶울트라마라톤100K 완주기-이동수 ( Write : 2004/06/07, hit :1053 )
호미곶울트라마라톤100K 완주기 - 이동수




휴대폰 메시지 ‘힘 내세요’
제1신 20시 11분 “뛰는 동안 나도 밤을 새우며 일을 할 것임”
제2신 21시 14분 “참 무더운 날씨인데 덥지 않은지”
제3신 23시 05분 “지금 4시간 경과, 어디쯤 가고 있는지 홧팅
제4신 00시 17분 “아버지 힘내세요, 저 재진이예요”
제5신 01시 40분 “완주할 거라 믿어요. 홧팅”
제6신 02시 19분 “아, 졸립다. 졸리지 않으신지요? 힘내시고”
제7신 04시 10분 “잠깐 졸았는데, 시간이… 지금도 뛰시는지?”
제8신 05시 22분 “날이 밝아 오고 있는데, 힘내시고..”
제9신 07시 23분 “재진,수진이가 힘내라고 하네요”
제10신 09시11분 “14시간 지났는데?” - 필자 주: 14시간이 제한시간인 줄 알고 걱정이 되어
그리고 다른 많은 분들의 메시지들.

호미곶에 다시 도착했다. 내발로 뛰어서 14시간 35분만에… 조금 피곤하지만 머리는 맑고
몸은 아주 개운하다. 마치 어디 멀리 소풍을 다녀온 느낌이다. 멜빵에 매단 휴대폰으로 날
라온 서울 상일동 발 메시지 10통과 나를 아는 지인, 유영대, 박복진, 재돌이, 꼭달이, 박종
효님 등의 메시지 들이다.




피니시라인을 지나 월계관을 쓰고 사진을 찍고는 바로 집사람에게 전화를 했다. 완주 소식
을 알려주니 정말 좋아한다. 로또에 당첨되었더라도 이 보다 더 기뻐할 까? (모르지). 집에
서 부업 일을 하며, 꼬박 밤을 새우며 내게 열 통의 메시지를 보내왔다. 가슴속에 뭉클 애
틋한 정이 솟구쳐 온다.  그 동안 연습한다고, 어디 한번 진솔한 대화나 늘상 당부하는 아
이들과의 대화의 시간도 갖지 못했는데. 이렇게 기뻐할 수가…. 완주의 뿌듯함 보다는 한편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 이래서 100킬로미터를 넘어 1000킬로미터를 뛰고 싶은 것일까?

진전령을 넘어

진전령을 넘어 45킬로미터 지점, 경주시 양북면 호암리를 접어드는 내리막 길, 짝을 이루어
어둠 속을 달리는 주자들. 조용한 시골길에서의 그들의 대화는 길 건너 조금 앞서가는 나에
게도 생생히 들린다. 엳듯는다는 생각에 조금은 미안하기도 하다. 도회지에서는 상상도 못
하는 완벽한 조용함, 또한 100킬로미터를 뛰는 사람들의 대화로는 너무나 여유로운 내용의
대화…. 그들의 대화는 작은 고갯길을 넘어, 길가 논에서 들려오는 개구리의 무성한 울음
속에 묻혀 버린다. 그리고는 또한 고갯길을 지나니 개구리 소리는 멀리 아득해 지고 개들만
이 피곤한 주자들의 발자국 소리에 소스라쳐 짖으며 반긴다.


문득 어렸을 적 살던 마을의 어귀의 작은 길이 생각난다. 장승과 사당, 그리고 사람이 살지
않아 항상 지나면서 뒷덜미가 섬뜩하던 곳, 또래들이 떼지어 지나가다가는 어느 한 놈이 소
리를 지르며 앞서가면 누군가 뒷덜미를 잡을 것 같아 짧은 머리카락 휘날리며 내빼던 어두
운 동네길… 이제 40여 년이 지난 지금, 그런 비슷한 모습의 경주의 한적한 곳을 나 혼자
뛰고 있다. 뒷덜미를 붙잡힐 것 같은 공포는 전혀 없다. 이 얼마나 짜릿하고 신나는 일인
가? 이런 기분으로 컨디션이 아주 좋다. 속도를 낸다. 앞에 가던 주자들에게 ‘먼저 갑니다
파이팅’하고 인사를 하고 앞서간다.

3월 이번 대회를 신청한 후 훈련을 하던 생각들이 주욱 떠오른다. 문제였던 부분은 올해 초
겨울 겨울산행에서 미끄러져 충격을 받은 오른쪽 무릎. 훈련 초기 10킬로만 넘으면 오른쪽
무릎 십자인대 부분의 통증이 오기 시작하여 점점 심해 질수록 울트라 완주에 대한 회의감
이 커지던 기억. 반복적인 훈련으로 극복되어 30킬로미터까지 주행해도 통증이 없을 때 느
끼던 안도감과 자신감 그러나, 40킬로미터를 뛰며 다시 나타나던 통증. 50킬로미터를 지나
면서도 언제 통증이 다시 재발될 지 하는 걱정이 마음 한 켠 도사리고 있다.



한계를 극복하고

55킬로미터 지점, 생애 처음으로 이 거리를 뛰고 있다. 재삼 내 자신에 대해 놀라고 있다.
10시발 김포공항 발 비행기가 동해를 지나 포항 상공을 선회할 때 선명하게 보이던 이곳
울트라 마라톤 코스. 특히 눈에 선명하게 들어온 것은 진전령 정상이었다. 작년 한반도 횡
단 때 코스 답사를 위해 늘상 이용했던 가민GPS용 맵프로그램인 맵소스로 여러 번 그려본
코스이기에 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평면도는 눈에 익숙하다. 머릿속에 여러 가지 복잡한 계
산이 일어난다. 상공에서 본 거대한 타원 코스, 어찌 보면 호미곶울트라 100K코스는 타이
완 섬 모양과 흡사하다고 언뜻 느낀다.

손목에 찬 GPS에 나타난 이동거리가 59km로 CP2(60km)에 가까워 오고 있다. 시간은 7시
간 20분 경과…CP1(30km)에서 제한시간 4시간을 7분 앞두고 간신히 통과하여 생긴 조바
심이 많이 가셨다. 새벽 2시20분, 제한시각보다 무려 한 시간 정도 시간을 앞당겨 놓았다.

CP1에서의 조마 조마 했던 순간이 생각난다. CP1전에 허기와 갈증을 달래려 용산2리의 어
느 수퍼에서 막걸리와 김밥을 먹고 나섰는데 어느덧 시간이 22시40분, 수퍼를 찾아 주로에
서 벗어난 거리는 500미터 정도로 추정된다. 출발부터 시간에 쫓겨 안타까움이 찾아 든다.
휴대폰 연락이 온다. 강영석님이다. 시간이 없다고 서둘러야 한다고… 여러 명이 동반주를
하게 되니 가장 늦는 주자에 맞춘 페이스가 되어 시간을 많이 사용한 결과다. 22시 53분
CP1에 도착하여 간단한 스트레칭을 하고 출발했다. 휴대폰으로 거듭 CP2까지 서두르라는
연락이 온다. 진전령 오르막 40킬로미터 정도부터는 같이 오던 멤버들이 일순 쳐진다는 느
낌이 온다. 평지보다 오르막길이 내게는 상대적으로 쉽다고 느끼며 CP1까지 같이 오던 일
행을 뒤로 하고 앞서 나간다. 진전령을 오르며 나의 트레이너인 탄야 강영석님의 코치가 새
삼 고마웠음을 느낀다. 검단산 오름 길을 몇 차례 훈련한 것이 오르막길에 도움이 된다. 뒤
로 이곳 그린넷마의 해랑 황재만님, 대구의 정영일님, 연습을 같이 했던 강동구 명일동의
홍만식님, 그리고 향기부부의 이태재님등을 멀리하고 올라간다. 오르막길에서 간간히 먹는
물 만큼 내게 진한 즐거움을 주는 것이 없었다. CP1전 슈퍼마켓에서 구입한 이온음료(2%)
한 병에 생수 2병을 넣어 1.5리터 정도 물 주머니를 채워 이를 마시니 맹물을 마실 때 느
끼는 비릿함이 없어지고, 이온음료만 마실 때의 단맛이 적어 훨씬 맛이 좋다. 한 모금 빨아
먹으며 몸 전체에 만족감이 퍼진다. 물 한 모금이 이런 희열을 가져다 주는 적이 있었던가!

드디어 CP2에 도착하니, KUMF 이용식 회장님과 강영석님이 반가이 맞아 주신다. 그리고
시간 초과 때문에 걱정하던 전화 통화 때 느끼는 분위기와 달리 안도하는 표정을 역력히 느
낄 수가 있었다. 조바심에 불안했던 초조한 기분이 일순 사라지며, 오히려 CP1까지 힘을
아껴와서 남은 구간에서 박차를 가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니 다리에 힘이 생겨난다. 이
제 풀 코스 한번 뛰면 된다는 격려의 말이 지극히 자연스럽게 들린다.  

CP2에서는 휴대용 발전기로 전등을 켜고 주자들에 대해 서비스를 하고 있었다. 복숭아 캔
과 전복죽을 컵에 담아 주자들이 먹기 좋도록 테이블에 내놓았다. CP2전에 탄수화물 대용
식을 먹어서 인지 전복죽은 내키지 않고 복숭아 통조리만 잔뜩 먹어 두었다. 복숭아 통조림
섭취-울트라 마라톤에서 가장 적합한 표현인 것 같다-와 잠깐 아스팔트에 누워 발에 쏠린
혈액을 분산시키고 나서는 상당히 기분 전환이 되었다. 너무 오래 쉬지 말라는 KUMF 이용
식 회장과 강영석님의 당부로 10분 정도의 휴식 후 물주머니에 식수를 채우고 다시 출발한
다. 약100여 미터 가다가, 내일 출근 때문에 60킬로미터만 뛰고 귀가하신다는 해랑 황재만
님이 생각이 난다. 인사를 못했기에 휴대폰으로 전화를 하니 전 구간을 완주하시겠다고 하
신다. 도로에 앉아 전화를 하는데 휴대폰으로 통화를 하며 해랑이 달린다. 미처 알리기도
전에 내 앞을 통과하여 달려간다. 이렇게 하여 해랑은 나를 앞질러 가게 되었다. 나중에 알
게 된 바, 본인은 내내 내가 앞서가는 줄 알고 달려갔다고 한다.

그 바다 내음과 파도소리

CP2를 지나고부터는 졸음이 오기 시작했다. 다행히 포항공항에 오전11시에 내려, 대구은행
지점장으로 계신 정영일님과 해랑 황재만님의 영접을 받고 죽도시장에서 맛 있는 활어회와
곡주 몇 잔이 수면제가 되어 낮잠을 달게 자두었기에 위안이 된다. 또한 잠을 달게 잘 수
있었던 것은, 포항제철에 근무하는 58개띠 마라톤클럽 멤버인 석도한(닉네임 ‘재돌이’)의 배
려로 독신의 편한 침대 덕이었다.  완주기를 쓰면서도 감사한 마음과 뿌듯한 느낌은 황재만,
정영일님의 환대와 배려를 받았고, 동반해서 달리며 힘을 받았다는 것과, 특별히 알리지도
않았는데 내게 연락을 해와 숙소와 마라톤 출발 때까지 따뜻하게 격려를 해주었던 58개띠
마라톤클럽 동기인 석도한(‘재돌이’)를 만났다는 것이었다. 죽도시장에서 맛난 회를 사주신
정영일님께 다시 한번 감사 드리며, 또 ‘재돌이’는 내가 뛰는 밤 늦게까지 그리고 이른 새벽
부터 내게 전화로 격려 말을 아끼지 않았다. 정말 고맙다 ‘재돌아’ ‘58개띠 멍’ - 동호회 구
호임을 양해하시기 바라며…-

그래도 시각이 3시반경이라 잠은 쏟아진다. 힘들어 걷게 되면 수마가 엄습하고, 달리면 말
끔하게 사라진다. 어쨌거나 뛰어야겠다. 잠을 쫓고, 기록 내니 일석이조 아닌가. 장기면 계
원리쯤 되는 마을을 지날 때 집 앞에 작은 소파를 내다 놓았다. 아마 이곳 노인네들이 집
지키며 앉아서 시간을 보내는 곳이리라. 잠깐 앉아 쉬려니 옆에 다른 주자가 눈을 붙이고
있다. 깊이 잠들면 걱정인데 하면서도 알람을 맞추어 놓은 기운이 없어 그냥 눈을 감는다.
출발에서부터,  대동보리 석양 이야기를 들려 주던 해랑의 목소리와 용산2리 수퍼에서 김밥
먹던 생각, 진전령에 올라온 생각, CP2에 도착하더니 생각 등 주마등처럼 지나가더니 깜빡
잠이 들었나 보다. 갑자기 환한 햇살 아래 골인하는 그림이 나타나 눈을 번쩍 떴다. GPS의
시계를 보니 약3분 정도 지났으나, 참으로 신기하게도 단 잠을 잔 듯한 느낌이다. 아주 개
운한 느낌이다. 발걸음도 가벼워 졌다.

포항시 장기면 계원리를 지나 대진리로 접어드는 70여 킬로미터 지점, 선듯 선뜻 불어 오는
미풍과 풍겨오는 비릿한 내음. 조금 더 달리니 갑자기 들리는 파도소리 아 이제 바다로 접
어드는 구나… ‘나의 트레이너인 탄야 강영석님’이 연습주를 하면 늘상 강조하던 아 그 바다,
파도소리, 그리고 비릿내를 드디어 듣고, 맡게 되는 구나. 완주할 수 있겠다는 안도감이 더
욱 강하게 뇌리를 파고든다.



희끄므레 새벽이 밝아 온다. 나에게는 밤을 새워 달리며 새벽을 맞이 하는 첫 번 경험이다.
지리산을 무박으로 21시간 내 종주할 때의 기분과는 다른 느낌이다. 지리산에서는 날이 밝
아 오는 것이 기다려 졌다. 어두운 산길 보다는 밝은 것이 운행에 좋기 때문이다. 또 지금
처럼 전지 소모 걱정을 하지 않는 LED랜턴이 아니라 필라멘트 전구의 랜턴이라 새벽이 되
면 흐릿해 졌기에 날이 밝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날이 밝는 것이 걱정된다.
KUMF 이용식 회장님이 말씀하신 ‘완주 소요 12시간 이상의 느린 주자의 아침 햇살로 겪
는 괴로움’을 걱정하고 있었다. 그 느낌은 울트라마라톤을 뛰지 않아도 안다. 밤을 새워 모
닥불 앞에서 꼬박 술로 밤을 새우고, 모닥불이 하얀 재가 되어 일어날 때 어느 덧 빰에 느
껴지는 햇살, 하얀 재처럼 하얗게 밤을 새고 얼굴에 쪼여지는 아침 햇살이란 !

구름이 도와 준 아침 햇살

걱정하던 아침 햇살은 90킬로미터 CP3 까지도 주자들을 괴롭히지 않았다. 다리에 피로가
많이 온 것 같다. 무겁다. 주로 상에 만난 구미의 우상길님과의 짧은 대화도 기억에 남는다.
또한 해운대에서 오신 최배근씨와의 주행도 감사 드린다. 이제 큰 고개들은 넘었고 지루한
직선 도로의 완만한 길이다. 언덕길에서는 걷고 내리막길에서 뛰는 것이 반복되었다. 언덕
길을 오르거나 내려갈 때, 뒤로 걷는 것이, 근육에 매우 시원함을 주어 스트레칭 이상의 효
과를 주었다. 이 글을 읽는 분들께 권하고 싶은 몇 가지는 이온음료와 생수를 혼합하여 마
시라는 것과, 잠이 오면 앉아서 잠깐 자두는 것 그리고 뒤로 걸어가며 근육을 풀어 주라는
것이다. 이 팁은 이번 완주로 체득하게 된 귀한 노하우가 되었다.

날이 완전히 밝았다. 농사 준비를 하는 양포의 농부의 걸음걸이가 바쁘게 보인다. 아름다운
어촌 마을 양포리, 몇 년 전 신년 일출을 보고 과메기를 맛보러, 나와 친구 2가족이  서울
에서 동해 7번 도로를 타고 이곳 양포까지 오게 된 적이 있다. 구룡포에서 신년 일출을 보
겠다는 정말 이론적인 생각을 갖고 12월31일 내려왔으나 이미 구룡포읍내는 만원, 심지어
는 긴장감 마저 감돌았다. 여관마다 방이 있느냐는 우리 일행들의 질문에 딱하다는 듯 대답
하는 여관 주인의 말에 겸연쩍어 하며 민박을 찾아 보았으나 방은 없고, 일출을 볼 수 있는
식당 2층에서 밤을 새면서(음식을 먹고) 일출을 볼 수 있다고 했다. 결국은 구룡포를 빠져
나와 감포까지는 가지 못하고 양포까지 와서 간신히 식당이 딸린 민박집에서 묵을 수 있었
다. 그 민박집이 양포 포구에 정겨운 모습으로 있고, 당시 해가 뜰 때마다 매년 트럼펫을
분다던 사람이 있던 방파제도 그대로 있다. 당시 구룡포에서 이곳 양포까지도 차를 운전하
면서도 정말 멀다고 느껴졌던 곳인데, 이제 내 두발로 뛰게 되다니 참으로 신기하기만 하다.
이미 달려서 지나온 오천과 감포도 참 멀다고 느끼던 곳인데….

2003년 한반도 횡단의 스타들

구룡포읍 하정리쯤 지나, 자원봉사 하시던 어떤 분이 일러 준다. 한2킬로미터쯤 가면 CP3
에 닿는 다고… 이곳을 지나며, 또 한번 감격의 순간을 맞게 되었다. 마산 315 마라톤클럽
의 정왕기님을 주로 상에서 만나게 되었던 것이다. 작년 2003년 한반도횡단 시 GPS를 배
낭에 넣고 달리는 주자가 된 인연으로 알게 된 강하고 멋진 사나이. 그 힘든 횡단 주로에서,
GPS가 문제가 있을 때 힘든 내색 전혀 안하고 나의 코치를 받아 주던 정왕기님이 나의 기
억에 강하게 남아 있다. 태풍 매기가 시작되어 장대비가 내리던 대관령 내리막길에서도 잃
지 않던 그 미소, 정력. 그런데 내가 옆에서 울트라마라토너로서 짝사랑하던 정왕기님과 주
로상에서 만나게 되다니 이 얼마나 기쁘지 않을 수가 있을까? 작년에는 도저히 상상도 못하
던 일이다. 다행히 정왕기님은 클럽의 훈련대장으로 몇 사람 뒤처진 주자들을 독려하여 오
느라 속도가 늦어 내가 만날 수 있는 영광을 갖게 되었던 것이다.

정왕기님 말고도, 작년 횡단 때 알게 된 스타들을 이번 대회에서 많이 만났다. 이정옥님, 횡
단 때 작은 키에 다부진 모양으로 달리던 한강마라톤의 스타. 우연히 지난 11월3일 중앙일
보 마라톤의 5시간 페이스 메이커로 나의 마라톤 처녀 완주 때 만나 내가 4시간 53분에 들
어 올 수 있게 해준 마라톤의 든든한 형님이셨다. 또 한 분 심성기님, 그 힘든 둔내까지 와
서야 기권을 하신, 이번 CPUM에서도 역주를 하신 분. 항상 여유를 갖고 달리시던 박길수
님. 양산의 박동철님, 처음 걱정으로 얼굴에 역력하던 박종효님 횡단 마무리가 되어가자 비
로서 밝은 얼굴에 미소를 짓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대회 주최를 하시던 이용식 회장님,
윤장웅님, 조인석님 등. 또한 이번 호미곶에서 오시지 않았지만 항상 흠모하는 KUMF강북
지맹의 김일남 회장님,  횡단이 마무리 된 다음날 이른 아침, 혼자 산책을 하시던 그 학 같
은 모습의 김 회장님 항상 존경합니다. 이번 대한민국 종단 아름답게 완주하시기를 바랍니
다.
그떄 횡단을 마치고, KUMF게시판에 저는 이렇게 썼습니다. ‘여러분과 같은 분들과 대한민
국에 사는 것이 정말 자랑스럽습니다’고… 이제 나 비록 100킬로미터를 뛰지만 여러분들이
있기에 즐겁습니다 라고 말씀 드리고 싶다.

아 최종열님, 감사합니다.

구룡포읍 하정리를 벗어날 무렵의 후게소에서 해운대 마라톤 클럽 최배근씨와 음료수를 사
서 먹는데, 40킬로미터 지점부터 헤어진 정영일님, 이태재님을 만났다. 내내 같이 오던 홍만
식님은 CP2에서 시간 제한에 안타깝게 걸려 탈락이 되었다고 한다. 완주를 하겠다고 계속
달리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부디 잘 완주하길 속으로 빈다. 이제 다시 팀이 만들어 졌다.
정영일님, 이태재님 그리고 나. CP3까지의 지루한 주로이지만, 정영일님이 제안하신 ‘시원한
맥주 한잔’의 기대에 발걸음이 가볍다. 주로상에서 어떤 분이 일러준 2킬로 미터가 이렇게
멀 수가 없다. 2킬로미터에다가 2.3킬로미터를 더하니 CP3가 나타났다. 반갑고 점점 발걸음
이 가벼워 진다. 이제 10킬로 미터, 매일 아침 가볍게 뛰는 거리다. 1킬로미터 6분 페이스
로 1시간 정도 뛰곤 했는데, 8분 페이스로도 1시간 20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 지금 시각 8
시15분, 석병리라는 마을을 접어 드니 마을 가게가 나타난다. 정영일님이 쾌재를 부르시고
가게로 들어가 마당 안의 평상에 자리를 잡는다. 일행 셋과 나중에 도착한 정왕기님과 시원
한 맥주 한잔에 짜르르한 기분을 뱃속에서 느낀다. 나중에 알고 보니 나의 완주를 고대해온
분들에게 아주 아슬한 일 이었다고 알게 되었으나,  플코스 마라톤과는 또 다른 울트라마라
톤의 재미가 아니겠는가? 물론 제한 시간이 당겨 진다면, 이런 짜릿한 묘미도 사라지겠지만.

해가 중천으로 올라가면서 햇살이 쪼이고, 무더워 지기 시작했다. 멀리 풍력발전기가 보인
다. 이제 골인 지점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90킬로미터를 넘으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주자들이 공통을 바랬던 것은 이 풍력발전기의 모습이었을 것이다. 풍력발전기 660여
킬로와트급의 용량으로 포항시의 전력 판매 수입원이기도 하지만, 이곳 호미곶 울트라코스
를 뛰는 마라토너의 ‘힘’이 되어 주는 제너레이터였기도 했다.

구룡포 읍내를 접어드니 비릿내 물씬 풍기며, 허기진 배를 자극한다. 어디서 가자미식해 반
찬으로 물 말아 밥 한 그릇 먹으면 또 한 100킬로미터는 뛸 것 같은 기분이다. 멀리 붉은
색 KU유니폼을 입은 분이 달려 오시는데 최종열님이시다. 지난 한반도횡단 때 정말 살뜰하
게 주자들을 돌 보시던 분이다. 나를 만나자 힘내라고 외치시며 나란히 뛰신다. 갑자기 힘
이 솟아 난다. 옆에서 같이 달리는 분이 따라오기 힘들 정도로 마구 속도를 내었다.

피니시 라인 테이프를 힘차게 지나, 상생의 손 앞에 섰다. 드디어 완주를 한 것이다. 내가
이제 겨우 풀코스 완주 두 번한 실력에… 이 비결은 나의 자랑스러운 트레이너 탄야 강영석
님에게 있음을 자랑스럽게 알리고 싶다. 그리고 나의 완주를 도와준 해랑 황재만님, 이슬부
부 정영일님과 모든 분들께 감사 드린다. 재돌이, 재우도…. 그리고 울 마나님에게도…

후기 - 기록과 얻어진 지혜

주행 기록
출발 19시 00분 ~ 3시간 53분 ~ CP1 (30km) 22시 53분 ~ 4시간 17분 ~ CP2 (60km) 03
시 10분 ~ 5시간 2분 ~ CP3 (90km) 08시 12분 ~ 1시간 13분 ~  도착 09:35분 (총14시
간 35분) ? 장비는 손목에 차는 Garmin사의 Forerunner 201을 사용 (10킬로미터 마다 포
인트 기록해 놓음)

울트라 장비 및 복장
상의 긴팔 쿨맥스 티, 하의 반 타이즈, 신발 르까프 런닝화 및 양말
써미트 배낭 15리터 안에, 앞 뒤 점멸등, 2리터들이 물주머니, 롱타이즈, 탄수화물 대용식 4
개, 치즈4개, 육포 1봉지, 비상금, 멜빵에 부착한 휴대폰주머니 안에 휴대폰

이번 완주를 하면서 얻어진 유용한 지혜

연습주는 가급적 산악코스를 택해서 해라
이온음료 30에 생수를 70 정도로 혼합하여 1.5리터 정도 물주머니정도 아주 먹기 좋고 기
분이 좋음
뒤로 뛰면 근육 완화 및 스트레칭 효과가 있으며, 오르/내리막길에서 아주 좋은 효과를 내
었음. 60km CP2에서 옷 갈아 입으면 리프레시 되어 아주 기분이 좋음.
땀에 옷이 쓸림을 방지하기 위해 쿨맥스 팬츠를 입어라 등임. -끝-
이름아이콘 정만영
2008-05-31 01:29
 진교춘    ( 2004/06/08 )  
아주 아주 감동깊게 읽었읍니다. 그곳은 1973부터 1975까지 POSCO에 근무할 당시 바다낙시 및 수영을 하던 감포가 생각납니다. 10월말경의 바다수영은 정말 짜릿하였읍니다. 몸속으로 찌르듯이 스며드는 냉기는 짜릿함을 더하여 쾌감을 가저다 주었읍니다. 수고하셨읍니다.
   
이름아이콘 정만영
2008-05-31 01:29
 허정회    ( 2004/06/08 )  
동수!
정말 대단하다. 장하다. 우리산악회의 자랑이다.
완주기를 찬찬히 읽으면서 나도 100킬로 울트라 완주의 꿈이 새록새록 영글어가는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마라톤을 안해 보았을때 어떻게 42.195킬로를 달리나 했는데,
그것은 특수한 체질을 가진 사람만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완주의 꿈을 키우며 연습한 결과 나도 벌써 여덟 번이나 달렸다.
좀 더 몸을 만들어 2005년 100킬로 울트라에 도전할 예정이다.
꿈을 찾아 그것을 하나하나 이루어내는 것,
우리 짧은 인생을 살아가는 즐거움이 아닐까.
다시 한번, 완주 축하하며,
울트라 선배로서 한 수 가르쳐주기 바란다.
   
이름아이콘 정만영
2008-05-31 01:30
 김성수    ( 2004/06/09 )  
동수 형
완주를 축하 드립니다. 매일 아침 10Km를 가볍게 뛴다니 대단합니다.
그런데, 울트라 마라톤이 제한시간 15 시간 안에, 잠도 자고, 술도 한 잔 한다니
재미도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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